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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지형 바꾸는 빅데이터] 실시간으로 매출 오른 업종 알려드려요 

비씨카드, 하반기부터 업종별 매출 자료 유료로 제공 ... 실적 전망 정확도 높일지 주목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비씨카드는 올 하반기부터 업종별 카드매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금융투자업계에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내놓는다. 3월 24일 비씨카드 채종진 부사장(왼쪽)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 빅데이터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빙산의 일각이 아닌 몸통을 파헤치는 일. 빅데이터 분석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도 데이터 분석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윗부분을 보는 데 그쳤다면 이젠 기술의 발전으로 수면 아래 숨어있던 몸통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란 광산의 채굴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각 기업은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속속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추세다. 그리고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빅데이터 분석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금융투자 업계다.

매 분기 기업의 실적발표 시즌이 되면 주식시장은 요동치곤한다.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거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 쇼크’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진짜 실적이 얼마나 될지를 알아내기 위해 발품을 팔아서 시장조사를 하고 기업 탐방을 다닌다. 또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실적 전망치를 끊임없이 조정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기업이 발표하는 실적은 전망치와 동떨어지기 일쑤다.

민간소비 지출 중 카드 결제 비중 83%


기업의 실적을 어닝시즌이 아니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분기에 한번 있는 실적 발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말이다. 주가의 흐름을 한발 앞서서,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27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비씨카드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비씨카드의 매출 정보를 가공해 투자정보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올 하반기 론칭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고객들이 어디서 얼마나 소비를 하고 있는지, 어느 쪽 카드 매출 실적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보 제공은 코스콤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 비씨카드는 지난 3월 금융투자업계 IT인프라 기업인 코스콤과 빅데이터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민간소비 지출 중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82.6%에 달한다(한국은행 자료). 다른 나라에 비해 카드사의 매출 정보가 기업 전체 실적을 파악하는 데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비씨카드는 개별 기업이 아닌 세부 업종별로 구분해서 카드실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가맹점도 카드사엔 고객인 만큼 개별 기업별 실적을 공개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가 예측을 위해선 실적을 바로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기업의 실적 추이를 매달 실시간으로 볼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합니다. 유료로 사서 보는 정보라고 해도 시차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제공할 카드 매출 데이터가 100% 정확한 정보라고 장담까진 할 수 없지만 바로 그 전달의 데이터를 시차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자료로서 유용할 겁니다.” 장석호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주가 예측이라는 면에서 카드매출 실적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씨카드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경력자를 영입해 이 빅데이터 작업을 맡기고 있다. 시작은 B2B(기업 간 거래)이지만 이 서비스가 자리잡으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게 비씨카드의 전망이다. 장 센터장은 “당장은 증권 업계에 유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 서비스가 큰 돈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등으로 투자환경이 바뀌어서 B2C 서비스로 진화한다면 단독 사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학습 기법을 도입해서 국내 카드 매출 정보뿐 아니라 외국의 실물 정보까지 결합해서 분석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빅데이터를 금융투자 정보로 활용하는 사례는 비씨카드가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선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시장심리 지수’가 있었다. 종목과 관련 상품, 브랜드, 인물 정보를 수집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류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식이었다. 주가 흐름에 시장에 나도는 소문이나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영향을 미친다는 데서 착안해서 만들어진 지수였다. 하지만 온라인 정보 중엔 실체 없는 뜬소문도 많다 보니 장기적인 기업 가치와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는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참고 자료로 쓰이기엔 미흡한 점이 있다.

미국엔 빅데이터를 가공해 금융투자 업체에 제공하는 빅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이 여럿 활동 중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싱크넘(Thingknum)을 비롯한 이러한 신생 기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싱크넘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와 앱에 대한 평가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어 수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투자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엔 온라인 쇼핑몰 웨이페어의 ‘깜짝 실적’을 예측할 만한 빅데이터를 제공해 그 효용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싱크넘 공동설립자인 저스틴 젠은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빅데이터의 시대로 재편됐다”고 말한다.

美 스타트업, 거시지표도 빅데이터로 제공

기업 실적뿐 아니라 거시경제 지표도 빅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미국의 스타트업 스페이스나우는 최근 중국 위성제조업지수를 통해 중국 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중국 내 6000여 개 산업현장을 찍은 22억 개의 위성사진을 근거로 중국의 제조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중국 정부의 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의심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화한 경우다. 역시 미국 스타트업인 보겔후드리서치는 정책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에 제공한다. 미국 연방정부와 로비스트들의 방대한 자료를 통해 인수합병과 정부 계약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방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의 빅데이터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카드사·통신사가 돈 될 만한 빅데이터 사업모델을 내놓고 싶어도 그동안은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직접 빅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는 대형사가 아닌 스타트업의 출현은 더더욱 어려웠다. 최근 정부는 규제 정비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남동우 금융위원회 신용정보팀장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법과 제도의 걸림돌은 사라진다”며 “이젠 창의성만 발휘하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1334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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