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대만 ‘컴퓨텍스 2016’ 현장을 가다] 아시안 실리콘밸리 노리는 대만의 야심 

스타트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 전통 제조업과의 협업 강조 

타이베이=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타이베이국제무역센터 3홀은 대만과 해외의 스타트업만을 위한 전시회장으로 사용됐다. 전시관 한 켠에 마련된 센터 스테이지에서는 피칭 대회, 전문가들의 키노트, 패널 토론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미국 UC버클리와 스탠퍼드 출신의 엔지니어가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 루시드는 일반인을 위한 가상체험(VR) 3D 카메라 ‘루시드 캠’을 만들었다. 지난 1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 시제품을 출시했다. 300여 명의 후원자들이 11만 4000 달러를 투자해 루시드는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테크크런치 같은 유력 언론사가 루시드캠에 대한 소식을 내보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도 루시드를 주목하는 이유다. 6월 말 루시드캠 양산을 앞두고 루시드 멤버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나단 힐을 포함한 멤버 몇 명은 지난 5월 말 대만 타이베이를 찾았다. ‘컴퓨텍스 2016’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루시드뿐만 아니라 가스 누출 탐지기기를 만드는 미국의 바이오인스피라, 동영상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네덜란드의 비노션 같은 해외의 17개 스타트업이 대만에 방문해 컴퓨텍스에 참가했다.

22개국 210여 개 스타트업 부스 마련

이들을 초청한 곳은 대만의 대기업 30곳이 후원하고 있는 인큐베이터 개리지플러스(Garage+)다. 개리지플러스 관계자는 “대만의 제조업과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스타트업을 초청했다”면서 “이들은 대만에서 다양한 제조 업체와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PC 같은 제조업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대만이 스타트업 집중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이른바 ‘아시아판 CES’로 불리는 대만의 대표적인 국제 행사 컴퓨텍스가 그 시작을 알렸다. 올해 3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컴퓨터 박람회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집중했다. 6월 4일까지 열린 컴퓨텍스에서 올해 처음 마련된 스마텍스(SmarTEX) 전시관과 이노벡스(InnoVEX) 전시관이 첨병 노릇을 했다. 스마텍스 전시관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등에 사용되는 솔루션과 제품이 선보였고, 이노벡스 전시관은 22개국에서 온 210여 개의 스타트업이 부스를 마련했다.

“대만(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에 집중해야 한다. 이 도전을 위해 (대만의) 새로운 정부는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시인 ‘아시안 실리콘 밸리 건설’의 약속을 진행할 것이다.” 지난 5월 31일 오전 10시 타이베이난강전시센터(Taipei Nangang Exhibition Center) 4층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차이잉원(Tsai Ing-wen) 총통이 한 말이다. 지난 1월 대만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통으로 선출된 차이잉원은 선거기간 동안 ‘아시안 실리콘밸리를 타이베이에 건설한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ICT산업의 발전상을 컴퓨텍스가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개막식 연설을 끝낸 후 1층 전시장으로 내려가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대만의 폭스콘이 합작으로 내놓은 감정 인식 로봇 ‘페퍼’를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이베이난강전시센터는 에이서·에이수스 같은 PC 강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데이터 저장장치 및 PC 부품 제조 업체들도 마우스부터 케이블, 그리고 다양한 액세서리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대만 산업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타이베이난강전시센터에서 택시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타이베이국제무역센터 3홀에 마련된 이노벡스 전시관은 대만 스타트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개막 날부터 이노벡스 전시관은 다양한 행사와 수많은 관람객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전시장 왼쪽에 마련된 센터 스테이지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피칭 대회, 전문가의 키노트, 패널토의 등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센터 스테이지에서 열린 행사는 트위치(twitch) 앱을 통해 생중계 됐다. 개막식에 열린 첫 번째 행사는 패널 토의였다. ‘타이완의 제조업과 스타트업이 어떻게 협업을 할까?’라는 주제였다. 이노벡스 전시관을 운영하는 목표를 그대로 드러내는 주제였다.

이노벡스 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이어진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피칭 대회였다. 전문가들은 객석에 앉아서 피칭이 끝난 후 ‘비즈니스 모델 성공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경쟁사와 차이점이 무엇인가’ ‘제품을 양산할 수 있나’ 같은 날카로운 질문으로 무대에 선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각국에서 온 1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이 대회에 참석했다.

210여 개의 부스가 이노벡스 전시관에 설치됐지만, 아쉽게도 IoT와 앱 서비스가 대다수였다. 제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가능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FLUX Delta 3D 프린터로 컴퓨텍스에서 ‘d&i 어워드’ 금상을 받은 대만의 스타트업 Flux 공동창업자 짐 유(Jim Yu)는 “아직까지 대만 스타트업은 제조업이 대부분”이라며 “대만의 다양한 제조 업체와 협업하면 스타트업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O2O나 핀테크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만 스타트업의 장점과 한계를 이노벡스 전시관에서 느낄 수 있었다.

- 타이베이=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월터 예 대만무역센터 부사장 - 美·中 못지 않은 경쟁력 갖춘다


TAITRA가 컴퓨텍스를 주최하고 있다. 올해 가장 달라진 점은 이노벡스 전시관 설치다.

“컴퓨텍스의 변화는 대만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시기다.”

대만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나.

“대만의 청년들이 창업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대만 정부도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헤드스타트 타이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해외 진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시안 실리콘밸리 건설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타오위안 국제공항 근처에 건설할 계획이다. 타이베이나 신추과학단지처럼 하이테크 개발이 잘 이뤄지는 도시와 연결이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공항이 있어서 해외를 오가는 게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태스크포스도 만들었다. 곧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인재들이 대만에 찾아올 만한 매력이 있나.

“정부는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쉽게 얻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재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재들의 영입도 힘쓸 것이다. 대만은 능력있는 인재들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대만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분야는 무엇인가.

“대만은 전통적으로 반도체 분야가 강하다. 제조업과 ICT 분야가 융합할 수 있는 IoT가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오 분야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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