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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 투자 | 교보생명] 온라인 전업 생보사 국내 첫 자회사 설립 

온라인 보험시장 점유율 35%로 1위... 1년 이상 계약유지율 95%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올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인 ‘알파고(AlphaGo)’ 간 바둑 대전은 큰 화제를 모았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구글은 2014년 소규모 회사인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알파고의 성공은 뛰어난 인공지능 개발 기술에 일찌감치 주목한 구글의 과감한 투자가 빚어낸 결과다.

국내 보험 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국내 생명보험 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은 온라인 보험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3년 간 준비 끝에 2013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생명보험 전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www.lifeplanet.co.kr)’을 별도로 차렸다. 2만 명에 가까운 대규모 설계사 채널을 보유한 전통의 보험사가 금융산업 전반에 부는 핀테크 흐름을 미리 읽고 선제적 시도를 했다.

가입부터 유지, 그리고 지급까지 보험의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전업 생명보험사는 현재 국내에서 교보 라이프플래닛이 유일하다. 라이프플래닛 외에도 기존 생보사가 온라인 생보 시장에 진출해 있으나 모두 독립법인이 아닌 사업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는 “교보생명이 오랜 준비기간 끝에 별도의 회사로 설립한 것은 온라인보험 시장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보험 업계 혁신자로 핀테크·빅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온라인 보험시대가 열렸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설계사를 통한 대면 판매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2008년 일본 최초의 온라인 생보사인 ‘라이프넷생명’이 출범하며 저금리·저성장에 고민하고 있던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이프넷은 대주주 교보생명에 이어 라이프플래닛의 2대 주주로 출범 당시부터 축적해온 경험과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며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출범 3년차에 접어든 라이프플래닛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보험(CM, Cyber Marketing)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월납 초회 보험료의 누적 합계는 11억3200만원으로, 2014년 2억5800만 원의 네 배로 커졌다. 금융에 관심이 많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실속형 상품을 찾는 30~40대가 주요 고객이다. 특히 상품 판매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품인 ‘정기보험’은 기존 대형 보험사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는 상품이었으나 최근 합리적인 상품을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무)꿈꾸는e저축보험’은 국내 최초로 납입보험료에서 발생한 이자에서만 사업비를 떼 ‘보험은 조기에 해지하면 손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꿨다. 1년 이상(13회차) 계약유지율이 95%에 달하는 등 소비자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플래닛은 핀테크 시대를 맞아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설계·가입부터 신청·지급까지 보험의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모바일로 가입한 고객 비율은 전체 가입의 20%를 웃돈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모바일로 ‘보험료 계산’을 해본 비율은 약 65%다. 이런 라이프플래닛의 성장과 함께 지난해 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가 출범하면서 온라인 보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역시 좋아지고 있다.

-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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