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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 투자 | 게임 업계] 게임 개발 단계부터 퍼블리싱 회사 참여 

국내외 마케팅·유통에 일조... 인사·재무관리 지원 모델도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4월 27일 오전 경기도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건물 3개 층에는 신생 게임 업체 41개가 입주해 있다. 정부가 2~4년 동안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 마케팅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전국의 게임 창업자가 몰린다. 지난해부터 이 건물에 입주한 박진배(34) 아이디어박스 대표는 농촌 봉사 활동을 하다 만난 친구 2명과 함께 창업을 했다. 3명이 개발한 게임은 인간이 지구를 떠나 식물과 동물만 남게 된 상황을 그렸다. 창업 6년 만에 그들이 만든 게임은 세계 156개 국에서 1100만 번 이상 다운됐다. 매출은 한 달에 수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게임의 유통과 판매를 대행해주는 퍼블리싱 회사를 잘 만난 덕분에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퍼블리싱이란 제작사로부터 게임을 받아 유통과 홍보를 대행해주는 역할을 말한다. 최근에는 퍼블리싱 회사가 개발사의 제작 과정부터 참여하기도 한다. 중소 개발사도 마케팅 비용과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대형 퍼블리싱 회사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나 대규모 소비자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해외 진출 시 현지화나 게임 서비스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박 대표가 개발한 게임도 대형 퍼블리싱 회사에 맡겨 카카오톡으로 친구에 게임을 추천하거나 다운로드 시 이모티콘을 선물로 줄 수 있다.

최근엔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이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을 위한 브랜드 ‘카카오게임 S’를 발표했다. 카카오 내 게임 전문 계열사와 함께 경쟁력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확보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역량 있는 개발사들과 초기 기획과 출시 마케팅, 게임 운영까지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게임 업체인 네시삼십삼분도 최근 개발사의 인사와 재무까지 책임지는 퍼블리싱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중소 업체는 적은 인원으로 게임 개발하기에도 벅차다”며 “초기부터 인력과 재무 관리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퍼블리싱 사업 강화가 자칫 중국 게임 업체에만 유리한 쪽으로만 흐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인건비 문제 등으로 게임 개발도 중국 업체에 맡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더구나 기술력을 흡수한 중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게임도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게임학회 부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넥슨이나 카카오 같은 게임 관련 회사는 삼성전자처럼 대형화되는데 새로운 수익모델은 찾기 힘들어 퍼블리싱을 강화하는 추세”라면서도 “피라미드 산업구조에서 밑바닥을 받치는 튼튼한 소규모 개발사가 국내 환경에서는 더욱 부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형 게임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쪽은 중국 개발사 업체 역량이 강하다”며 “앞으로는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해 전 세계에 유통 시키는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은 대경대 인터넷 게임과 교수는 “한국은 게임에 대한 규제도 심한데다 인건비도 중국보다 비싸다”며 “앞으로는 3~5년 장기 투자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작을 만들기 힘든 구조라 인건비가 적고 여러 소규모 개발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중국으로 자본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 수출 효자 산업이라는 명성을 이어나가려면 소규모 게임 업체의 생태계를 잃지 않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식 호서대 게임학과 교수 “구글이 오큘러스나 알파고를 인수한 것처럼 저력을 가진 작은 회사가 빛이 나도록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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