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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핀스키 부산프로젝트’ 진행하는 이철 노블 노마드 회장] 이건희 회장도 아낀 유럽 最古 호텔 브랜드 

2019년 부산에 첫 6성급 해외 호텔 들어서... 광안리 개발에 한몫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부산 광안리에 유럽의 럭셔리 호텔브랜드 켐핀스키를 유치한 이철 노블 노마드 회장.
“서울에는 바다가 없습니다.” 이철 노블 노마드 회장의 이 말에 켐핀스키호텔그룹은 서울행을 단념했다. 그리고 2019년 부산에 처음으로 6성급 해외 호텔 브랜드가 들어서게 됐다. 1897년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한 켐핀스키호텔그룹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기업이다.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고, 세계 36개국에서 106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노블 노마드는 부산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 2만8000㎡(약 8500평)에 들어설 켐핀스키호텔(1만4000㎡)과 레지던스(1만4000㎡) 건설의 시행사인 지엘시티건설의 지주사다. 이철 회장은 지엘시티건설 대표이사다. ‘켐핀스키 부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철 회장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광화문에서 만났다.

“서울에는 바다가 없습니다”


▎켐핀스키호텔&레지던스 조감도.
켐핀스키호텔&레지던스가 들어설 미월드 부지는 당초 아파트 부지로 개발하려던 땅이다. 이 땅 소유주였던 스타이시티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2008년 노블 노마드가 이 부지를 인수했고 2011년 호텔을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철 회장은 “땅을 보니 그냥 주택용으로 개발하기엔 너무 아깝더라”며 “더 부가가치 높은 개발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막상 부지를 인수했지만 땅 용도변경 등 법적인 문제를 정리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이 회장은 “그 시간이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됐다”며 “호텔 공부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4년 동안 뉴욕·런던·베를린·상하이 등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호텔 브랜드와 서비스, 실내 디자인 등을 살폈다. 이철 회장의 말이다. “반얀트리 호텔과 계약 직전 서울 진출을 검토하던 켐핀스키가 이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두바이에 이어 중국에만 23개 호텔을 건설하며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켐핀스키호텔그룹에게 미진출 국가인 한국과 일본 호텔 시장은 뜨거운 관심사였다. 그러다 우연히 노블 노마드가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접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접촉해온 것이다.

노블 노마드 역시 국내에 이미 진출한 반얀트리호텔 보다는 켐핀스키호텔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다. 이철 회장은 “아주 색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랫사람이 상사를 모시는 듯한 기존의 고급 서비스와 달리 신사가 신사를 대접하는 식으로 품격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다행이 반얀트리측과 별다른 잡음 없이 협상을 종료하고 켐피스키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켐핀스키호텔그룹 측이 “서울에 먼저 진출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블 노마드의 애를 태웠다. 이철 회장은 “해외 관광객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관광지라는 점, 비즈니스 중심지면서도 바다를 품은 도시는 부산뿐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열 노블 노마드 이사는 “부산을 찾은 켐핀스키 관계자가 수영만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해운대는 개발이 포화상태인 반면 광안리는 개발도 덜됐고 풍광도 더 아름답다며 마음을 바꿨다”며 “부산국제영화제도 켐핀스키가 마음을 돌린 배경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노블 노마드는 지난해 12월 켐핀스키와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다. 500장에 달하는 켐핀스키와의 최종 계약서는 노블 노마드가 직접 검토하고 작성했다. 이 회장은 “대개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소유주는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게 관행이지만 우리는 레지던스 만큼은 운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 “시행사인 지엘시티건설의 지주사 노블 노마드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블 노마드측은 부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도 추가했다. 또 켐핀스키 주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 대학들과 연계해 호텔 인력 양성에도 기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광안리 일대에선 현재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연계한 각종 해양스포츠 사업도 검토 중이다.

레지던스는 최근 해외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부동산 상품이다. 지난해 뉴욕 맨하튼에 1000억 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한 데 이어 이 지역에 내년에 완공될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는 약 3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홍콩·런던에도 1000억 원을 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음식, 청소, 주차 대행, 세탁 서비스 등을 갖춘 레지던스형 아파트라는 것이 노블 노마드 측 설명이다. 이철 회장은 “고급 주택에서 요리사·정원사·수영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고급 호텔 서비스를 누리면서 관리받을 수 있고 항공권·골프장 등 각종 예약 서비스에 의료 지원, 사생활 보호에도 유리해 레지던스가 해외에선 인기”라면서 “얼마 전 두바이에선 고급 레지던스 ‘The Atria’ 가 4시간 만에 다 팔려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레지던스 운영에는 적극 동참 계획

국내에서도 서울·분당·대구·부산 등지를 중심으로 고급 레지던스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먼저 롯데그룹이 최초로 럭셔리 레지던스를 표방한 ‘엘시티 더 레지던스’를 부산 해운대에 건설 중이다. 101층 타워 1동과 85층 타워 2동 규모로 85층 2개 동에 561실을 레지던스로 운영한다. 롯데는 서울 잠실롯데월드 타워에도 레지던스를 분양 중이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메리어트도 대구에 호텔&레지던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철 회장은 “고급 호텔 서비스를 레지던스에 접목한 지금의 흐름이 반갑다”면서 “부산에서 가장 높다는 식의 규모로 경쟁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건물,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 럭셔리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부산 해운대의 쇼핑과 관광 중심지인 신세계 센텀시티는 해운대 일대 호텔보다 광안리에서 접근성이 더 좋다는 점에서 가치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의 평당 분양가는 3300만원, 광안리 켐핀스키는 27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동렬 노블 노마드 이사는 “2008년 부지 매입 당시는 지금만큼 광안리가 주목받기 전이어서 합리적인 분양가를 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스기사] 한국과 켐핀스키호텔의 인연- 삼성의 신경영 선포 장소

켐핀스키 호텔이 국내에 알려진 건 23년 전인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 임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 신경영을 선포하면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본에서 한·독 정상회담 이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난 후 베를린을 방문했을 당시 숙소가 베를린 켐핀스키호텔이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베를린 방문 당시에도 숙소로 사용됐다.

호텔은 5성급(특1급)이 최고 등급이지만 그보다 럭셔리한 호텔을 6성급 호텔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두바이 버즈알아랍 호텔과 켐핀스키 두바이호텔은 7성급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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