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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창업은 과정이자 수단이다 

고교 때 창업 두 번 쓴맛 … 실패 인정해야 원인 보여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정보공유 온라인 플랫폼 온오프믹스에 대해 양준철 대표는 “행사 관련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공유 온라인 플랫폼 온오프믹스의 양준철(31) 대표는 업계에서 유명한 엔지니어다. 프로그래머이자 서버 전문가, 포토샵부터 동영상 편집까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던 것은 7살 때 아버지에게 받은 MSX2 컴퓨터 덕분이다. 당시 양 대표의 아버지는 함께 다니던 회사 직원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아들에게 줬다. 7살 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컴퓨터를 물로 깨끗하게 청소한 것. 컴퓨터가 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 “책을 보고 그대로 코딩을 따라했다. 책에 나온 것을 그대로 따라서 코딩하면 게임이 되고 뭔가 되는 게 그렇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7살 때부터 엔지니어로서 첫 발을 내디딘 것. 초등학생 때는 사설 BBS를 운영했고, 리눅스를 다룰 정도로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중학생 때는 서버 전문가가 됐다.

7살 때부터 컴퓨터 코딩 시작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창업을 꿈꾼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업을 함께 했는데, 실패했다. 누나와 나는 할머니 댁에 맡겨졌고, 어린 나이에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1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진학을 앞둔 양 대표는 전국의 특성화 고등학교에 e메일을 보냈다. ‘창업을 하고 싶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당돌한 내용이었다. 당시 창업 붐이 불고 있던 때지만, 학생에게 창업 지원을 해주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연히 답변을 보내온 고등학교는 없었다. 창업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반가운 e메일 한통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청담정보통신학교에서 왔다.

양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17살 때 시작됐다. 웹 에이전시 일을 하는 ‘티투디엔(T2DN)’이라는 회사를 학교에서 마련해준 공간에서 창업했다. 10명의 임직원은 모두 10대 고등학생. “같은 학교 친구도 있었고, 창업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왔다”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매출도 올렸다. 당시 창업 붐이 한창인 때였지만 고등학생 창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서도 유명 인사로 꼽혔다. 하지만 세상은 고등학생의 성공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회사 운영을 두고 파벌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직원들이 나를 탄핵까지 했는데, 기업 조직법에 따르면 대표를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양 대표는 웃었다. 부당한 계약서를 강요하면서 일을 맡기려는 이들도 나왔다. 1년 반 만에 고등학생의 창업 신화는 막을 내렸다. 창업 실패 후 의기소침해 있는 그에게 3개월 후 23살의 사회 선배가 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20대 초반의 창업자가 가상현실(VR) 관련 사업을 하는데 나에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달라며 공동창업을 제안했다.” 사업 내용은 좋았다. 3개월 만에 1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처음에는 순조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나중엔 공동대표가 불법으로 약을 수입해 파는 일까지 했다. 두 번째 창업은 양 대표에게 2000만원의 빚만 남겨놓았다. “CTO를 맡으면서 서버 같은 장비를 내 이름으로 계약해서 생긴 빚이었다”고 회고했다. “공동대표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20살의 나이에 첫 직장에 들어갔다. 2003년 12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를 시작으로 나무커뮤니케이션 사업기획팀, 첫눈 콘텐트기획팀, 투어익스프레스 R&D 센터, CDNetworks 기반연구실 등 IT 전문 기업에서 6년 9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컴퓨터로 못하는 게 없었고, 동료들이 불편함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서 인정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창업했던 경험을 토대로 대표의 눈으로 회사 시스템을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눈에는 불편한 시스템, 고쳐야 할 관습, IT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걸 여전히 손으로 처리하는 것 같은 불편함이 보였다. 회사의 문제점은 그대로 직언을 했다. “한마디로 일은 잘하는 데 싸가지(?)는 없는 직원이었다”며 웃었다. 회사 경험 덕에 그에게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직원 관리, 기업 문화 만들기, 특허 등록 관련 정보, 정부사업 지원 같은 다양한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창업 실패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들이었다.

세 번째 창업인 정보 공유 온라인 플랫폼 온오프믹스를 떠올린 것은 직장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회사에 다닐 때 각종 세미나와 온라인 컨퍼런스를 많이 찾았는데, 일일이 정보를 입력해 회원 가입을 하는 게 매우 번거로웠다. 또한 회사에서 행사를 할 때 관련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시간과 돈을 쓰는 게 불합리해 보였다”

한 번 회원가입을 하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행사 기획부터 홍보, 행사에 관련된 물품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08년 온오프믹스라는 사이트를 인수했다. “당시 온오프믹스 사업은 지금과 큰 차이가 있었지만, 온오프믹스라는 이름이 너무나 좋았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양 대표와 고등학생 때 만났던 이상규 부사장 단 둘이 시작했지만 온오프믹스는 기대주로 인정받았다.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비즈스파크에 선정됐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5000만원의 상금도 받았다. 2010년 2월 법인을 설립했고, 그 해 8월 한국의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의 제 1호 인큐베이션 업체로 선정되면서 첫 펀딩도 받았다. 2012년에는 10월에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1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2013년 7월 업계 선배들과 벤처캐피털(VC)이 함께 참여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4월에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와 개인투자자가 7억원을 투자했고, 5월에는 ES인베스터와 3명의 개인투자자가 5억3000여만원을 온오프 믹스에 투자했다. 해외에서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어고 있다. “온오프믹스는 행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케이터링부터 영상중계, 물품 구입까지 모두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재창업의 성공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실패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인정해야만 원인을 찾게 된다. 그 후에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창업을 목표로 삼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창업은 과정이고 수단이다. 창업을 목적으로 생각하면 방황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2016년 양 대표의 목표는 100만명 회원 유치와 해외 진출이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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