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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년 맞은 ‘구글 캠퍼스 서울’ 임정민 총괄] 서울을 글로벌 스타트업 중심지로 

1년 동안 80개국 1만3000명이 회원 가입... 스타트업 9곳121억원 유치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빈 브라더스’다. 캠퍼스 서울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카페인데, 매달 커피 전문가들이 엄선한 커피를 서비스하는 커피 스타트업이다. 이곳은 캠퍼스 서울 입주사 직원이 아니더라도 회원에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캠퍼스 서울을 찾는 창업가, 국내외 투자자, 담당 공무원들로 하루 종일 북적인다. 임 총괄은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찾으며 캠퍼스 서울을 꾸려왔다.

6월 13일 오전에도 임 총괄은 이곳을 찾았다.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구글 글로벌 직원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 컨설팅을 제공하는 행사다. 이를 위해 6개국 12개 도시에서 모인 구글 직원 12명이 한국을 찾았다. ‘구글 글로벌 전문가 위크’ 프로그램은 13일부터 2주 간 진행했다. 세계 곳곳의 구글 직원을 한국에 부르는 아이디어도 캠퍼스 서울 팀이 냈다. 임 총괄은 현장을 중시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점이 무엇인지 살피다 아이디어를 얻었다. 임 총괄은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행사를 기획했다”며 “구글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시장의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년 동안 7500명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


▎지난해 4월 캠퍼스 서울의 첫 입주사인 ‘레트리카’ 직원들이 짐을 풀고 있다.
캠퍼스 서울은 2015년 5월 문을 열었다. 당시엔 ‘구글의 의도가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캠퍼스 서울이 문을 열 당시 임 총괄은 ‘어떻게 해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미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테헤란로 일대에 자리했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캠퍼스 서울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 한국 스타트업에 새로운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해야 했다.

1년이 지나며 평가는 우호적으로 바꿨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을 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실제 수치도 긍정적으로 나왔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1년 동안 1만 3000명 이상의 창업가, 투자자, 창업 준비자 등이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80개 이상 국적의 창업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중 30%는 여성이었다. 입주사 전용 공간에서는 지금 7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입주사와 졸업한 스타트업 9곳은 지난 1년 간 총 121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캠퍼스 서울 직원은 모두 5명이다. 이들이 1년 간 450건의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운영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엔 아무 때나 찾아가도 뭔가 볼거리가 있었다. 캠퍼스 서울이 자체 기획한 프로그램도 90개다. 입주사가 아니더라도 회원 가입을 통해 창업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캠퍼스 서울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가는 총 7500명에 달했다.

캠퍼스 서울에선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설문 조사를 진행하며 자료를 모았다. 지난 1년 간 카페에서 만난 벤처인과의 대화도 많은 도움이 됐다. 격식 없이 커피 한잔 나누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캠퍼스 서울 입주사 대상 설문 조사도 진행했다. 성과를 거두지 못한 행사에서도 배웠다. 특정 인물과의 멘토링 세션을 준비했지만 너무 낮은 참석률에 민망했던 행사도 있고, 기업인과 구직자 간 매칭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수요가 어긋난 일도 있었다. 행사는 많지만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총괄은 다각도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다. 하반기엔 행사 수를 줄이고 품질을 더 높일 계획이다. 요청이 가장 많았던 리쿠르팅 관련 행사도 늘리고 있다. 최근 캠퍼스 서울 리쿠르팅 데이엔 300명 넘는 인원이 몰리고 있다. 참석한 스타트업 상당수가 행사 당일 직원을 채용한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했다. 임 총괄은 “캠퍼스 서울은 지난 1년 간 입주사 및 캠퍼스 서울을 찾은 창업가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계속 소통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제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지원하고 나아가 서울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년차 스타트업 성장 프로그램 확충

이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하반기 내내 진행할 계획이다.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 확대를 위해 다른 구글 캠퍼스를 방문하는 구글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기에 ‘구글 글로벌 엑스퍼트 위크(Google Global Experts Week)’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영업·마케팅·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 세계의 구글 직원들이 방문해 국내 스타트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팁을 공유한다. 멘토링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캠퍼스 스타트업 스쿨(Campus Startup School)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 세션을 진행한다. 성장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집중 멘토링을 제공하는 ‘스케일업을 위한 캠퍼스 멘토링 (Campus Mentoring: Scaling for Growth)’ 프로그램도 새롭게 시작한다. 외부 파트너 외에도 구글플레이, 머신 러닝,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담당하는 구글 내부의 전문 인력들이 멘토링에 참여해 기술·창업·디자인·법률·투자 분야에 대한 교육 및 멘토링 세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각 산업군별 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및 네트워킹을 돕고, 투자 가능성을 모색하는 ‘캠퍼스 바이 인더스트리(Campus X Industry)’,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직원들 대상으로 도그푸딩 테스트를 하는 것에 착안해 스타트업이 신제품 출시 전에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캠퍼스 도그푸더(Campus Dogfooders)’ 등의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인다.

임정민 - KAIST에서 산업 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및 공학 석사 학위를, UC 버클리에서는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구글에 입사하기 전에는 소셜 게임 회사인 로켓오즈(RocketOz)의 CEO로 재임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SoftBank Ventures Korea)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도 일했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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