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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국가를 운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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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의 본질은 이윤 극대화세계화 속의 살벌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기업은 업계 평균 대비 훨씬 뛰어난 실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업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도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에는 위대한 CEO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스스로의 책임과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고, 그들이 알아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재량권을 주고, 관리하려 들지 않았다. 오늘날도 위대한 기업은 고객이 기업의 동반자가 된다는 생각을 추구하면서 나름의 혁신전략을 세워 꾸준히 실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기업 활동의 본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기업은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지만 이윤을 극대화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주주가치 제고도 중요하지만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국가의 목표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나, 성장 중심이냐 분배 중심이냐는 이념 논쟁이 불붙기도 한다. 민주화, 양극화 해소, 지역균형 발전 등 목표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업 역시 이윤 극대화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법적·윤리적 책임이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목표가 여러 개 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돈을 잘 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국가의 목표는 다양하기에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국가 경영에서는 기업 경영과 달리 어느 한 목표를 포기하는 게 어렵고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존재하기에 딜레마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정책 목표가 상충관계에 있을수록 딜레마는 커진다. 정책의 수혜자가 있는 반면 손해를 입는 계층도 생기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정책의 효과에 대해 비용 편익 분석을 제대로 해서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설득, 소통,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국가의 경우 기업처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CEO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아우르는 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목표가 다양하고 정책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부분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관계를 제대로 조정하고, 기득권층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압박하는 것에 굴하지 않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능력이 그래서 절실하다.국가 경영은 기업 경영자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도자는 최대 기업 집단 종업원의 몇 백배가 넘는 국민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들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까지 감안해야 하므로 국가가 고려해야 할 변수는 몇 백 배의 제곱 이상이 된다. 더구나 기업의 경우는 아무리 규모가 크고 사업 분야가 다양하더라도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국가는 전혀 성격과 철학이 다른 수십만 개의 사업부가 공존하는 셈이다. 국가 경영이 기업 경영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에 입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점에서이다.
국가 지도자는 조정·협력·소통 능력 탁월해야크루그먼이 말하는 핵심은 정부는 큰 원칙만 정하고 세부적인 운영은 경제 주체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할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지 정부가 몇 개의 핵심 산업을 지정하고 선도해 나간다면 자칫 기업의 혁신만 저해하고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잘나가는 기업은 좌고우면할 필요가 국가만큼 있지 않다. 국가 경영은 한 부문이 잘되면 다른 부문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개별 기업의 경우 CEO의 리더십과 전략에 따라서는 모든 사업 부문에서 고용과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고, 시장점유율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다르다. 예컨대 내수시장만 봐도 한정된 소비자를 놓고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로 국가 회계는 기업 회계와 다르고, 노동법은 기업의 인사관리와 다르고, 금융통화정책은 기업 재무관리와 다르다.그래서일까? 크루그먼은 정치 지도자가 돈이 결부된 문제에 대해 기업가의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국가 경제에 조언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가 지도자가 기업적 사고를 가질 경우 지나치게 효율성 위주로 갈 수 있음을 경계하는 주장으로 들린다. 국가는 투입과 산출의 균형을 추구한다. 재정의 수입과 지출 간의 잉여가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종종 적자재정을 편성하기도, 흑자재정을 편성하기도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세대 간 부담을 줄이고 형평에 맞는 것이다. 기업은 효율 중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평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는 그래서는 곤란하다.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며 기업과 달리 목표가 이타적이다. 다른 국가·기업·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아울러야 한다.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화두다. 이와 관련 크루그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정치가 양극화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경제가 양극화 된다”고 말한다. 정치와 행정은 특정 지지자들의 목소리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 분열과 대립보다는 통합과 화해로 가는 것이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크루그먼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진보주의자의 입장을 강조한다. 그에게서 ‘진보주의자의 거침없는 향기’가 난다. 부유층에 세금을 많이 물려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그는 현대판 로빈훗인가? “미국은 평등한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서방 국가에 비해 기회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맞잡고 독존이 아닌 공존의 시대를 맞아야 한다.”그의 독설에 찬성하고 반대하고를 떠나 현대 사회에서 국가 지도자에게 특히 요구되는 덕목이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고 갈등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게 국가 경영이 기업 경영보다 어려운 대목이고 핵심이다. 국가의 수반은 적절한 균형의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최적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아우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유연하고 뚝심 있는 인내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갈등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 행정이나 제도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같은 지표에 대하여 OECD 국가의 패널데이터를 활용해 회귀분석을 실시하는데, 우리나라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 효과성이 낮을수록, 소득불균형이 높을수록 사회 갈등은 높게 마련이다. 화(火, 갈등)를 잘못 다스리면 화(禍, 재앙)가 되나, 잘 다스려 화(和, 통합)를 이끌면 화(華, 좋은 결실)을 이루게 된다. 이것이 국가 경영이다. 사회갈등지수를 조금만 낮춰도 1인당 국내총생산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OECD 국가 중 사회갈등지수가 가장 낮은 네덜란드와 독일은 노사 대타협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탄탄한 경제 성장을 달성했고, 지금도 유럽에서 잘 나간다.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경제적 양극화 생겨국가 경영에는 정치권을 포함해 여러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갈등관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과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려는 지방정부,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국민의 자세 모두가 중요하다. 갈등관리와 신뢰 회복이 국가 만들기(nation building)의 기본이다. 그러나 영국 캐머런 총리의 호소에도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세찬 태풍이 부는 걸 보면 모두를 아우르는 국가 경영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1953년 2월~):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1974년 예일대를 졸업하고, 1977년 MIT에서 로버트 솔로우 교수의 지도 아래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결합한 학문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신교역이론을 주창해 리카도가 주장한 전통적 비교우위 이론에서 벗어나 다양성이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무역의 이익을 설명했다. 1990년대 아시아 개도국의 금융위기를 예견해 주목을 받았다. 학문적으로는 신케인즈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로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의 도덕성까지 들먹이면서 칼날을 들이대곤 했다.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 물가, 복지, 소비자, 국제금융, 통상, 대외경제 분야에서 일했다. 미주개발은행 이사실에서 한국 대표로 근무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