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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위험은 코 앞에 닥치면 불치병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현명한 군주란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일만이 아니고 먼 장래에 있을 분쟁까지도 배려해야 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이에 대처해야 한다. 위험이란 미리 알면 쉽게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코 앞에 닥쳐올 때까지 그냥 보고만 있으면 그 병은 악화되어 불치병이 된다.’ -군주론 3장
미국의 저명한 외교관 조지 캐넌은 1947년 소련을 먼 우주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에 비유했다. 우리의 눈에 반짝이는 별이 속으로는 썩어 들어간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상당수 서유럽 지식인들조차 사회 발전의 모델로까지 칭송했던 소련은 공산주의 내부 모순으로 붕괴하였고, 이 표현은 외견적으로 성공적인 조직이 내부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을 위험성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이 서로 마주쳤을 때 피해가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도 종종 충돌사고가 나는 이유가 있다. 배가 클수록 미리 변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달리 물 위를 떠 있는 배는 멈추어 서는 데도 많은 거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리 방향을 바꾸어 놓지 않으면, 앞에 뻔히 보고도 부딪히게 된다. 대형 유조선의 경우 제동거리가 20km 내외라고 하니, 수십km를 멀리 내다보고 미리 조치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는 유조선의 선장처럼 멀리 내다보는 시각이 필수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머리 위의 태양만 쳐다보고 있을 때, 산 너머에서 생겨나는 먹구름을 알아보고, 조직에 경고하고 미리 대비해 놓아야 한다. 특히 조직이 커질수록 리더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필요하다. 움직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거릿 헤퍼넌은 뇌과학에 근거해 위기의 반복 원인을 사람들의 뇌는 불편한 정보는 차단하고 편안한 정보만 수용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간의 본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히 시야가 좁아지고 위기가 반복된다고 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도구를 역사라고 파악했다. ‘우리에게 역사라는 좋은 도구가 있다. 역사를 공부해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관찰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경고음이 들려올 때 역사의 교훈에 비추어 보아서 크게 대응할 것인지, 그냥 무시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인류역사를 관통하는 경제활동의 본질은 가치의 창조와 전달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창조의 양상과 요소가 달라질 뿐이다. 돌멩이에서 강철로, 가축에서 엔진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핵심 요소가 변화해왔다. 오늘날의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 플랫폼과 생태계이고, 창조와 융합의 원동력은 이질적인 요소의 만남과 충돌이라는 긴장관계이다. 과거의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거나 현재의 연장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미래의 시각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과 제품의 수명주기가 길었던 과거에 산업은 고체처럼 존재해서 일단 산업구조와 지배적 기업이 형성되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글로벌 시장의 출현과 정보화 혁명은 산업을 액체나 기체처럼 바꾸어 놓았다. 경쟁 범위가 넓어지고 산업과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역동성이 높아졌다. 특히 디지털 혁명의 전개로 과거 분리되었던 산업을 접근시키고 통합시키는 경계의 종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새로운 경계선을 찾아나서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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