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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재택근무제의 숨은 뜻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닛케이 서울지국장)
도요타가 2016년 8월부터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다. 인사·영업·기획 등 사무직과 개발 등 기술직 직원 2만5000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1주일에 1회, 2시간만 출근하면 된다. 육아 등의 문제로 전일제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배려한 조치다. 재택근무제도는 여성 인력을 활용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겠단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크게 보면 기업과 직원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실험으로도 읽힌다. 직원을 나쁜 환경이나 높은 업무 강도에 노출시키는 것은 아닌지, 능력과 의욕이 있음에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없는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직원의 업무 만족도와 의욕·능률을 올리는 도요타만의 ‘인재양성’ 실험인 셈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2009년 취임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고민을 반복했다. 도요타는 2008년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 연속된 악재에 시달리며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에서 순식간에 적자 회사로 전락했다. 당시 도요타 사장이 내린 결론은 ‘실적과 판매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였다고 한다. ‘기업이 곧 사람이다. 오랜 기간 좋은 차를 생산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경영철학을 세우고, 곧바로 도요타식 인재양성을 시작했다. 직원에게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한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는 식의 보상체계에 한계를 느꼈다.

미국에서 ‘뉴트론 폭탄 CEO’ ‘전기톱 CEO’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뉴트론 폭탄은 건물엔 손상을 입히지 않고, 사람만을 살상하는 무기며, 전기톱은 나무를 가장 깔끔하게 잘라내는 도구다. 한마디로 인력·인건비 감축을 잘하는 CEO란 뜻이다. 일본에서는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직원을 가혹하게 부리는 ‘블랙기업’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사회적 비난을 견디지 못하거나, 직원을 너무 많이 줄인 탓에 활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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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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