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조건 

 

이강호 PMG 회장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해외에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니스 테러, 터키 쿠데타, 남중국해 갈등…. 국내도 그에 못지 않다. 북한 미사일 문제, 사드 갈등, 전직 판검사 구속 사태…. 이 복잡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우리가 사는 동안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주제로 하버드대에서 75년 동안 연구하고 있는 최장수 프로젝트의 테드(TED) 동영상을 받았다. 필자는 1년 전쯤 플라톤 아카데미 초대로 ‘글로벌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동서양을 비교해 보는 시간이라고 여겨서다.

테드 강연은 역대 최장 기간에 걸친 인생 연구인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에 관한 것이다. 1938년부터 75년 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했다. 첫 연구 대상 724명 중 60여 명이 지금도 생존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90대다. 이 연구의 첫 번째 집단은 하버드대 2학년들이었고, 두 번째 집단은 보스턴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난 소년들이었다.

소년들은 자라서 공장 인부, 변호사, 벽돌공, 의사가 됐다. 그중 한 명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수 만 페이지짜리의 인생 데이터를 통해 만든 이 연구의 교훈은 부나 명예에 있지 않았다. 중요한 메시지는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관계에 관한 세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첫째, 사회적 연결은 유익하나 고독은 해롭다는 것이다. 가족·친구·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더 긴밀할수록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며,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안정적이고 공인된 관계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관계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좋은 관계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오래 동안 동양사회의 규범이 되어온 논어에는 인생을 기쁘고 즐겁게 사는 세 가지 방향을 첫 장 학이(學而) 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논어 첫 장의 첫 째줄, 둘 째줄, 셋 째줄에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표기한 것은 아마도 그것이 가장 평범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추구하지만 실천적 해답을 얻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 요약하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人不知而不溫不亦君子乎(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이다.

필자는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 가장 가난했던 시절부터 선진국 대열에 오른 지금까지의 삶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준비하는 삶, 실행하는 삶, 주인공이 되는 삶,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삶, 만남을 소중히 하는 삶’으로 풀어서 강연했다. 서양에서 오랜 기간 실행한 인생 연구의 분석적인 연구결과나, 2000년 이상 삶의 지표가 되고 이는 동양 고전의 내용이나, 보통 사람인 필자가 인생살이에서 터득한 경험적 삶에서나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바로 ‘좋은 관계’다. 주변과의 ‘좋은 관계’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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