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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죽카페 하이브런치 심우열 회장] 죽 쒀서 필리핀에서 팔죠 

로열티+총매출액의 3% 받는 조건... 5년 안에 10개국 1000호점 목표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죽을 쑤다’는 표현은 대개 부정적으로 쓰인다. 찰진 밥을 하려했는데, 결과적으로 질척한 죽이 됐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실패했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죽을 쒀도 성공한 사례가 있다. 죽으로 필리핀의 입맛을 사로잡은 ‘하이브런치’가 그런 경우다. 퓨전 죽카페 하이브런치는 7월 말 필리핀의 외식 업체 포에버리치(Forever Rich, inc.) 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했다. 단팥죽·호박죽 등 죽 메뉴를 기본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하이브런치는 현재 국내에서 3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3월 론칭해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국내 성장보다 필리핀 진출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심우열 하이브런치 회장은 “마닐라 시내 로빈슨 백화점에 약 200㎡ 규모의 1호점을 시작으로 연내에 25개의 매장을 오픈 키로 했다”면서 “로열티와 함께 총매출액의 3%를 받는 조건으로 우리가 투자한 건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식자재와 설비까지 판매하는 조건도 붙여서 매장이 늘어날수록 로열티 외 수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심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30년째 일한 베테랑이다. 1987년 멕시칸 치킨에 입사해 3개월 만에 가맹점 수십 개 유치에 성공, 사원에서 상무가 된 일화는 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내려 온다. 90년 2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직접 시작해 치킨·편의점·미용실·식당 등 15년 간 15개 브랜드 3000호점의 문을 열었다. 현재는 하이브런치와 계열사 등 8개 브랜드와 300개 가맹점을 두고 있다.

원래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많았나.

“30년 전에 목공기계 대리점을 운영했다. 그러다 딱지어음 사기를 당했다. 탈탈 털리고 나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두 딸에게 과자 사줄 100원도 없었다. 그때 ‘어떤 일을 시작하건 다시는 실패하지 않고 오래 하겠다’고 결심했다. 신문에 나온 한 줄짜리 모집 광고를 보고 들어간 게 멕시칸 통닭이었다. 그게 프랜차이즈 업계에 뼈를 묻는 계기가 됐다.”

3개월 만에 사원에서 상무가 됐다.

“절박함이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당시 본사 영업부가 8명이었다. 3개월 간 내 실적이 나머지 인원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상권을 분석하고 가맹사업을 하려는 분들께 좋은 점포를 구해드리려 노력했다. 하루에 3만보 이상을 걸었다. 그러려면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 신뢰가 쌓이면서 가맹점 주가 자기 가족, 친구를 소개해주면서 실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를 유심히 지켜본 회장께서 어느 날 부르더니 ‘자네만으로도 일당백이니 능력에 걸맞게 대우해주겠다’면서 상무이사로 일하라더라.”

그렇게 인정을 받았는데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반 만에 멕시칸에서 퇴사했다. 사실 안 좋게 나온 것은 아니고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멕코이 치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왔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하이브런치의 이번 계약은 포에버리치의 일방적인 구애로 성사됐다. 국내에서도 생소한 죽카페가 이역만리 필리핀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때론 우연한 계기가 생각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심 회장이 말한 계약 성사 과정은 이렇다. 지난 7월 보령 머드축제를 찾은 필리핀 관광객이 보령 터미널에 입점한 하이브런치에서 죽을 맛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맛있는 한국의 죽과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인상적인 카페가 있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이브런치 방문 인증샷을 올렸다. 이 관광객이 포에버리치 그룹 관계자의 지인이었고, 이 글을 본 포에버리치에서 연락이 왔다. 심 회장은 “당시 포에버리치는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 중이었는데, 단순한 카페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봤다”면서 “죽과 커피를 파는 디저트 카페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심 회장은 “연락 후 3일 만에 필리핀 방문을 요청했고 7월 19일 100명의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시식회를 가졌다”면서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보고 포에버리치 그룹이 ‘서둘러 계약하자’고 해서 접촉 후 한달 만에 계약이 초스피드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신선한 아이템에 반해서 계약 성사까지 됐다는 사연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 의문이 있다. 단팥죽과 호박죽 같은 메뉴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 같은데 무엇에 매료됐을까.

“나도 몰랐는데, 필리핀에도 죽이 있다. 야채죽인데 주로 상류층이 즐기는 음식이라더라. 가격도 비싼 편이다. 아무래도 필리핀의 주식이 쌀이고, 우리의 떡과 비슷한 음식도 있어서 통하는 게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죽은 우리의 미음 수준에 불과하다. 단팥죽과 호박죽, 전복죽 같은 메뉴를 먹어본 필리핀 업체 관계자들은 ‘이렇게 죽이 고급스럽고 맛있을 수 있냐’고 놀라워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가.

“그렇다. 한류의 영향이 강하다. 특히 상류층들이 한국 음식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났다.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이 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다’고 손사레를 치더라. ‘처음에는 매워서 눈물을 흘렸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가끔 김치의 매운맛을 안보면 힘이 안 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래서 그는 계약 때 필리핀에 문을 여는 하이브런치의 식재료 대부분을 한국에서 공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한국의 전복, 한국의 팥, 한국의 호박이 아니면 그것은 한국의 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포에버리치 그룹도 흔쾌히 심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심 회장도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있다. 15년 전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 1년 만에 무일푼으로 철수해야 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값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준비 없는 해외 진출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중국에는 어떤 아이템으로 진출했나.

“당시 ‘솥뚜껑 삼겹살’이란 브랜드를 들고 갔다. 우리가 투자한 돈만 43억원이다. 1년 만에 고스란히 그 돈을 날렸고 한 푼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의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 사람들은 주로 기름진 튀김 요리를 좋아하고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 그걸 감안해서 레시피를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 고춧가루를 덜 넣고, 중국인에게 익숙한 중국산 재료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음식도 아닌, 그렇다고 중국 음식도 아닌 정체불명의 요리가 됐다. 그러니 사람들이 발길을 끊을 수밖에….”

그런데도 해외 진출에 또 나섰다.

“이번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 음식이라면 무조건 통한다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색깔을 지키면서도 다른 나라사람도 좋아하는 메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이브 런치가 만드는 14종의 죽, 쌀로 만든 브리또는 특별히 거부감이 들지 않는 보편적인 메뉴이면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그게 먹힌 거다.”

심 회장은 필리핀 진출을 계기로 인접 국가와 일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와는 본계약을 전제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 밖에 일본 업체와 올해 안에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협상 중이며, 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업체와도 계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심 회장은 “하이브런치는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에 중점을 두고 만든 브랜드”라며 “5년 내에 10개국,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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