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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장기 소외주로 당분간 눈 돌려야 

건설·화학·철강·조선·은행업 이익 바닥 지나 ... 실적 전망치 살펴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러스트:중앙포토
summary | 장기 소외주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핑계 거리를 얻었다. 실적이 바닥을 지났다는 무기를 확보한 것이다. 이제는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언제부터 늘어날 건지만 판단하면 된다.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매도 일변도였던 매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 밸류에이션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초기에는 열등 기업의 주가 상승 속도가 우량 기업보다 빠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해 벨류에이션이 낮아졌기 때문인데, 상승 초기에는 낮은 가격이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역할을 한다.

8월의 증시 상승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화를 겪은 부분은 종목이다. 기존 중소형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와 장기 소외주가 새로 상승 대열에 참가했다. 앞으로도 종목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현재 유동성은 중소형주, 삼성전자는 물론 장기 소외주를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많다. 자금이 대규모로 공급됐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어떤 한 쪽이 길게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는 건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져서다.

중소형주에 대해 기대가 여전하지만 약점도 많다. 무엇보다 주가가 실적으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진 게 부담이 된다. 아무리 시장에서 인기가 좋아도 주가와 실적 사이에 괴리가 생길 경우 상승을 이어가기 어렵다. 지난 3년 간 자본금과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중소형주 주가가 실적을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주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8조~35조원 사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32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변동폭이 아래위 4조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중형주는 -0.1조~3조원 사이에서 매 분기 급변하고 있다. 소형주도 마찬가지다.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한 적이 있는가 하면 4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형주 공히 경제 상황에 따라 이익의 부침이 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익이 안정적인 쪽보다 급변하는 쪽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해야 하는데 실제 주가는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2013년을 바닥으로 중소형주의 이익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절대 규모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 대형주의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넘은 것과 비교된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이익이 한 단계 더 늘어나든지, 새로운 테마가 형성돼야 하는데 둘 다 만만치 않다.

중소형주 주가 부담스런 수준

이번 상승에서 가장 큰 수확은 장기 소외주가 상승 대열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건설·화학·철강주가 오르더니, 2분기에는 조선과 은행주가 상승을 이어받았다. 장기 소외주의 최대 강점은 주가가 낮다는 사실이다. 2분기 실적을 보면 업황이 바닥에 도달한 게 맞지만,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몇 달 간 상승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관성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장기 소외주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어 경기가 나쁠 때에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반면, 경기가 좋아질 때에는 바닥에서 몇 배, 심지어는 몇 십 배까지 오르기도 한다. 최근 상승은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재료로 모험적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1차 상승 이후 주가가 다시 오르려면 이익이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이 입증돼야 한다. 그와 동시에 하락 기간에 약화된 투자심리도 살아나야 한다. 장기 소외주의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해당 업종에서 최고 지위에 있음에도 주가가 80% 가까이 하락했다. 심각한 불황과 대규모 적자를 겪었기 때문인데, 이 후유증으로 반등을 넘어서는 상승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또 나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8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가 올랐지만 지표는 이전 고점이었던 2013년에 비해 좋지 않다. 2013년에 분기별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었다. 지금은 8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 늘어나서 이 정도인데, 향후 영업이익이 8조원대를 넘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부문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2013년 스마트폰 사업부의 분기별 이익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7조원대였다. 갤럭시S4는 출시 첫 분기에 2000만대의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지금은 스마트폰 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낮아졌고,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1700만대에서 700만대로 줄었다.

수급도 좋지 않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나 기관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마다 항상 주식을 순매수 했다. 탄탄한 수급 구조가 만들어졌던 건데, 이번에는 주가 상승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까지 매도에 나서고 있다. 오직 기타법인만 5조원 가까이 순매수를 했다. 이 주체가 삼성전자다. 매매동향만 보면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건이 과거만 못한 데에도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상황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대규모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이익의 편중성이라는 위험 요인을 안고 있었다. 이익이 갑자기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건데, 실제로 2013년 6월에 스마트폰의 부진이 감지되자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도 삼성전자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스권이 오래 계속되다 보니 특정 종목의 영향력이 커졌다. 전체 시장이 움직일 형편이 안 된다는 걸 투자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 에너지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관투자자는 외국인 매수에 대응해 삼성전자를 계속 내다 팔았다. 그 때문에 삼성전자를 시가총액 비중만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을 찾기 힘들어 졌는데, 이를 메우기 위한 매수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셋 중 장기 소외주가 괜찮아 보인다. 코스피와 코스닥과의 2분기 이익 증가율이 비슷했다. 중소형주와 대형주도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 2년 간 이익 패턴 역시 2분기와 유사했는데 코스피의 이익이 늘어날 때 코스닥도 같이 늘어나고, 줄어들 때 같이 줄었다. 이익 패턴이 비슷한 상황에서 중소형주가 얼마나 오래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소형주가 투기화 국면까지 간 점도 신경이 쓰인다. 1995~97년 이어진 중소형주 강세 때나 2000년 IT버블 때의 경험에 비춰 보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주가 상승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적보다 수급이 주가를 밀어 올릴 경우 투기성이 더욱 강해진다.

삼성전자, 실적 개선 이상의 이익 증가 필요

삼성전자의 상황이 좋아진 만큼 주가도 올랐다. 이제는 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많이 팔아 놓은 상태에서 주가가 올라 매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계속될 걸로 예상되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 힘들다. 진짜 상승은 상반기에 보여줬던 실적 개선 이상으로 이익이 늘어날 때에 가능하다.

장기 소외주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핑계 거리를 얻었다. 실적이 바닥을 지났다는 무기를 확보한 것이다. 이제는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언제부터 늘어날 건지만 판단하면 된다.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매도 일변도였던 매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 밸류에이션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초기에는 열등 기업의 주가 상승 속도가 우량 기업보다 빠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해 벨류에이션이 낮아졌기 때문인데, 상승 초기에는 낮은 가격이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역할을 한다. 현재 장기 소외주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하고 있다.

가격은 다른 어떤 것보다 영향력이 센 부분이다. 아무리 큰 악재라도 낮은 가격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와 달리 대수롭지 않은 호재도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소외 업종의 이익 전망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힘을 얻을수록 주가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움직일 수 있다.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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