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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 본부장] ETF 중심의 인덱스 펀드에 관심을 

액티브 펀드 포함 전통 펀드는 한계 이르러 ... '동적 자산 배분'이 필수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 본부장. / 사진:중앙포토
펀드시장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펀드매니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액티브 펀드가 죽을 쑤고 인덱스 펀드는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원인은 증권시장에서 독주(獨走)하는 삼성전자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시장 평균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는 보통 개별 종목 투자를 늘리고 삼성전자 비중을 줄여왔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만 상승하자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을 추월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하지만 홍융기(46)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 본부장은 액티브 펀드의 부진은 구조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8월 25일 서울 여의도 KB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홍 본부장은 "액티브 펀드를 비롯한 전통 펀드는 이제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인덱스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역전됐다.

"올해가 액티브 펀드에 매우 안 좋은 환경인 건 맞다.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보통 삼성전자 주식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독주하니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 액티브 펀드 성적은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액티브 펀드에 대한 실망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ETF 등 인덱스 펀드로 투자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액티브 펀드의 위기는 현재 수익률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액티브는 ETF 등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따라오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

"액티브 펀드는 역사적으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투자자에게 해왔다. 펀드에서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낼 거란 공언 등이 그것이다. 미국도 액티브 펀드를 파는 회사는 자사 상품이 S&P500 지수의 평균 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 못했다. 액티브 펀드는 한 해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 든 펀드가 다음해에 순위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돈을 회수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해외 펀드의 경우 환매하면 돈을 받는 데까지 최대 2주가 걸린다. 수수료 등 비용도 비싸다. 물론 인덱스 펀드도 액티브 펀드보다 수익률이 나쁠 때도 많다. 하지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한다. 지수가 성장하는 만큼의 수익을 준다. 보수도 비싸지 않다. 특히 ETF는 주식처럼 자유롭고 신속하게 사고 팔 수 있다."

세계적 현상인 건가.

"미국에선 인덱스 펀드의 효과를 투자자들이 1980년대부터 간파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계속 상승했다. 지수만 따라가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결정타는 2000년 초반 IT버블 붕괴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ETF 등 인덱스 펀드가 위험 관리에 유용한 투자수단이란 점을 일반 투자자가 인식하게 됐다. 일반 투자자와 투자 성향이 비슷한 기관도 ETF로 눈을 돌렸다. 결국 ETF와 인덱스 펀드가 호황이든 위기든 유용한 상품이란 걸 투자자들이 깨달으면서 액티브 펀드 인기는 시들해졌다."

아직 한국에선 인덱스 펀드의 투자 비중이 크지 않다.

"기관투자자가 아직 투자에 나서지 않아서다. 기관투자자도 개인처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려고 한다. 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웬만한 펀드매니저의 운용 수익률이나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진 ETF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상반기 좋은 성적을 낸 액티브 펀드들이 하반기 들어 시장이 출렁이면서 2달 만에 1년치 수익률을 까먹었다. 이것이 결국 발화점(이그니션 포인트)이 됐다. 그동안에도 들쭉날쭉한 액티브 펀드 수익률에 불만이 많았던 기관들이 ETF 등 인덱스 펀드를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펀드시장에서 ETF가 대세가 될 것인가.

"그렇다. 투자자의 목적은 돈을 버는 거다. 좋은 종목을 고르고 좋은 펀드만 계속 선택할 자신이 있거나,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으면 액티브 펀드나 주식 투자로도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럴 수 없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자산배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ETF다."

한국의 ETF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단기 매매가 대부분이다. 코스피 지수가 1900~2000선에서 머무르는 '박스피(박스권 코스피)'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을 이용해 지수의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 ETF를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법이다.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주가가 내려가는데 베팅하는 인버스 ETF나 더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레버리지 ETF 투자도 많이 한다.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어떤 점이 부족한가.

"선진국에서 정착된 자산 배분 개념의 ETF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ETF는 다양하다. 기초자산이 많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금도 있고. 여러 소재가 있다. 전체 자산 중에 어느 때는 주식을 다룬 ETF 비중을 키우고 시장 상황에 따라 원유나 금에 더 많이 투자할 수도 있다. ETF만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KB글로벌주식솔루션 펀드가 이런 개념의 상품인가.

"ETF로 구성된 펀드라는 점에선 조금 다를 수 있다. ETF가 편리해도 한국 투자자가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해외 시장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 전략적 자산 배분이 힘들다. 그래서 ETF를 펀드로 묶어 회사가 알아서 비중을 조정해 주는 것이 KB글로벌주식솔루션 펀드다. 글로벌 ETF에 투자하지만 한국 투자자에 맞춘 상품이다. 기존 글로벌자산배분펀드는 지나치게 미국 주식 비중이 컸다. 미국 비중을 낮추고 중국 비중을 키우는 등 한국형 자산 배분 공식을 만들었다. 전체 수탁고 122억 원 중 법인 자금이 82억원이다. 3분의 2 이상이 기관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좋은 ETF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

"일반인에게 ETF 투자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투자자가 자신의 자금 상황과 투자 목적에 따라 어떤 ETF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살필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매매도 곧바로 할 수 있다. 12월 초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ETF 외에 펀드도 볼 수 있다. 다른 회사가 동의하면 타사의 좋은 투자상품도 추천할 계획이다. 웹과 모바일뿐 아니라 은행 프라이빗뱅커(PB) 전용 버전으로도 제작 중이다. PB가 고객과 상담할 때 좋은 투자 추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 투자자에게 ETF 투자에 대해 조언한다면.

"ETF는 자산관리로도, 매매수단으로도 유용한 상품이다. 최근의 세계 금융시장은 주요국들의 정책 변수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 금리 인상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투자 환경이 순식간에 급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처럼 펀드·주식 등 투자상품에 한번 가입해 10~20년 장기 보유하는 게 '정답'인 시대는 지났다. 이는 주가가 한번 하락해도 단기간에 회복해서 다시 상승해야 가능한 투자 방법이다. 2000년대 이후엔 주가 손실 폭도 커졌고 위기 상황도 자주 온다. 오랜 시간 걸려 과거 수익률을 거의 회복했다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상승 기회가 오든 위기가 오든 상황에 따라 신속히 대처하는 '동적 자산 배분'이 필수다. ETF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투자수단이다. ETF의 비중을 키워라."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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