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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소닉티어 대표] UHD 방송 시대엔 돌비 뛰어넘는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입체음향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 음향표준 장악에 총력

▎박승민 소닉티어 대표가 서울 삼성동의 플루토 스튜디오에서 소닉티어가 개발한 소닉티어 오디오 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기자
고등학교 졸업 후 ‘스튜디오 장비 설계(SI)’를 하던 젊은이는 음향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1997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트 인스티튜트에 입학해 2000년까지 음향 공부를 마치고 2002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3D 음향, 즉 입체음향이라고 부르는 분야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장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입체음향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특허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부터 특허를 출원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특허로 등록이 됐다. 이때부터 입체음향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11년 4월 소닉티어(Sonictier, 소리의 선구자라는 뜻)라는 입체음향 전문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돌비가 장악한 입체음향 시장에 ‘제 2의 돌비’를 꿈꾸며 소닉티어를 창업한 박승민(45) 대표가 주인공이다.

국내외에 등록된 특허만 40건

‘소닉티어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박 대표는 “시네마, 홈 시어터에서부터 노트북 등 이동형 제품까지 모든 디바이스에 실감 음향 기술을 제공하는 사운드 업계의 이노베이터”라고 말했다. 소닉티어가 펼치고 있는 사업은 글로벌 입체음향 기업 돌비와 겹친다. 창업한 지 이제 5년 밖에 안된 한국의 스타트업이 돌비와 경쟁한다는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한국에는 돌비와 같은 입체음향 전문 기업이 없다”며 “소닉티어만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향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박 대표가 지금까지 걸어온 자취를 보면 허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KDB 지식재산펀드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도 20여 개의 입체음향 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60억원 정도를 투자 받았는데, 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자랑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28개국에도 13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고, 6건이 출원 상태다. 국내에서는 27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고, 7건이 출원돼 있다.

소닉티어가 집중한 것은 영화 입체음향 시장이다. 돌비와 DTS가 양분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다. 박 대표는 돌비와 다른 입체음향 기술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영화 스크린을 중심으로 전-후-좌-우-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해 입체음향을 선보이는 것은 돌비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전면 스피커 개수와 위치다. 돌비는 전면부 스피커를 한 줄로 만들었지만, 소닉티어는 위아래로 3줄을 설치했다. 이렇게 전면부에서 나오는 인물의 대사나 효과음에서도 위아래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박 대표는 “전면부 스피커를 위아래로 1줄(Layer) 이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관련 특허 6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5.1 채널이나 7.1 채널을 16채널, 32채널, 64채널 등 다양한 입체음향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스피커에서 대사나 효과음이 나오게 믹싱을 하는 게 우리의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201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오디오 프로세서와 코덱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입체음향에 관한 기술을 ETRI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40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입체음향 기술을 완성시켰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돌비보다 낫다고 자부하는 입체음향 기술을 완성했지만, 극장에서 받아줘야만 상용화가 된다. 전국 각지의 영화관을 찾아다니면서 기술을 소개했지만, 극장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 극장의 95% 정도가 돌비의 5.1 채널을 사용한다. 극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테스트도 거쳐야 했다”고 극장 설득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음향기술의 표준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환되는 콘텐트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이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비중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콘텐트의 녹음기술은 극장 상영을 전제로 제작할 때 이뤄진다. 결국 많은 극장 상영관에 설치된 음향기술이 가장 많은 콘텐트를 보유하게 되고, 음향기술의 표준이 된다. 후발주자인 소닉티어가 영화에 집중한 이유다. “지금은 CGV 여의도점 9개 전관을 포함해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20개관에서 16채널 기술을 받아들였다”고 자랑했다. 영화 [광해] [설국열차] [명량] [히말라야] [내부자들] [암살] [베테랑] [밀정] 같은 40여 편의 영화도 소닉티어의 입체 음향 기술을 채택해 16채널로 믹싱했다.

지난해까지 영화 입체음향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올해 집중하고 있는 것은 UHD(초고화질) 방송 시장이다. 고화질(HD) 방송보다 화질이 4배 더 선명한 UHD 방송은 내년 2월부터 지상파 방송에 도입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UHD 방송 송출이 한국에서 시도되는 것이다. 한국은 UHD 방송을 위한 영상과 음향의 표준도 선정했다. 음향 표준은 MPEG H 3D Audio다. 쉽게 이야기하면 멀티미디어 국제표준화 단체인 MPEG이 다음 세대 멀티미디어 콘텐트 제작 표준으로 10.2 채널의 입체 오디오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MPEG H 3D Audio 코덱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 퀄컴 등이 주도해 개발한 국내 기술”이라며 “처음으로 국내 기술이 한국의 음향 표준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MPEG H3D Audio 기술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은 기술 비율 대로 기업에 배분된다.

미국은 돌비 애트모스와 MPEG H 3D Audio 중에서 표준화 음향으로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UHD 방송의 테스트베드가 됐다. 한국에서 표준으로 정해진 MPEG H 3D Audio는 한국 기술이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면 돌비가 장악한 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돌비가 5.1 채널 7.1 채널 기술로 20여 년 동안 세계 음향시장을 장악했는데, UHD 시대로 넘어오면서 돌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입체음향 시장에서 성과

지난해까지 영화 입체음향에 집중한 것은 UHD 방송을 앞두고 소닉티어의 기술을 채택한 콘텐트를 쌓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시네마 시장을 잡아야 컨슈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며 “돌비가 서라운드 기술을 퍼뜨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영화 시장을 잡은 이유”고 설명했다.

소닉티어는 11월부터 소닉티어오디오(STA) UHD 프로듀서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를 내놓는다. 세계 최초로 UHD용 콘텐트 음향을 제작할 수 있는 플러그 인 방식의 소프트웨어다. 세계 음향 콘텐트 제작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프로 툴스(Pro Tools)와 누엔도(Nuendo)라는 프로그램에 플러그 인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존 프로그램에 플러그 인 방식으로 설치하면 UHD 방송에 맞는 10.2 채널 음향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자랑했다. “한국에서 UHD 방송에서 음향표준이 성공하면 내년 이후에 중국이나 미국 등의 UHD 방송 표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술로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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