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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콘 2016의 스타트업 전문가 2인의 조언] 지역 정체성 중시하는 인도인 특성 활용하라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인도 대학생 10명 중 9명, 창업 의지 … 이안 번스타인 “제품·서비스에 스토리 입혀야”
지난 10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창업,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스타트업콘 2016’이 열렸다. 국내 콘텐트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로, 올해 2회째다. ‘창업가가 묻다’ ‘예술가가 묻다’ ‘혁신가가 답하다’ 등 총 3개 트랙으로 진행됐고, 기조연설을 비롯해 창업가와 예술가의 강연과 파트너의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미국 디자인 기업 IDEO 공동창업자 톰 켈리를 비롯해 오픈소스 하드웨어 컴퓨팅 플랫폼 ‘아두이노’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 등이 참석해 스타트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로 꼽히는 작가이자 기업가 라슈미 반살은 ‘역동적인 인도의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로봇 BB-8을 제작한 스타트업 스피로의 공동창업자 이안 번스타인은 ‘브랜드와 제품에 스토리를 넣어야 성공한다’라는 강연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을 만나 한국 스타트업계에 던지는 화두를 들어봤다.

기업가정신 알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인도 스타트업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라시미 반살이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출간된 [취업보다 스타트업(ARISE, AWAKE)]은 인도의 젊은 창업가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로 꼽히는 라슈미 반살(Rashmi Bansal)이다. 인도의 명문 소피아대학을 졸업하고, 인도 아흐메다바드 경영대학원(IIM Ahmedabad)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기업가정신과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리는 작가로 나섰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책은 25인의 인도 청년 창업가의 기업가정신을 다룬 [Stay Hungry, Stay Foolish](2012년)다. 세계적으로 80만부가 팔렸다. 반살은 “시티은행 같은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해본 적이 있는데,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찾았고, 그게 글쓰기였다”고 전업작가로 나선 이유를 말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스타트업콘 2016 연사로 강연한 후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도 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인도 젊은이들은 큰 꿈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젊은이에게도 인도 청년들의 역동성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난 이유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요즘 인도는 젊은 창업가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지난 1분기 인도의 경제성장률(GDP)은 7.9%로 중국보다 높았다. 이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 반살은 “1990년대만 해도 인도는 유선전화 개통에만 5년이 걸릴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했다”면서 “2014년 출범한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를 시작으로 디지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등을 추진하면서 사회적인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인디아를 통해 광섬유 통신망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확충에 집중한 덕분에 스마트 기기 확산이 빨라졌다. 이 흐름을 타고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500여 개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이 5년 동안 4500여 개로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반살은 “인도 대학생 10명 중 9명은 창업 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모디 정부도 규제를 풀고,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세계도 인도 창업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규모는 50억 달러(약 5조54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90% 이상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먼 등을 포함해 미국의 퀄컴, 중국의 바이두가 인도 스타트업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창업가들에게 “인도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 인재를 활용하면 인도에서 창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는 개봉 한 달 만에 세계에서 18억8854만 달러(약 2조1213억원)를 벌었다. 2015년 매출 순위 1위, 역대 매출 순위 3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대히트와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이 영화 속에 등장한 로봇 BB-8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 속의 로봇이 실제로 출시됐다. 미국의 스타트업 스피로(sphero)가 스마트 기기로 작동할 수 있는 커넥티드 로봇 BB-8을 내놓은 것. 지난해 이 로봇은 전 세계에서 100만 대가 팔렸다. 2010년 9월 스피로를 공동창업한 이안 번스타인(Ian Bernstein)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스타트업콘 2016 연사로 나서 “제품과 서비스에 스토리를 접목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살 때부터 우연한 기회에 로봇에 취미를 가지게 됐다. 미국 뉴멕시코 테크대학과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취직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회사가 재미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디자인 회사를 창업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로봇 만드는 회사에서 4년 동안 일했다. 12살 때부터 취미로 했던 로봇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스피로 창업 이유를 밝혔다. 그가 생각한 아이템은 스마트 기기로 로봇을 작동하는 커넥티드 로봇. “2009년에 자료를 찾아보니 그런 로봇이 없었다.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2010년 스마트 기기로 작동할 수 있는 스피로를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올리라는 로봇도 출시했다. 투자자도 스피로를 주목할 정도로 스피로의 로봇은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소비자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 “우리 제품에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번스타인은 설명했다.

디즈니와 손 잡고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


▎스피로 창업자 이안 번스타인은 ‘스타트업콘 2016’에 연사로 참여해 스타트업의 성공 노하우에 대해 강연했다.
2014년 7월 월트디즈니가 진행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디즈니라면 브랜드와 제품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번스타인은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짧은 시간에 회사를 알리기 위해 스피로와 올리에 대해 설명하던 중 아이거 CEO는 “당신의 회사에 대해 알고 있다. 우선 이것부터 봐라”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은 스타워즈에 출연하는 캐릭터였고, 그중 하나가 BB-8이었다. “이것을 만들 수 있나”라는 아이거의 질문에 “물론이다. 바로 만들 수 있다”고 대답을 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하루 만에 샘플을 만들어 아이거에게 보냈다. “그럼 스피로가 이것을 만들어봐라”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 이후 1년 동안 제작에 매달려 BB-8을 만들었고, BB-8에 대한 라이선스도 받았다. 스타워즈라는 스토리와 결합한 BB-8은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8000만 달러(약 898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스피로는 스타워즈와 만나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BB-8의 성공으로 스피로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A robot in every home’, 즉 가정마다 로봇이 하나씩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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