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사업 재편에 적극 나선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6100억원에 동양매직 인수해 렌털사업 강화 … 호텔·면세점사업 확장하고 패션 부문 팔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SK네트웍스가 10월 11일 생활가전 렌털 업계 3위인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했다. SK네트웍스는 최종 매매대금 지급 등 과정을 거쳐 11월 28일 인수를 최종 완료한다. 지난해 연이어 대규모 인수합병(M&A)에서 고배를 마셨던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을 품에 안은 건 최신원(64) 회장의 ‘통큰 베팅’ 덕분이다.

유일하게 6000억원 대 인수 가격 써내

최 회장은 유일하게 6000억원 대 인수 가격을 써내 5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현대홈쇼핑·AJ네트웍스 등 인수 경쟁 후보를 따돌렸다. 특히 매각 측이 요구한 임직원 고용까지 떠안겠다는 조건도 수용했다. 최 회장은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가가 최대 1조원대로 치솟자 인수 실무진에게 “5500억원 이상이면 뛰어들지 말라”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인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6000억원 이상 써내야 한다”는 실무진 의견을 받아들여 과감히 베팅하기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이다. 최태원(56) SK 회장의 사촌형이다. 1999년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 4월 17년 만에 SK네트웍스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다. 1953년 최종건 창업주가 설립한 ‘선경직물’이 전신이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를 SK그룹 일가의 구심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살리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1999년엔 부실에 빠진 SK네트웍스를 살리기 위해 당시 최 회장이 경영하던 알짜회사 SK유통과 합병에 동의했다. 2003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 때는 보유한 SK네트웍스 주식을 모두 무상소각했다. 하지만 이후 틈나는 대로 SK네트웍스 지분을 조금씩 매입해 6월 말 지분을 0.53%까지 늘렸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주식을 다시 사는 게 아버지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SK네트웍스로 복귀한 첫날 최 회장은 서울 명동 본사에 출근해 최종건 창업주의 동상에 큰절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내가 오늘 왜 아버지께 먼저 절을 드렸겠느냐”며 “SK그룹의 모체인 SK네트웍스를 다시 반석 위에 올릴 것”이라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18층 건물 전 층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은 채 돌며 전 직원과 차례로 악수했다. 최 회장은 “개척과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창업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SK유통(SK네트웍스의 전신) 시절 돈을 많이 벌어준 것처럼 돈을 벌고 직원 사기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재계 오너로는 보기 드문 ‘해병대’ 출신답게 공격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게 동양매직 인수 건이다. 2014년 동양그룹에서 분리한 동양매직은 가스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과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제조·판매·렌털 회사다. 지난 8월 말 기준 렌털 계정이 90만을 돌파했다. 매출은 2013년 3219억원에서 지난해 3903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29억원에서 383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최근 렌털 사업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렌털 시장은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5년 16조9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관리까지 맡길 수 있는 렌털 수요가 늘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가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유통사업 네트워크와 렌터카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생활가전 렌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면세점도 최 회장이 주목하는 사업 분야다. 지난 10월 4일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었다. 워커힐 호텔 전반을 복합 리조트로 탈바꿈해 면세점을 강화하고, 새로운 관광 인프라 기반을 닦아 미래형 관광 레저산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면세점 규모를 총 면적 1만8224㎡, 순수 매장 면적 1만4313㎡로 기존 대비 약 2.5배 확장한다. 고급 리조트 전략의 상징인 워커힐 리조트 스파는 170m 길이의 인피니티 풀, 온천수가 흐르는 실내외 수영장, 계단형 가든 스파, 찜질 스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공원 전망대 등을 갖춘 모습으로 2년 내 완공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워커힐 면세점 재개장에 약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호텔 사업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워커힐 호텔 로비에 있는 계단을 없애고 지하 1층에 키즈클럽을 개장할 것을 지시했다. 가족단위 고객을 주로 받는 숙박시설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10월 10일엔 1978년부터 40년 가까이 써온 세계 최대 호텔그룹 스타우드의 ‘쉐라톤’이란 단어를 워커힐 호텔 앞에서 과감히 떼어 버리기로 했다.

워커힐이 토종 호텔임을 강조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포석이다. 검증된 호텔 경영 능력, 국내외 탄탄한 고객층을 지닌 ‘워커힐’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했다.

장기 렌터카 서비스와 차량공유 서비스, 자동차 정비, 긴급 출동·견인서비스 같은 ‘카 라이프’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올해 8월 기준 렌터카 차량이 6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 초 5만 대를 돌파한 지 반 년 만이다. 2018년까지 렌터카 수를 1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유통·제조를 겸해온 패션사업 부문은 성장성·시너지 효과 부진 등을 이유로 과감히 칼을 빼들었다. SK네트웍스는 현대백화점과 패션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652억원의 매출을 올린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은 매출 기준 국내 5위다.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DKNY·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 등 12개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 학생복으로 유명한 SK네트웍스가 패션 부문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그룹 전략과 맞닿아 있다. 패션 부문이 전체 매출(지난해 20조3553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3%)이 미미한데다 사업 특성상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회장이 복귀한 후 오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과감한 결정이 연거푸 나오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 매출 3년 연속 감소세

최 회장이 사업 재편에 적극적인 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다. SK네트웍스의 매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특히 매출 주력인 상사·정보통신·에너지 부문 실적이 감소세다. 지난해 7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11월 워커힐 면세점 사업 재허가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최 회장이다. 최 회장은 꾸준히 M&A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사 부문에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경쟁력 있는 분야를 키운다는 측면에선 M&A를 통한 자동차 렌털 사업 강화가 적절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1356호 (2016.10.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