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직급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상사와 부하직원은 공동운명체
“김 과장, 당신이 본부장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어?” 과장 시절에 본부장이 항상 묻던 질문이다. 처음 결재를 받을 때 몹시 당황했다. 본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두 번째 결재를 받을 땐 짜증이 났다. ‘나는 본부장도 아닌데, 그걸 왜 나에게 묻지? 그건 본부장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 내 기분이 어쨌건 본부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제나 물었다. ‘당신이 본부장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 대답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재를 받으러 가기 전에, 본부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2년 후에 지점 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점장이 뭘 고민하고 뭘 원하는지 훤하게 보였다. 지점장보다 한 직급 높은 본부장의 입장에서 2년 동안 생각했던 결과였다. 지점장은 나를 매우 신뢰했다. 자기 것만 챙기는 게 아니라, 지점 전체를 챙기는 안목이 있다고 칭찬했다. 지점장과 즐겁고 신나게 일했다. 물론 실적도 매우 좋았다.
생각의 차이 좁히는 과정이 경영활동“저는 부하직원들과는 관계가 좋은데, 상사와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부터 부하직원들을 보호하려고 하다 보니 상사와 자주 부딪힙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상사와 사사건건 부딪히다 보니, 부하직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실제론 부하직원들은 더 힘들게 만든다. 이들은 상사로부터 부하직원들을 보호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위험한 생각이다. 상사는 부하직원을 일부러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자기만 부하직원들을 챙기는 멋진 상사란 말인가?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같다. 이들은 상사에 대해 적대적이다. 사사건건 불만이다. 이래선 직장생활이 결코 순탄할 수 없다. 상사와 자신은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공동운명체다. 그런데 ‘상사 따로 자기 따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럴 때는 충돌할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한 방향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주어진 업무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곧 경영활동이다.상사와 부딪히지 않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자신이 두 직급 높다고 생각하라. 두 직급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 보라. 그러면 바로 윗 직급의 상사에 대해선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가 무얼 원하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B부장이 하소연 했다. “상사가 뭘 원하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하라고 했다가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하고, 내일은 또 말을 바꿉니다. 항상 말을 바꾸고 책임을 회피합니다. 일은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지만, 이런 건 도저히 못 견디겠습니다.” B부장에게 요청했다.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할 때 메모를 하면서 들으세요. 비록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항상 메모를 하십시오. 앞으로 3개월 동안 메모를 하면서 들으세요. 그 후에 메모 소감을 함께 이야기 해보기로 할까요?” 3개월 후에 B부장을 다시 만났다. B부장의 표정이 밝았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B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코치님, 메모 효과가 끝내주는데요!”B부장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처음엔 자기가 메모를 하면서 들으니까 상사가 약간 불편해 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지시를 정확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메모하는 거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상사의 지시가 신중해졌다. 즉흥적으로 말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을 바꾸는 게 사라졌다. 상사에게 나타난 변화다. 그것보다 더 큰 변화도 생겼다. 상사의 말을 메모하다 보니, 상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상황이나 조건이 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상사의 다음 지시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상사가 뭘 두려워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상사의 스타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상사는 자신의 욕구는 약하게 말하지만, 불안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실적을 내는 것을 못 견딜 정도로 힘들어했다. B부장은 메모 덕분에 상사에 대한 오해가 없어지고,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 없이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부장님, 더 멋진 걸 해보실래요?” B부장에게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매일 아침 10분 정도 상사에 대해 명상을 하는 겁니다. 해보시겠습니까?” ‘상사에 대한 명상’이란 상사의 현재 상황, 애로사항, 불안, 욕구 등에 대해 명상하듯이 집중하고 몰입해서 생각하는 걸 말한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10분 동안 상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케이스별로 상사와 대화하기 때문에 상사의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상사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무얼 불안해하는지 모르는 채로 일한다면,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건 자명하다. 상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한 발 앞서서 요구사항을 실천하고, 시키지 않아도 애로사항을 파악해서 미리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작업이 바로 ‘상사에 대한 명상’이다.
매일 아침 ‘상사에 대한 명상’ 해보길코칭을 하면서 자주 묻는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입니까?” 소비자·거래처·협력업체·부하직원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상사’라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상사란 나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상사는 일을 비틀어서 힘들게 만들 수도 있고, 쉽게 풀어 줄 수도 있다. 평가점수를 좋게 줄 수도 있고, 바닥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 승진을 시켜줄 수도 있고, 승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상사는 우리에게 최고 중요한 고객이 아닌가? 최고 중요한 고객에 대해, 그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상사에 대한 명상’을 아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하직원들에겐 온갖 정성을 다 쏟을 수 있지만, 상사에겐 체질적으로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건 자연법칙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상사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을 것이고, 진짜 나쁜 상사를 만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사에 대한 반감이 쌓였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이유가 어쨌건, 지금의 상사에 대해 마음속으로 나쁜 놈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나 행동으로 은연중에 드러날 것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원인이 되어 자신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이건 자해행위다. 그동안 얼마나 나쁜 상사를 만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상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상사가 ‘현실의 상사’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