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논리보다 신뢰·공감이 중요돌이켜 생각해 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변명을 하자면, 정해진 시간에 토론을 끝내고 싶었다. 그냥 끝내는 게 아니라, 멋진 결론을 도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이게 바로 함정이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결국 그 내용을 실행하는 건 사람이라는 걸 망각한 것이다. 급한 마음에 운동화 끈도 묶지 않고 달리려고 했다. 어떤 근사한 결론도 그걸 실행할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간과했던 거다.며칠 후에 또 사고를 쳤다. 강의를 하는데, 참가자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실제로 엉뚱한 질문이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생각했다. 그 참가자의 질문을 무시해버렸다. 그 순간부터 그 참가자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강의를 전혀 듣지 않았다. 어떤 경우라도 참가자의 질문은 존중돼야 한다는 걸 스스로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터라 어이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순간 나는 똥개에 불과했다. 개에게 공을 던지면 개는 그 공을 쫒아가서 물어온다. 그러나 사자에게 공을 던지면 사자는 공을 쫒아가는 게 아니라, 공을 던진 사람을 향해 덤벼든다. 문제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교훈이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그 문제를 쫒아가지 말고, 그 문제의 본질과 그 문제를 감당해야 할 사람을 먼저 보라는 뜻이다.얼마 전에 TV에서 ‘남궁인’이라는 의사가 말했다. “말은 인공호흡입니다. 말을 통해서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메모까지 해가면서 외웠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보다 더 강렬했다. ‘입술에 30초가 가슴에 30년’이라는 말이 있다. 강의 때 가끔 인용하는 말이다. 실제로 20여 년 전에 선배에게 들은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처럼 남아 있다.이번 일들을 통해 비싼 수업료를 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내 직업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걸 남에게 가르칠 순 없는 일 아니겠는가?의견 차이가 크거나 심각한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할 때는 더욱 더 문제에 매몰되면 안 된다. 문제에 빠지는 순간 상대방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문제를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을 보라고 하는 거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입장에 있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그렇게 결론이 나면 그 사람이 어떤 곤경에 처하겠는지, 그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내 생각대로 결론이 났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긴 게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진 거다.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해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반대의 경우가 생각난다. A임원의 만류에도 D부장은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다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상황이 발생했다. A임원이 물었다. “코치님,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얼마나 큰 손해인지, 그 일은 누가 수습해야 하는지 묻고 난 후에 말했다. “이번 경우엔 야단을 치지 않는 게 좋겠네요. 먼저 D부장을 위로해주고 어떻게 수습할 건지 물어보세요. 그 분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잘해보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거라면서요? D부장도 자신이 잘못한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어차피 뒷일을 D부장이 수습해야 하는 거라면 더욱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일을 챙기기 전에 먼저 사람부터 챙겨야 합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A임원은 나의 조언대로 했다. D부장은 감동했다. D부장은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결국 그 일은 잘 수습됐다.
내 생각대로 결론 나도 결코 이긴 게 아니다아직도 큰 소리로 부하직원을 야단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도 나처럼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면, 그 자리에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마이너스다.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면 관계는 나빠질 것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일하게 될 것이다.직급이 높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직원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성격이 급해서 화를 잘 낸다는 거다. 그러나 알면서도 잘 안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내심으론 화를 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내는 거다. 이들은 상사에겐 화를 내지 않는다.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30층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어내리겠는가? 절대로 뛰어내리지 않을 거다. 결과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2층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어떨까? 망설일 거다. 잘하면 하나도 안 다칠 수 있고 다치더라도 중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는 데도 실천이 잘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내심으론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천하지 않는 거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