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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한마음으로 만든 새로운 희망 

 

세종 =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2664개 마을의 자율적·창의적 활동 사례... 농촌의 새로운 활력소

▎제주도 제주시 신도2리 주민이 직접 가꾼 바닷가 마을길. 신도2리 마을은 제3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농촌 운동 부문 금상을 차지했다.
2004년 4월 양파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4㎏당 2000~3000원 하던 양파 가격이 1000원 밑으로 하락했다. 작황이 좋았던 데다 수입 양파까지 밀려든 탓이다. 대부분 주민이 양파 재배로 먹고 살던 하남 마을(현 양떡메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한 해 벌이가 엉망이 될 판이었다. 주민들은 모여 머리를 맞댔다. 마을 특산물인 양파와 쌀, 콩을 직접 가공해 팔기로 결정했다. 양파는 양파즙으로 만들어 팔고, 쌀은 떡으로, 콩은 메주로 가공해 판매하기로 했다. 마을 안에 농산물 가공 공장도 차례로 세웠다. 마을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5년 주민이 모여 또다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논의 끝에 마을 이름도 바꾸기로 했다. 양파의 ‘양’, 쌀로 만드는 ‘떡’, 콩으로 만든 메주의 ‘메’ 한 글자씩 땄다. 전국 곳곳의 지명으로 꽤 흔한 ‘하남’을 버리고 마을 이름을 양떡메로 바꿨다. 마을 특산품을 좀 더 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이제 양떡메 마을에서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모두 주민 손으로 이뤄진다. 양떡메 마을 성영수 운영위원장은 “주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마을 내 공장에서 바로 사들이는데 농협보다 훨씬 좋은 값을 쳐주고 있다”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마을 주민이고, 수익도 마을 안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을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라 주민들은 가공식품의 품질에도 공을 더 기울였다. 이제 양떡메 마을에서 나는 특산품을 직거래로 사들이는 도시민은 현재 1만 명에 이른다. 성영수 운영위원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벌리지 말고 이익을 마을로 다시 돌아가게 하자는 주민 간 합의가 일찌감치 있었다”며 “덕분에 10여 년 전 양파값 파동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을 주민의 소득과 문화 혜택, 복지가 늘었다”고 전했다. 주민을 위한 무료 공동 급식소, 노인의 날 행사, 댄스·풍물 동아리 등 모두 마을 가공사업에서 올린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이름까지 확 바꿔


8월 31일 대전시 KT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3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 체험 분야 1위인 금상을 차지한 양떡메 마을의 성공 스토리다. ‘함께 만들어요. 행복한 우리 마을’을 슬로건으로 2014년 출발한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함께 주관한다. 참여 열기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있다. 2014년 1회에 1891개였던 신청 마을 수는 2회째인 지난해 2017개로 늘었다. 올해 참여 마을은 2664개로 32.1% 급증했다. 이번 콘테스트에선 89대 1에 달하는 예선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오른 30개팀 17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경연을 벌였다. 금상은 4개 마을, 1개 읍면, 1개 시군에 돌아갔다.

경관 환경 분야 금상은 경남 하동군 매계마을이 차지했다. 마을 주민이 직접 나서 가꾼 매화 산책로, 주민이 목수 교육까지 받아가며 만든 ‘맷골 민박’, 마을에서 난 농산물로 차려낸 ‘잭살할매밥상’이 매계마을의 자랑이다. 콘테스트에서 마을 대표를 맡은 강훈채씨는 “매화꽃길뿐 아니라 옛골 도랑, 마을 동산, 우물터, 빨래터 복원도 연차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며 “자연환경 해설사, 수목 학습 교육 같은 마을 주민 스스로 배우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농촌 운동 분야 금상은 제주 서귀포시 신도2리 마을이 수상했다. 신도2리 주민들은 제주 특유의 품앗이 문화 ‘수눌음’을 통해 복사꽃길을 가꿨다. 이 길은 현재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모드락 축제’도 마을 주민의 노력으로 일궜다. 해안 쓰레기와 가로수 주변 잡초 제거도 주민의 손으로 직접 해내고 있다. 이정현 신도2리 마을 대표는 “폐자원 비닐, 농약병을 거둬 되팔아 만든 수익으로 꽃 모종을 구입하고 있다”며 “비닐 농사를 많이 짓지만 마을 어느 곳에서도 방치되거나 버려진 폐비닐을 찾을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 복지 부문 금상은 충남 태안군 이원면 만대 마을이 수상했다. 밀물과 썰물 차이가 큰 바다에서 나는 ‘깜장굴’이 특산물인 만대 마을은 2007년 큰 위기를 맞았다.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다. 이영희 전 만대 마을 이장의 설명이다. “사고 직후 바다와 바위가 까만 기름으로 뒤덮였는데 닦고 퍼내도 끝이 없었다. 굴에선 기름 냄새가 나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기름 사고로 마을은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전화위복이었다. 마을이 단순히 먹고 사는 곳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누려야 할 곳이란 걸 깨달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10년 세월이 흘러 마을은 달라졌다. 마을 출신 도예가 양승호씨가 시작해 태안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나오리 생태문화 예술제’를 비롯해 주민이 창작해 펼치는 ‘만대 강강술래 공연’, 주민이 직접 가꾼 ‘솔향기길’은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참여

시군 분야 마을 만들기 금상은 경남 거창군, 읍면 분야 농촌 운동 금상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이 각각 받았다. 농촌 운동 금상의 주인공인 안덕면의 담당 공무원 오인순씨는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환경 감시단이 불법 쓰레기 해결에 나선 결과”라며 “지난해 도내 환경 정비 분야 평가 우수 읍면으로 수상됐을 만큼 성과가 컸다”고 전했다.

다른 수상 마을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을 분야 소득 체험 은상은 전북 완주군 안덕 마을, 동상은 충남 당진시 올미 마을이 수상했다. 입선 수상 마을은 경기 용인시 학일리 마을과 충북 영동군 임계 마을이다. 문화 복지 분야 은상은 경남 밀양시 신안운심문화 마을이, 동상은 경북 칠곡군 어로1리 마을이 차지했다. 문화 복지 입선 마을은 충북 충주시 수회 마을과 부산시 대흥 마을이다. 경관 환경 부문 은상은 전북 진안군 두원 마을, 동상은 제주 제주시 청수리 마을이 받았다. 경관 환경 부문 입선은 강원 횡성군 어둔리 마을과 전남 영암군 구림 마을이다. 농촌 운동 은상은 경북 상주시 밤원 마을, 동상은 충북 증평군 통미 마을, 입선은 전북 임실군 중금 마을과 전남 광양시 지랑 마을에 돌아갔다.

콘테스트 심사위원장인 최수명 전남대 교수는 “상을 받은 마을의 장점과 특징은 다양하지만 주민과 참여와 열정만큼은 다들 차이가 없었다”며 “3회째 이어지고 있는 콘테스트에서 발굴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마을 만들기 활동 사례를 적극적으로 전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에 퍼져있는 행복한 마을 고유의 자원을 콘테스트를 통해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를 통해 발굴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마을 만들기 활동 사례를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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