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그래도 믿을 건 사람 밖에 없다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행동의 결과보다 의도·과정 중시해야... 알아주고 믿어줘야
“직원들이 회의 시간에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말하게 할 수 있을까요?” 코칭을 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대개의 경우, 직원들이 말하지 않을 땐 이유가 있다. 말을 하면 면박을 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도 몰라? 당신은 항상 부정적이야! 생각 좀 하고 말합시다!” 등의 비난이 돌아온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말하지 않는다. 보호본능이 작동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현명한 대처방법이라는 걸 몸으로 터득한다. 답답하다고 면막을 주더라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여긴다. 둘째, 어떤 의견을 제안하면 덤터기를 쓰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 좋은 것 같은데, 당신이 한 번 해보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곧 바로 그 일이 주어진다.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쯤 되면 직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리더들에게 직원들이 왜 말해야 하는지 물으면,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야,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토록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면박주지 않고, 덤터기를 씌우지 않을 때 직원들은 비로소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직원들의 의견에 존중을 표시하면 금상첨화다. ‘그 아이디어 참 좋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평소에 생각 많이 했네!’

사람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보는 임원

얼마 전에 ‘그림자 코칭(Shadow coaching,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회의를 참관한 후 나중에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코칭 방식)’을 한 적이 있다. 이 회의를 주관하는 임원은 차분하고 침착했다.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회의는 시종일관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회의는 마치 심문을 방불케 했다. “그건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발표를 하는 직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회의를 진행하는 임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직원들은 매우 힘들어 했다.

새도우 코칭을 마치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했다.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까?’ 임원에게 피드백 했다. “상무님은 회의를 진행할 때 사람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임원은 당황했다. “제가 사람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본다고요?” 피드백의 내용은 이랬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그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사람은 결국 직원들이다. 그들을 추궁하는 건 의욕을 저하시키고 실행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해주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듣고 난 후에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말하는 순서를 바꾸라’는 게 피드백의 요지였다. 직원들이 어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충분하게 들어 준 다음에 지시를 하거나 명령해야 제대로 통한다. 좋은 의도를 알아주는 게 먼저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야 직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행동이나 결과로 평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의도나 과정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우리들이 빠져있는 ‘이중 잣대의 함정’이다. 부하직원의 일처리에 화가 난다면 호흡을 멈추고 생각해보자. ‘저 친구의 좋은 의도는 뭘까?’ 좋은 의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호흡을 멈추고 생각하는 짧은 시간을 통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정상적인 직원이라면, 자신의 좋은 의도를 알아주려고 노력하는 상사에게 기분 나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과장·차장·부장들을 대상으로 ‘어떤 상사를 믿고 따르는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답은 명쾌했다. ‘자신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상사’였다. ‘알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바로 좋은 의도를 알아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코칭한 적이 있다. 여러 방법이 논의되었지만 결론은 ‘충분하게 들어줘야 한다’는 거였다. 결국 그 일을 실행할 사람은 그 직원인데, 미리 사기를 꺾어버리면 좋을 게 없고, 충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또 변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명만 듣고 말 것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가 찾아낸 방법이 있다. 충분히 듣고 난 후에 그 직원에게 되묻는 것이다. ‘당신의 원래 좋은 의도가 뭔데?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건데?’ 충분히 들어주고 난 후에, 상대방의 좋은 의도를 알아주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코칭의 결론이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 이끌어내야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동기 부여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말은 옳은 말이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의도와 욕구에 알맞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행동할 따름이다. 다만, 그게 조직의 방향과 한 방향으로 일치하지 않을 뿐이다. 부하직원들을 동기부여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그들의 좋은 의도를 알아주자. 그게 훨씬 더 남는 장사다. 좋은 의도를 알아주는 건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을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면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오히려 헌신할 마음이 생긴다.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이 분은 모든 걸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누구 하나 앞장서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들은 그냥 시키는 일만 했다. 이 분은 사장임에도 별명이 ‘박 대리’다. 이 분을 보면 답답하다. 이 분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도 믿을 건 사람 밖에 없다.’

우리는 ‘믿을 만하니까 믿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에도 함정이 있다. 믿을 만한데도 믿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믿어주니까 믿을 만해진다’는 게 옳은 말이다. 신뢰의 고리는 이처럼 반대로 연결되어 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62호 (2016.12.0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