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업·국회·정부의 진정한 파트너십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 대상의 청문회에서 다룬 내용이 28년 전 5공 청문회와 거의 비슷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냄새를 맡아야 하고 또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다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심정적으론 대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확실하게 끊어버리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사회와 기업 그리고 정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렇다면 건설적이며 효과적인 파트너십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첫째,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지켜야 할 이해상충 회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해상충은 선출된 직업 혹은 전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행하는 전문적 판단과 행동이 추구해야 할 주된 이해관계가 부차적인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하게 영향을 받는 경우를 뜻한다. 이때 부차적인 이해관계가 금전적 이익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선출직의 경우 선거 때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동, 전문가로서의 승진,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제공한 부당한 편의도 포함된다. 이런 부차적인 개인적 이해관계 자체는 부도덕한 게 아니다. 그러나 사적인 이익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도덕적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제3의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두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도 차제에 정치인들의 이해상충 회피에 관한 법적·윤리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둘째, 기업과 정부 혹은 정치 간 파트너십이 부패의 관계로 변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제 중 하나는 바로 불필요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른바 지대추구행위가 생기게 마련이다. 부패의 수요 측면이다. 이상적인 상태만 생각하고 혹은 시스템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또는 인기영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는 전형적인 지대추구 행동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다.

셋째, 기업과 정부 간의 협력은 정경유착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파트너십으로 승화돼야 한다. 지난해 유엔에서 세계의 정상들이 모여 2030년까지 시행하기로 합의한 유엔의 새로운 목표인 지속가능개발목표 17개 중 하나가 바로 시민사회, 기업, 정부 간의 파트너십 확립이다. 세계의 문제는 너무나 복잡다기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의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효과적인 파트너십은 올포트(Allport)의 주장을 빌리자면 첫째,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기대하고 인지하면서 서로 협력할 때 가능하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서로를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둘째, 함께 추구해야 할 공통의 목표를 지니고 달성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파트너십이 구축된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트너십을 악용해선 곤란하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기업(인)을 대해서는 안 된다. 기업도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셋째, 법 관습 또는 권위 있는 기관의 지원이 있을 때 진정한 파트너십이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감시나 격려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364호 (2016.12.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