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과 전경련 해체 도마에 …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합병 옳았다” 입증 어떻게?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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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6일 대기업 총수 9명을 상대로 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이후 재계 안팎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여부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전경련 해체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 회원사들이 결정할 문제이나, 적어도 해체에 버금가는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이 단순한 재계 이익대변 단체로서 역할을 넘어 권력의 하수인, 정경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삼성 이 부회장은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해체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G 구본무 회장은 싱크탱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 전경련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는 방법과 시기의 문제다. 해체라고 해서 조직을 없애고 소속 인력들을 각 계열사로 재배치하면 끝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만 6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의 규모를 고려할 때 계열사 간 사업조정과 조율 기능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문제는 ‘법적 근거도 없이 막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합법성과 투명성을 갖춘 새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삼성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일까? 이것은 이 부회장이 스스로 찾아서 실행할 문제다.
통합 삼성물산 주가 옛 제일모직 때보다 낮아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의 발언 중 주목할 대목이 있다. 그는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의 부적절함을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합병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습니다. 합병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TV로 생중계되는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합병 과정의 결백이나 정당성을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합병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답은 쉽다. 기업가치의 상승이다. 삼성물산 같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는 ‘주가’로 나타난다. 결국 입증 방법은 주가 상승 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식으로 합병했다. 그리고 회사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바꿨다.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가 15만9000원대였는데, 합병 후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 12만9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약 18% 정도 주가가 빠진 셈이다.합병 당시 많은 논란에도 삼성그룹은 합병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인위적 작업들을 하지 않았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의 압력 등 불법적 요소가 없었다면, 합병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는 누가 뭐래도 주가 상승이다. 합병 무렵의 주가 회복이 아니라,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주가를 유지해야 합병이 옳았음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할까?미래전략실 해체 문제부터 한번 보자. 이 부회장의 발언은 예정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들은 청문회에 대비해 보름 이상 답변서를 준비했지만 미래전략실 해체 내용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돌발 발언이었을까. 이 부회장은 “최순실에 대한 지원 부분은 어떠한 변명이 소용없을 정도로 부적절한 조치였음을 인정한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일견 현장에서 즉석결단을 내린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삼성 관계자들은 “즉흥적 답변이라기보다는 이 부회장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오던 내용을 이 기회에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삼성은 그동안 그룹경영과 성장을 이끄는 세 가지 축 가운데 하나로 컨트롤타워의 존재를 지목해왔다. 그룹 전체 경영상황을 살피며 조기경보기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긍정적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은 총수 일가 지원 조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거론되었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 후계자 입지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것은 과거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와 삼성SDS BW(신주인수권 부사채) 저가 인수 문제였다. 두 가지 모두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구조조정본부가 중심이 돼 실행했던 사안들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까지 당한 마당에 이를 그룹 내 별도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이 부회장은 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청문회 전 이미 미래전략실 축소 또는 해체와 관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고 한다. 삼성 안팎에서는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살리면서 투명성과 합법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인력 기능을 축소해 삼성전자로 이관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렇다. 현대자동차 내 전략·재무·인사·대외담당 등의 주요 조직들은 현대자동차 업무를 주력하는 하는 팀과 현대자동차그룹 전체 업무에 주력하는 팀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미래전략실 기능을 삼성전자로 이관해 놓으면 나중에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부문을 합병할 때 삼성물산으로 컨트롤타워 기능이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관련한 삼성의 고민은 해체 시점 그리고 삼성전자로 기능 이관 때 ‘과연 진정한 해체냐’는 외부의 시비에 대한 우려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점에 대해서는 특검 조사, 그룹 내 인사문제 등이 엮여 있어 일러도 내년 3월 이후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삼성물산 주가는 이 부회장의 의지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합병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이 부회장의 바람은 실현될 것인가. 삼성물산의 주가 움직임은 크게 세 가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첫째는 건설부문 수익성, 둘째는 자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사업 성과, 세째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화 가능성 등이다.
건설부문 수익성, 바이오사업 성과 중요한데…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 손들어 보세요”란 말에 기업 총수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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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건설부문 부실을 대거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건설부문의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정도로 수익성 개선이 뚜렷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11월에 상장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 43.4% 보유)의 경우 바이오 사업의 특성상 성과가 금방 가시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삼성물산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한 뉴스들은 즉각적으로 삼성물산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삼성물산은 항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수혜주로 불린다. 하지만 지배구조는 매우 불확실한 부분이다.삼성전자가 지난 11월 29일 기업분할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을 때 삼성물산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날 주가는 하락했다. 분할하더라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삼성전자가 밝혔기 때문이다. 시장이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과정은 대략 이렇다. 삼성전자가 먼저 인적분할로 삼성전자홀딩스(지주회사)와 삼성전자(사업회사)로 나뉜다. 분할 후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삼성전기·삼성SDI·삼성중공업·제일기획 등의 지분을 갖게 되다. 그 다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 삼성물산은 일단 삼성그룹의 제조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상법개정안 시행되면 삼성전자 분할 유인 사라져만약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중간지주회사법이 통과된다면 삼성물산 같은 일반지주회사도 삼성생명 같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데 문제가 없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현재 지분율 19.34%)을 지배함으로써 제조와 금융 계열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전체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큰 걸림돌이 몇 개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이다. 여기에 기업분할 때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이 법안이 통과·시행된다면 삼성전자가 기업분할을 할 유인이 사라진다. 삼성으로서는 첫 단추부터 어긋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시행되기 전 삼성전자가 분할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고, 11월에 삼성전자가 외부기관에 분할검토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을 때 예상은 들어맞는 듯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의 합병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사실 삼성전자가 아직 분할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설령 추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해도 공개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방어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특히 최순실과 엮이면서 흠집이 난 상태다.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보여준 ‘속 시원하지 못한’ 답변 때문에 정치권으로부터도 ‘점수’를 별로 따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무엇을 믿고 합병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청문회에서 공언했을까. 합병에 부정이 없었다는 점을 호소하기 위해 전략은 아니었을 텐데, 여전히 궁금하다.한편, 전경련의 경우는 한국경제연구원과의 통합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그룹이 발을 빼기로 하면서 현상 유지는 불가능해졌다. 싱크탱크로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전경련의 조사연구 기능은 한경연과 통합하고, 전경련 사무국은 대거 축소해 단순한 재계 친목단체로 남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경련 완전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일부 총수들이 해체 자체에는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축소 및 기능통합 과정을 밟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