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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으로 본 PB상품 흥행공식] 더 넉넉하거나 딱 맞거나 더 다양하거나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타깃 고객에 맞춰 용량·맛 등에 변화... 협업으로 경쟁력 높이기도

▎CU의 빅요구르트 시리즈(왼쪽)와 GS25의 240mL짜리 ‘레쓰비마일드’.
자체 브랜드(PB) 전성시대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앞다퉈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받고 인기 제품 반열에 오른 것도 제법 있다.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비운의 제품도 적지 않다. PB상품의 흥행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사칙연산으로 PB상품의 흥행공식을 풀어봤다. BGF리테일 김석환 MD기획 팀장은 “히트 PB상품은 타깃 고객에 맞춰 용량·맛 등에 변화를 주거나, 경쟁력 있는 다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유통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기존 상품과 달리 차별화된 틈새 아이템과 높은 품질의 PB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하기 | 푸짐해야 맛있다

지난 2014년에 선보인 편의점 CU의 ‘Big 요구르트’는 일반적인 소규격 요구르트의 4.5개 수준인 270ml다. 한 병만 마셔도 든든할 정도다. 출시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기가 여전하다. 일반 제품에 비해 4배 이상 팔리며 요구르트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을 늘린 데는 고객 인터뷰와 빅데이터 분석이 주효했다. 20~30대 여성들이 통상적으로 소규격 요구르트 4~5개 분량을 선호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단맛이 너무 강한 점은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착안, 합성 감미료 대신에 천연 레몬 과즙을 사용했다. 청량감은 높이고 깔끔한 뒷맛이 나도록 한 것이다. 역시 CU에서 판매 중인 ‘든든하지롱 숯불김밥’은 재미있는 이름처럼 ‘든든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김밥은 1줄이 8개로 구성된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한끼 식사로 부족한 양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해 중량을 60% 늘렸다. 총 12개 덩어리로 구성된다. 푸짐한 양과 씹는 맛이 살아있는 이 제품은 11월 말 현재 CU 전체 줄김밥 매출 3위에 올라있다. GS25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20% 늘린 240mL(1000원)짜리 ‘레쓰비마일드’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보다 200원 비싸다. 하지만 대용량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체 캔커피 시장에서 200mL 미만 제품의 매출 비중은 38%로 지난해보다 6%포인트 줄었다. 이와 달리 200mL 이상 캔커피는 6%포인트 증가한 62%를 기록했다.

빼기 | 1인 가구에 맞춰 소량만


▎CU의 1리터 PB 생수 ‘미네랄워터’(왼쪽)와 세븐일레븐의 소용량 식빵 ‘PB골드식빵’.
푸짐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지나치게 푸짐한 양은 구매를 꺼리게 만든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에서는 1인 가구 맞춤형 소용량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수다. 보통 생수 1병은 2리터 용량이다. 하지만 1인 가구 입장에선 이 양이 부담스럽다. 냉장고도 작은 제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몸집이 큰 2리터 생수를 보관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CU는 업계 최초로 1리터 PB 생수 ‘미네랄워터’를 선보였다. 높이 21cm, 폭 8cm의 아담한 크기는 소용량 냉장고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다. 올 상반기 일반 생수의 매출 신장률이 23%인 반해, 1리터 생수 제품은 56%의 신장률을 보였다. 아침 식사를 직접 차려 먹기 힘든 1인 가구에게 식빵은 인기 메뉴다. 하지만 이 역시 양이 많으면 오래 두고 먹어야 하고, 빵맛이 변할 수도 있어 불편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소용량 식빵인 ‘PB골드식빵’을 선보였다. 제품 안에는 달랑 식빵 2개만 들어 있다. 아침 한끼 양이다. 하지만 제품의 질은 대용량 식빵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밀가루를 물과 함께 가열하거나 뜨거운 물로 반죽을 하는 탕종법으로 만들어져 탄력있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기존 식빵보다 1.2cm 더 두꺼운 3cm로 만들어져 수분 보유율도 38% 끌어올렸다는 것이 세븐일레븐의 설명이다.

곱하기 | 콜라보 제품 전성시대


▎CU 백종원 도시락 라인업.
어쩌면 PB상품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인지도 모른다. 특히 도시락 분야의 협업이 활발하다.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MOU(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백종원 레시피를 접목해 도시락·주먹밥 등 가성비 높은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해당 상품들은 SNS 등에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에 편의점이 등장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소주·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매출 1위에 등극하는 이변까지 낳았다. 올 상반기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 3000개의 취급 품목(담배 제외) 중 ‘백종원 한판도시락’의 매출이 가장 높았다.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과 ‘백종원 맛있닭가슴살’도 각각 3위와 8위를 기록했다. 매출 상위 10개 상품 중 도시락이 3개였다. 이런 덕에 CU의 상반기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2.2% 성장했다. CU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최대 블록 장난감 제조사인 ‘옥스포드’와 함께 배송 차량, 이동형 편의점, CU 점포 등을 실제 PB 블록 장난감으로 개발해 한정 판매했다. 이들 상품은 현재 시즌2까지 출시되었으며 모든 상품이 출시 1주일 내에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중고장터에서는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올해 CU의 완구류 전체 매출도 덩달아 전년 대비 36.1%나 껑충 뛰었다. GS25는 최근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는 20~30대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디즈니와 손잡고 ‘유어스디즈니썸썸아메리카노’를 선보였다. 디즈니 캐릭터가 새겨진 컵 패키지와 캐릭터 자석 인형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GS25 관계자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믹스커피 대신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즐기는 고객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디즈니와의 협업으로 한층 더 즐겁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최근 동원F&B와 손잡고 ‘동원참치버거’라는 이색 햄버거를 출시했다. ‘동원참치라면’ ‘동원참치삼각김밥’에 이은 세 번째 제품이다. 동원참치를 넣어 만든 두툼한 참치까스에 양파 크림소스로 버무린 새콤달콤한 참치샐러드를 첨가해 참치의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김희재 세븐일레븐 조리빵 담당 MD(상품기획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참치를 활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나누기 | 한 번에 두 가지 맛 즐긴다


▎CU의 PB블록 장난감 달리는 CU.
중국집의 혁신은 짬짜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짜장면과 짬뽕을 모두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반반씩 두루 맛볼 수 있도록 한 그릇을 두 가지 메뉴로 나눈 것이다. 이런 시도는 PB상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CU가 선보이고 있는 ‘맵닭달닭 반반김밥’은 김밥 한 줄에 매콤한 닭볶음과 달콤한 간장 닭조림 토핑이 반반씩 들어간다. 김밥 한 줄에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1월 말 현재 전체 줄김밥 순위 4위에 올랐다. 역시 CU에서 선보이고 있는 ‘더불 쭈쭈바’는 상품명 그대로 포장 하나에 쭈쭈바 2개가 붙어있는 커플 아이스크림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튜브형 아이스크림은 막대 아이스크림(75g~80g)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130g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 먹기도 전에 녹는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더블 쭈쭈바’는 65g의 용기 2개에 담아 나눠먹을 수도 있으며, 혼자 먹는 경우 여분의 보관도 간편하다. GS25는 최근 빙그레와 함께 ‘유어스 끌레도르 와플콘’을 출시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반반 섞은 제품이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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