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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 폭 컸던 대형주에 주목하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증시 7년째 박스권에 머물 전망 … 증시 흐름 바꿀 호재 없어
2017년에도 선진국 경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과 일본 경제도 바닥에 도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추세적 회복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주요 국제기구의 경제 전망치에 반영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017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1%에 그칠 걸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5%대는 물론 작년 성장률 3%대 중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교역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형 구조여서 선진국 경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올해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 속도 빨라질 가능성 있어

거시 지표가 주식시장의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는다. 작년에 미국이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에서 보듯, 주가와 경제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지속 기간인데, 이런 상황이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경제 이외 다른 요인에 의해 주가가 상승할 경우 버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어떤 금융 정책을 펼 것인가는 올해 주식시장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 고용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이 3.5%의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에도 쉽게 나오지 않던 수치다. 이런 상태에서는 0%대 기준 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기업투자가 부진하고 달러 강세로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계소비가 이런 부담 요인의 상당 부분을 만회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경제 지표 움직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2017년이 정책 변경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금리 인상은 시작됐다. 10년 만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것이어서 그 효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의외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이익 전망 좋기는 하지만

기업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에 이익이 크게 늘어난데다 11월부터 주가가 올라 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덕분이다. 문제는 그동안 이익이 움직여 왔던 패턴이다. 과거 형태에 비춰볼 때 올해 기업 실적이 예상만큼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익과 매출 증가율은 네 개의 국면으로 움직인다.

첫째는 이익이 증가하는 반면 매출은 정체되는 상황이다. 비용 절감이 역할을 하는데,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게 되는데, 이때 주로 관찰된다. 네 국면 중 주가가 가장 강하게 움직인다. 세 번째는 매출이 늘지만 이익 증가율은 둔화하는 상황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공급이 증가해 제품 가격이 하락할 때 주로 나타난다.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모두가 줄어든다. 이네 국면을 지나면 매출과 이익의 순환 사이클이 완성된다.

이런 사이클은 2010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 2분기에 매출액과 영업 이익 증가율이 각각 12.3%, 95.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매출과 이익 급감이 1년 반 만에 급증으로 바뀐 것이다. 두 번째 국면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인데, 금융위기 직후 비용 절감과 원화 절하에 의한 가격 경쟁력 향상,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의한 경기 회복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2010년 4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5분기 동안에는 이익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매출은 늘어나 세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영업 이익 증가율이 95%에서 24%로 떨어지는 동안 매출액 증가율은 12%에서 48%로 높아졌다. 2014년 1분기부터 2015년 중반까지 1년 반은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네 번째 국면이었다. 영업이익의 절대치가 줄어들고 매출 증가율도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 하반기부터 1년간 매출이 정체하는 반면 이익은 늘어나는 첫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이익 증가율이 20%로 높아졌다. 2017년의 관심은 이익 증가에 필적하는 매출액 증가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매출 증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혹 매출이 늘어나도 규모가 크지 않아 과거에 비해 사이클이 축소되는 형태가 될 듯 하다. 매출과 이익이 최대로 늘어난다 해도 2016년 상반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금리 상승에도 주식시장의 자금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이 약해지긴 했지만 자금 이동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 굳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선진국으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국내 시장이 외국인 매수를 자극할 정도로 낮지도 않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10년 평균과 동일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상승해, 2017년에는 원화가 강세로 변하면서 외국인 매수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외국인 매수가 늘어나기 힘들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들어오는 데는 환율보다 주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당주에도 관심을

올해 주식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850~2150 사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융 완화정책이 약화하는 등 부담 요인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방향을 바꿀 만큼 강력한 변동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대형주 중 하락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는 예상과 달리 은행·건설·조선주가 상승했다. 주가가 오랜 시간 크게 떨어진 게 상승 동력이었는데, 실적이 바닥을 찍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올해도 이들 종목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작년만큼 매력도가 높진 않다. 주가가 바닥에서 상당 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투자 종목을 작년보다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는 주가의 높낮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이익이 뒷받침되는 대형주는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배당주는 올해도 여전히 관심을 모을 것이다. 금리와 배당률 간 역전현상이 일어난 상태여서 배당 자체의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367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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