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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금리 인상기에도 채권펀드 연 4~5% 수익 가능”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국내 첫 채권형 헤지펀드 선보여... 배당과 이자 수익 가능한 인컴펀드 관심 가져야

김현전(59) 흥국자산운용 대표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하는 일이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 글로벌 채권 자산운용사 핌코 등 외국계 증권사와 운용사 10곳에서 내놓은 리서치 보고서를 보는 일이다. 그가 주로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것은 글로벌 멀티에셋(자산배분) 관련 보고서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한 종목에만 투자해도 돈을 벌 수 있었고 투자 성적이 나빠도 선진시장은 2~3년, 이머징은 4년 정도 기다리면 회복됐다”며 “그러나 저금리·저성장시대가 이어지고 주식시장도 정체되면서 이제는 자산을 배분해 확실한 1%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성장주에 투자해 수익을 내던 그로스형 투자에서 확정 수익이나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인컴형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5월 대표 자리에 앉은 그는 인컴 상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기존의 인컴 펀드와 다르면서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핌코가 내놓은 무제약 펀드(unconstrained bond fund)를 알게 됐다. 무제약 펀드는 장기채 비중을 줄이고 하이일드채권(투기등급인 BB+이하 기업 채권에 투자),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아닌 채권 금리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 펀드는 그가 생각하는 인컴 상품으로 제격이었다. 또 회사와 잘 어울리는 상품이기도 했다. 흥국자산운용은 채권운용이 강점인 회사로 전체 상품의 75%가 채권형 펀드다.

그렇게 상품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4월 무제약 펀드를 본떠 만든 채권 헤지(hedge)펀드인 재량투자 1호를 출시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사모펀드다. 재량펀드는 국공채와 신용 등급이 최고등급인 ‘AAA’인 은행채, 한국전력공사에서 발행한 한전채를 담았다. 그는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라 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상품으로 알지만 본래 헤지펀드는 말 그대로 헤지(위험회피)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종목을 사거나 공매도하는 롱숏전략 접목

시장 반응도 좋았다. 재량1호에 이어 2호까지 출시된 이 펀드에는 2월 23일까지 47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수익률도 괜찮다. 재량투자 1호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현재까지 4.24%, 같은 해 8월 출시된 2호 펀드는 5.25%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채권 혼합형펀드 평균 누적수익률은 1.12%, 국내 주식형펀드는 -2.58%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비결은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은 파는(공매도) 롱숏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낮은 가격에 다시 사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사모 펀드에서 채권 공매도 레버리지(차입) 비율은 400%다. 예컨대 펀드 차입금이 1000억원이면 4000억원까지 빌려서 공매도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앞으로 채권에 투자해도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가격은 내려간다. 때문에 금리 인상시기에는 채권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그는 “금리 상승이 추세인 것은 맞지만 상품 구조상 금리 방향에 따라 수익률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펀드규모를 1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펀드는 사모펀드 특성상 최소 가입금액이 100억원이다. 소액 투자자들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래서 그가 고안해 낸 것이 펀드 투자를 위한 신탁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공모펀드에서는 채권 공매도 레버리지 비율이 20%에 불과해 이 상품 구조로는 공모펀드를 만들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신탁상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방식은 이렇다. 신탁상품을 만들어 투자자 100명에게 100억원을 모집 한 뒤 그 신탁 이름으로 사모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채권 헤지펀드에 이은 2탄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업계 처음으로 달러에 투자하는 ‘달러채권혼합40’ 펀드를 출시한다. 60%는 미국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보면 환율이 오를 때는 코스피지수는 떨어지고 환율이 떨어지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며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는 -0.7로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1% 떨어지면 코스피지수는 0.7% 오른다는 얘기다. 그는 “이 상품은 어느 한쪽이 떨어져도 수익은 꾸준하게 나오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2년 만에 펀드수탁고 72% 늘어

채권뿐 아니라 주식형펀드 상품에서도 그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지난해 중국 상장기업(IPO)에 투자하는 ‘중국차이나플러스’,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는 ‘미국배당우선주펀드’도 펀드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미국배당우선주펀드는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되 주가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우선주에 투자한다. 미국의 우선주는 매월 또는 분기별로 채권의 표면이자처럼 고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데 평균적으로 연 5~6% 수준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사업실적에 따라 연말에 배당률을 발표하지만 미국은 사전에 발표한다”며 “이렇다 보니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보통주는 주가가 빠지지만 우선주 대부분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설정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2.98%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주식형 펀드 지난 1년 누적 수익률은 -9.13%다.

이 회사의 펀드 수탁고는 지난 2014년 17조3515억원에서 올 2월 22일까지 29조8877억원으로 2년 동안 72% 증가했다. 업계 10위권에 머물렀던 흥국자산운용은 현재 8위다. 김 대표의 주식 운용 경력은 3년으로 짧은 편이다. 지난 1986년 삼성경제연구소 산업분석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국제영업, 2005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최고 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했다. CMO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자산운용사 수장으로 올랐다. 김 대표는 “주식 운용경력은 짧지만 타 운용사 CEO들이 해보지 못한 영업, 마케팅, 상품개발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며 “사실 우리 회사는 은행이나 증권, 그룹을 가진 운용사들과 규모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 지금처럼 새로운 상품을 발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결과로 말할 수 있는 회사, 빅(BIG) 컴퍼니가 아닌 굿(Good) 컴퍼니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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