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직장인 조건, 역지사지와 공감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직장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 … 자기만 옳다는 치심(癡心) 버려야

▎종영된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지난주에 ‘임원의 자기 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한 임원이 물었다. “왜 임원들에게만 교육합니까? 직원들도 교육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웃으면서 그분에게 물었다. “억울하십니까?” 그분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왜 나만 교육받아야 하는가? 상대방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

얼마 전에 S기업 부사장을 인터뷰했다.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고 중요한 일을 맡기나요?” 부사장이 말했다. “역지사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실망했다. “너무 평범한데요.” 부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게 아닙니다. 평범한 거 같지만,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역량이 역지사지할 줄 아는 겁니다.” 그분의 말은 이랬다.

“자기 생각만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한폭탄입니다. 항상 갈등을 일으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언제나 다를 수 있습니다. 입장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고, 부서에 따라서, 지위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리더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능력이 서로 다른 의견의 조정 능력입니다. 상하좌우 서로 다른 의견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합니다. 역지사지할 줄 알아야 조직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역지사지 할 줄 아는 사람을 중용합니다.”

새롭게 코칭을 시작하는 H임원의 상하좌우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10년 넘게 코칭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혹평을 받는 분은 처음 만났다. 이분은 열정이 넘치고 애사심도 충만했다. 그 점에 대해선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했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는 부하들에겐 화를 내고, 동료를 무시하고, 상사에겐 끊임없이 설득한다고 했다. 자기 생각을 바꾸는 법이 없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분 때문에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특히 부하직원들은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좋은 평가 받으면 공정, 반대면 불공정

불교에서는 인간에겐 탐진치(貪瞋癡) 세 가지 독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한 가지가 치심(癡心)이다. 자기 생각만 옳다는 어리석음이 치심이다. 치심은 그냥 어리석음이 아니라 우리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독이다. 자기만 옳다는 생각은 ‘불통’을 넘어서 ‘죄악’이라는 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가치관과 신념대로 살아간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신념은 서로 다르다. 살아온 환경, 성별, 나이, 종교, 나이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자기 입장에서 보면 자기 생각이 항상 옳을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인간의 한계다. 내 입장에선 내가 옳고, 상대방의 입장에선 상대방이 옳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충돌하기 쉽다.

조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해결책을 찾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조직엔 항상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요즘 평가 공정성이 화두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평가 공정성을 주제로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평가가 얼마나 공정한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자기에게 좋은 점수를 주면 공정하고, 나쁜 점수를 주면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평가 공정성을 다르게 생각했다. 평가제도가 가진 한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험을 했다. 자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해보라고 했다. 만약 자신이 상사라면 어떻게 평가하겠는지, 일정한 자료를 주고 평가를 요청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가가 불공정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의 평가 결과가 상사가 평가한 것과 거의 같았다.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니까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했겠다’식 대화법 필요

이유는 역지사지다. 물론 쉽지 않다. 어쩌면 절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리가 없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존중해 주는 것을 공감이라고 한다. 공감과 역지사지는 모두 내 입장에서 잠시 벗어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S기업 부사장의 말에 따르면, 역지사지할 줄 아는 능력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이다. 또 다른 S기업의 C전무는 주장한다. “소통은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겁니다. 자기 생각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지시고 일방적 전달입니다.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를 확인하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하는 게 소통입니다.” C전무가 말하는 소통의 비결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섭섭했겠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열 받았겠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신났겠다.’ 선배 N코치의 인간관계 비결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했겠다.’ 정말 절묘한 대화법이다. 자신의 생각도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생각도 존중하는 대화법이다. 역지사지 대화법이다.

‘저 친구 왜 저래?’ 상대방에게 기분이 나쁘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해결책이 아니다. ‘왜 저 친구에게 기분이 나쁘지? 내가 기분 나쁜 이유가 뭐지?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뭐지?’ 이렇게 자신에게 스스로 묻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다. 그리고 관점을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저 친구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이게 바로 역지사지다.

불교에서는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한다. ‘아, 내가 이걸 몰랐구나. 이게 이런 거였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게 깨달음이다. 직장엔 깨달음의 기회가 도처에 존재한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으려고 노력하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순간이 된다.

‘깨달음, 그거 별것 아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안다. 그러나 정말 어렵다. 여든 넘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78호 (2017.04.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