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적·지방거점 LCC와 치킨게임 양상...
항공사 통폐합·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자 국내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 중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가한 모습이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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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갈등으로 한·중 노선 운항편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대체 시장으로 삼은 일본·동남아시아 노선에서는 아시아 지역 LCC들과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5개 LCC 사업자가 신규 취항을 추진 중이어서 공급과잉에 따른 치킨게임 우려가 나오고 있다.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3월15일 본격 시행되면서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3월 들어 19일까지 중국인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줄었다. 업계에선 3월 전체 감소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국내 여행 수요도 크게 줄었다. 한 항공사 임원은 “3월 15일 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 것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문제는 내국인의 중국 관광 수요 감소치가 예상의 두 배인 40%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4월 중국 여행상품의 예약 건수는 1년 전보다 44%나 줄었다. 5월 초 연휴 기간 중국 여행상품 예약 감소율도 36%에 이른다. 중국인들이 반한 감정을 드러내자 이에 맞서 반중(反中) 감정이 생겼고, 중국 현지 한국인 신변 안전 문제 등이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결국 LCC들은 중국 노선 운항 중단과 감편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은 4월 30일까지 청주~선양·닝보·하얼빈, 제주~취안저우 등 4개 노선을 운항 중단한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대구~상하이 노선을 운휴했던 티웨이항공은 제주~난닝, 인천~웨이하이 등 5개 노선에서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진에어도 4월 30일까지 제주∼상하이 노선 운항을 주 7회에서 주 4회로 줄이고, 제주∼시안 노선은 운휴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시안 노선을 4월 20일까지 기존 주 4회에서 주 2회로 감편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일단 4월까지 한시적인 조치지만 승객 감소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운휴·감편 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기 노선은 외국적 LCC와 경쟁 심화LCC업계는 일본·베트남·태국 등 대체 노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인가한 국내외 항공사의 정기편 항공 일정표에 따르면 3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하계기간 운항 편수는 국제선 총 344개 노선에서 왕복 주 4412회, 국내선 총 21개 노선에서 왕복 주 1935회로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LCC의 운항 횟수는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하계에는 주 892회였지만, 올해는 주 1143회로 늘었다. 한 LCC 관계자는 “중국 노선 확대를 감안해 항공기 도입을 늘려왔는데 난감한 상황이 됐다”며 “항공기를 놀리지 않으려면 기존 노선을 증편 운항하고 신규 취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마저도 일본·동남아 지역에 이미 안착한 아시아 소재 LCC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에 취항한 외국적 항공사는 지난해 하계시즌 228개 노선, 왕복 주 1691편에서 올해 208개 노선, 1603편으로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LCC의 주력 노선인 근거리 지역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홍콩(16.7%)·베트남(13.7%)·타이완(13.6%)·말레이시아(27%) 등에서 운항편수가 크게 늘었다. ‘한국 항공여객이 2020년까지 연평균 8.1% 증가할 것’이라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전망처럼 한반도 상공을 겨냥한 아시아계 LCC의 공세가 거세진 것이다.대만의 타이거항공은 3월 28일부터 제주~대만을 잇는 직항 노선을 열었다. 6월 7일까지 매주 2차례, 이후부터는 주 4회로 증편 운항할 예정이다. 인천~마닐라·보라카이, 부산~칼리보 노선을 운항 중인 필리핀항공도 1월 인천~클락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지난해 12월 인천~홍콩 노선에 주 7회 취항을 시작한 홍콩항공은 1월 들어 주 17회로 증편했다. 지난 연말에는 브루나이 국영항공사인 로열브루나이항공이 인천~반다르세리베가완 노선에 주 2회 운항을 시작했다. 브루나이 항공사가 한국에 비행기를 띄우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진행된 에어아시아의 2017년 첫 ‘빅세일’ 이벤트는 조기 마감됐다.
항공 서비스 세분화로 경쟁력 갖춰야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여행객 10명 중 6명이 LCC를 탈 정도로 점유율이 급성장하면서 신규 LCC 사업자도 늘고 있다. 현재 LCC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거나 추진 중인 곳은 플라이양양·에어대구·K에어항공·남부에어·포항에어 5곳이다. 그동안 적자로 운영됐던 청주공항·대구공항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자 지방자치단체와 향토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항공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제주, 해외에서는 일본·중국·동남아 등 중단거리 위주로 세를 확장해 온 LCC의 노선이 이미 꽉 찼다는 평가다. 최근 LCC업계가 줄줄이 요금을 인상한 이유도 수익성 악화의 대비책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월말 진에어가 주말·성수기 등의 할증운임을 5%가량 인상한 데 이어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제주항공 등도 최대 11%까지 요금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적 LCC와 국내 신생 LCC가 대거 진출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사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항공사의 통폐합이나 퇴출 등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회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전통적인 항공사와 LCC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으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17개 항공사가 경쟁하는 대만, 11개 대형사와 LCC 외에도 17개 지역 항공사와 전세항공·화물항공 등 소형 항공사가 경쟁하는 일본처럼 항공 서비스 공급 시장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료 인상보다는 다양한 수익 사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