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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단계 국내 항공 금융 날개 펴나] 시장 규모 6000조원(2033년) 전망, 대체 투자처로 주목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국내 금융투자업계 항공 금융 시장 진출 잰걸음... 해외 의존도 탈피 위한 제도 마련 시급

▎삼성증권은 3월 23~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글로벌 항공금융 시장에서 한국의 출현’을 주제로 ‘한국 에어 파이낸스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금융회사 관계자 400여 명이 참여했다. / 사진:삼성증권 제공
# A사는 최근 B씨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했다. B씨는 국내외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항공 금융 등 새로 각광받고 있는 대체 투자 전문가로 활동했다. C사는 대체 투자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하는 D펀드를 출시했다.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채권과 주식보다는 항공 금융 등 대체 투자처에 절반 이상 투자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짰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대체 투자로 항공기에 투자하거나 관련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보도자료와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들어갔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저금리 현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이나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처보다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는 대체 투자가 관심을 받고 있다. 대체 투자의 대표적인 투자처가 바로 항공기다. 항공 금융(Air Finance) 혹은 항공기 금융(Aircraft Finance)으로 불리는데 금융사가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세워 항공기를 소유한 뒤 이를 항공사에 임대·리스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항공사에 임대·리스해 수익 얻는 방식이 대표적


항공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투자 자산과 상관 관계가 적다는 점이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항공기 투자는 대체 투자인데 대체 투자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전통적인 투자 자산의 변동성을 헤지 하는 것”이라며 “항공기 투자 지표인 AAII(Ascend Aircraft Investment Index)와 주식(S&P 500)·금(원자재)·부동산 등 다른 자산 군의 지수와 상관 관계가 낮기에 항공기 투자를 자산 배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기계이기 때문에 사용 가능 연한이 정해져 있다. 보통 25년 안팎으로 계산한다. 항공기 한 대의 가격은 4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 사이다. 항공기는 각각의 규모와 성능이 다르지만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비교적 균등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대체로 대동소이한 거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향후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적은 편이다. 부동산이나 인프라처럼 지역이나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통 거래 통화도 미국 달러로 통일돼 있다. 처음에는 큰 규모의 돈이 들어가지만(선행 자본 지출) 향후 현금 흐름을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 종료 시점에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항공사가 주는 리스료로 미리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경제 사이클에 민감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회계 장부상 감가상각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를 얻기 힘들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여행 산업 성장성, 항공 화물 시장과 같은 거시경제 사이클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AAII에 따르면 GDP가 1% 성장하면 항공기 산업은 1.3~2% 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는 복잡한 기계이고,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공개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와 관련된 정보의 투명성도 부족한 편이다. 이처럼 항공기 시장은 역동적인 동시에 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할 때 계약 관계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공기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3월 23~24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 에어 파이낸스 콘퍼런스’를 열었는데 전세계 400여 명의 기관 투자자가 참석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급격히 성장한 국내 항공기 금융 시장과 관련, 대체 투자 시장에 대해 국내 기관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증권도 항공 금융 등 대체 투자 시장에서 적합한 투자 대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국무원이 항공 금융 챙겨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체 투자로 항공 금융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비슷한 형태의 선박 금융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제도와 법 자체가 미비한 상황이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정회계법인은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항공 금융 육성 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올 초 정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항공기 금융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대체 투자로서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항공사를 위한 항공기 금융 시장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양대 항공기 생산기업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2016년부터 2033년까지 신규 항공기 수요를 3만8000대, 항공 금융 등 관련 시장 규모를 5조 2000억달러(약 600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항공기 수요가 1만4330대로 가장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항공 금융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 항공 금융 산업이 미래 유망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은행계 리스사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은행권은 전통 은행업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고자 리스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은행계 리스사의 순이익 증가율은 모회사인 은행에 비해 2~8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 항공 금융의 성장의 든든한 배경에는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이 있다. 국무원은 2013년 말 향후 10~20년이 대형 항공기 시장 개척과 관련 금융 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항공 금융을 발전시켜 2030년까지 전세계 항공 금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에 비해 한국의 항공 금융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게다가 그동안 가져온 자금 대부분은 외국계 자본이었다. 항공 금융 계약에서 요구되는 전문적 노하우를 가진 금융사가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높은 외국 자본 의존도는 금융 수익만큼의 국부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고자 하는 국내 금융사의 항공 금융주선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김하균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국내 항공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 이익에 비해 과다한 금융 비용을 안고 있는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 금융의 현실과도 관계가 있다”며 “국내 항공 금융 활성화를 통해 항공사의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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