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00개, 해외 30개국 병원에 제품 공급...
홈케어 제품으로 B2C 시장 진출 계획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김영미 대표는 질환 치료에만 국한됐던 피부과 병원에 피부 관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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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식물의 치료 성분을 이용한 자연친화적인 화장품을 개발해 국내외 피부과 병원을 점령한 회사가 있다. ‘메디컬 스킨케어’라는 전문 화장품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쎄라덤이다. 국내 3000여 개 피부과 전문 병원을 비롯해 해외 30여 개국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김영미(55) 대표는 “피부과 병원 시장에 피부 관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 바로 쎄라덤”이라며 “화장품을 미용 치료용으로 전환하는 데 우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예전 피부과 병원에서는 여드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같은 약만 주고 화장품은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환자들에게 약만 주지 않아요. 약만 먹어선 피부가 절대 좋아지지 않거든요. 물론 피부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우선이죠. 하지만 피부 자체를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여드름 관리를 비롯해 미백이나 탄력 관리도 동시에 해줘야 해요. 근데 병원에서 이런 걸 해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제품과 시술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우리가 그것들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보면 됩니다.”김 대표의 설명처럼 이 회사에서는 피부과 전문의들의 미용 치료를 돕는 다양한 화장품을 생산한다. 특히 자연에서 얻은 천연성분에 발효기술을 접목시킨 신개념 필링(박피술) 제품들로 주목을 받고 있다. 흑초로 만들어 지성피부에 효과적인 블랙필, 칡뿌리 농축액을 발효시켜 주름개선에 탁월한 핑크필, 호박의 다양한 영양성분으로 건성피부에 좋은 호박필, 산소와 비타민C, 식물성 줄기세포 공급으로 미백에 도움을 주는 산소필 등이 대표적이다.
피부과 전문의를 위한 화장품 개발
▎쎄라덤의 콜라겐 매트릭스 벨벳 마스크는 인체 조직과 가장 유사한 소의 진피 조직으로 만들어 건조한 피부에 효과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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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필링 제품은 모두 식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피부를 자연스럽게 벗겨내는 데 천연발효 식초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또 “필링제품과 미용 치료를 병행해 1시간 정도 관리를 해주는 스킨케어 프로그램도 개발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 피부과에서는 TCA 필링이라는 박피를 많이 했어요. 그 TCA가 바로 트리클로로 아세틱 애시드라는 초산을 말하는 건데요, 화학성분이라 화상 같은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이에 비해 흑초나 칡뿌리는 먹는 거잖아요. 피부에 급작스런 위험도 없고 안전하지요. 식초를 이용해 필링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김 대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메디컬 화장품 분야에선 알아주는 전문가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 독어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 한 무역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화장품을 수입해 피부관리실에 공급하던 회사였다. 그곳에서 김 대표는 미국의 디디에프(DDF), 프랑스의 올리고더미 같은 선진국의 피부 관리 전문 브랜드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영업부나 교육부에서 필요한 자료를 번역하면서 피부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나중에는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미국 뉴욕의 에스테틱 스쿨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를 나오게 된 김 대표는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쎄라피아(쎄라덤의 전신)라는 회사를 설립했다.“당시 이지함이란 브랜드가 돈을 많이 벌던 시절이었어요. 우리도 그쪽으로 나가면 좋겠다 싶어 몇몇 의사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죠. 여드름 치료 같은 피부 관리와 레이저·보톡스 같은 미용 시술에 의사들이 관심을 쏟으면서 이른바 에스테틱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거죠. 특히 미용 치료나 시술에는 사전·사후 처치를 위한 제품이 필요한데, 2000년부터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병원에서는 관련 의약품을 대체할 뭔가가 필요했던 겁니다. 시기적으로 운도 좋았고 틈새시장을 잘 파고든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 거죠. 덕분에 사업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울 양재동의 20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청담사거리 150평짜리 건물로 회사를 옮길 수 있었어요.”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에게도 고비가 찾아왔다. 해외 유명 제품을 어렵게 들여와 국내에 정착시키자마자 보따리 장사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따리상들은 정식 계약도 하지 않고 식약청 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 제품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놓고 장사를 했다. 거래하던 병원에선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아무리 경찰에 고발하고 단속해도 보따리상들은 우후죽순 늘기만 했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2005년 쎄라덤을 출시해 국내 병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보따리상이 100군데도 넘더군요. 남의 나라 브랜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인터넷에 불법으로 올라와 있는 제품들과 다르게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국내 병원에 견학 온 동남아 의사들이 우리 제품을 보게 됐고 자신들도 에스테틱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밀려들더군요. 양심 없는 보따리상들 피하려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수출까지 하게 된 거죠.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위기가 항상 기회였던 것 같아요. 외환위기 때 회사 잘려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전화위복이 된 셈이니까요. 잘만 견뎌낸다면 위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R&D에 과감한 투자하는 연구 중심 회사지난해 쎄라덤의 매출은 80억원이다. 그중 50억원은 국내에서, 나머지는 해외에서 거둔 실적이다. 최근 1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제품의 연구·개발(R&D)에는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해마다 매출의 10~20% 정도를 R&D에 사용하고 있다. ‘작지만 알찬 연구 중심의 회사’를 지향하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수출에 더욱 주력하는 동시에 B2C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병원 프로그램 제품 쪽에만 치중해왔다”며 “앞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20년 전 메디컬 스킨케어를 시작한 이래로 의사들이 실망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쪽에선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홈케어 분야에서도 우리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물론 쎄라덤이 선보이는 제품들은 일반 화장품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 자신합니다. 미래 신성장 분야로는 인공지능 피부 같은 스마트 스킨에 주목하고 있어요. 실제 피부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 우리가 개발한 치료 성분을 접목할 계획이에요.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으니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