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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석권한 중국] 드론으로 하늘 잡고, 나인봇으로 땅도 장악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조원대 시장 중국 브랜드가 80% 차지 … 로봇과 결합해 인공지능 서비스도 개발 중

▎나인봇이 CES(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 2017에 선보인 인공지능 로봇 루모(Loomo). 퍼스널 모빌리티 기능에 인공지능을 결합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중국의 굴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능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가전 정보기술(IT)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 2017에서 나인봇은 독특한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 ‘루모(Loomo)’를 선보였다. 루모는 단거리 교통수단 기능과 인공지능 서비스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옥외 행사장에 마련된 BMW 자율주행 자동차 체험존에서 사람을 대신해 무인주차 안내원 역할을 담당했다. 나인봇에 따르면 루모는 주차장 외에도 카페·레스토랑 등 장소에서 사람을 대신해 서비스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또한 3~5km 반경의 단거리 교통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루모는 아직 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 나인봇은 루모의 연구 개발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개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기술 향상을 촉진하고, 루모와 연계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한 전략이다. 무인자동차 주차 안내 응용 프로그램은 BMW와의 협업 결과다. BMW는 세그웨이 로보틱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1개월도 되지 않아 결과물을 내놓았다.

중국 톈진에 본사를 둔 나인봇은 이공계 명문대인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한때 ‘중국산 세그웨이 짝퉁’으로 눈총을 받았지만 특허 소송 과정에서 세그웨이를 인수하면서 기술력도 확보했다. 투자 전문가로 유명한 샤오미의 레이쥔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가오루펑은 1979년생이다. 그는 “나인봇의 목표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로봇 개발 전문기업”이라고 말했다.

설립된 지 4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인 나인봇이 전 세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는 외국의 기술 도입과 모방에 의존해온 중국 산업계에 ‘신상태 경제’란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성장 속도보다 성장의 질, 즉 경쟁력을 더 중시하는 정책이다. 특히 2014년 9월 발표한 ‘대중창업정책’을 통해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부)는 “민간 업체들 간의 경쟁을 통한 혁신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지만 그 배후엔 중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 뒷받침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토종 브랜드의 경우 대기업이나 창업펀드의 지원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통해 민간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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