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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토종브랜드 ‘타미’의 함종원 인간과디자인 대표] “국내 기술로 나인봇과 한판 붙겠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설계부터 부품 제작까지 국산화... “퍼스널 모빌리티는 교통수단, 안전성이 중요”

▎함종원 인간과디자인 대표가 ‘타미 솔져 허브’를 타고 있다. ‘타미’는 ‘타는 재미’의 줄임말이다. 함 대표는 “작고, 빠르고, 재미있고, 쓰임새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산업이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가 퍼스널 모빌리티 개발 인프라가 척박했거든요. 부품·배선·배터리 중소기업 사장님을 만나 ‘카피’ 말고 ‘토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의기투합했죠. 일감이 없어서 그렇지 기술은 이미 확보된 상태였어요. 덕분에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11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인간과디자인 본사에서 만난 함종원 대표는 “대표 제품인 타미 몬스터의 경우 타이어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부품일 정도로 기술력만큼은 나인봇 등 세계 선두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며 “교통수단은 안전(생명)과 디자인, 품격을 선택 포인트로 삼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내수 시장 탈환은 물론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전성 갖추고 하이엔드 시장 겨냥


인간과디자인은 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에서 몇 안 되는 토종 기업이다. 제품의 콘셉트부터 시장분석·디자인·설계·개발을 도맡는다. 시화공단 내에 협력 공장을 두고 ‘타미’ 브랜드의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함 대표가 인간과디자인을 창업한 것은 2015년 1월이다. TV 등 가전제품을 생산해 전량 수출하는 기업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거리에서 전동킥보드가 한두 대씩 보이기 시작하자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소형 엔진을 탑재한 미니스쿠터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소 동기들이 창업에 합류했다. 함 대표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 수단, 도시민들의 근거리 이동수단으로서의 확장성에 주목했다”며 “가솔린 엔진에서 전기 모터로 동력이 바뀌면서 세계적인 저탄소 환경보호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창업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던 첫 제품 ‘솔져 X2’를 2015년 7월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퍼포먼스(성능)에 주력하다 보니 휴대성이 떨어졌다. 이후 소형·경량화한 전동킥보드 ‘쿠거’를 출시했다. 1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내놓자 반응이 쏠쏠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타미 휠러는 옆으로 타는 식이어서 보드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타미 솔져 X2는 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2016 최우수 디자인 상’을 수상해 제품에 ‘GD마크(Good Design)’가 부착됐다. 함 대표는 “후발주자인데 남의 것을 카피하지 않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다 보니 욕심이 과했다”며 “다양한 기능을 적용하다 보니 생산 과정도 더뎠고 시장에서 정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에 선보인 ‘타미 몬스터’는 성능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0㎞를 주행할 수 있다. 20도 경사로를 거뜬히 오를 수 있고 최고시속은 60㎞ 이상이다. 바퀴는 폭 4인치에 지름 13인치를 사용해 주행 시 안정감을 더했다. 통상 전동킥보드의 바퀴 지름은 6~8인치다. 함 대표는 “거리에서 보이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대부분 중국 나인봇의 카피 제품으로 나인봇 신제품 출시 후 두 달 안에 우르르 쏟아진다”며 “스쳐지나 가면서 봐도 타미 제품인지를 알 수 있도록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는 휠앤킥·이브이샵·리콘바이크 등 퍼스널 모빌리티 전문 온·오프라인 매장에 위탁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는 모든 판매점과 본사에서 진행한다.

타미 제품의 장점은 안전성이다. 함 대표는 “일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경우 타다가 넘어지면서 제품이 두 동강 나는 사례도 많고, 싸구려 배터리 때문에 발화의 위험성도 높다”며 “우리 제품은 한국의 도로 사정이 열악한 것을 감안해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를 앞뒤 바퀴에 모두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함 대표는 지난 2015년 6월엔 첫 제품 출시를 갑작스레 연기하기도 했다. 내구성에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결함이었지만 보다 큰 하중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원했던 것이다. 업계 최초로 제품 리콜 제도를 단행한 것도 인간과디자인이다.

함 대표는 바로 이 점이 국산 토종 제품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퍼스널 모빌리티에서의 기술력은 탑재된 배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 편리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어하느냐, 기계적 설계와 구현이 안전하냐 등”이라며 “고만고만한 디자인, 낮은 가격으로 평준화된 시장에 한국의 고급·고성능 모델이 선보여지게 되면 하이엔드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여건상 중국산 제품의 높은 점유율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의 역할이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전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합니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이 장점을 살린다면 글로벌 시장을 온전히 중국산에 넘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규제 개선, 자본 투자로 수출산업 키워야

지금껏 인간과디자인이 국내에 판매한 퍼스널 모빌리티는 누적 대수가 아직 1000대를 넘지 못한다. 함 대표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많이 못 팔았다”며 “지난해엔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비수기인 1분기에도 주문이 밀린 것. 함 대표는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과디자인은 현재 제품 중량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제품 강성을 높이다 보니 중국산에 비해 다소 무거운 것이 단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차체 경량화처럼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도 초경량화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신소재 연구개발 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함 대표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갖추고 있고, IT강국이라 기술적인 활용도도 높다”며 “단지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을 안 하고 있을 뿐인데 규제를 개선하고 자본을 확보한다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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