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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1000억 달러대 이라크 재건 시장] 인프라 구축부터 문화재 복구까지 일감 널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폐허된 모술의 수도·전력 긴급 복구에만 10억 달러 필요 … 석유산업 재건의 기회도

▎이라크 정부군 등이 IS를 축출하고 모술을 탈환했지만 모술은 폐허상태다. / 사진 : AP=연합뉴스
2014년 6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함락됐던 이라크 북부의 유전도시 모술이 지난7월 9일 정부군의 손에 탈환됐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현지에서 ‘모술 해방’을 공식 선언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7월 10일 수도 바그다드에서 방송에 출연해 다시 한 번 모술 해방을 선언했다. 모술 탈환은 IS가 이 도시를 점령한 지 3년 만에, 이라크군이 이 도시 탈환을 위한 모술 전투를 시작한 지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모술은 이라크에서 바그다드 다음으로 큰 도시다. 2004년 인구 조사에서 모술의 인구는 184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2004년 IS가 접근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동안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약 50만 명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탈출 행렬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IS는 탈출하는 주민에 대해 여성과 어린이를 막론하고 사살하거나 체포해 처형했다. 모술은 IS의 실질적인 수도이자 거대한 자금원이었다. 이라크의 영어신문 바그다드 포스트에 따르면 유전도시 모술이 지난 2014년 6월 IS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이 지역에서 들어오는 세금을 고스란히 뺏길 수밖에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모술이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가까운 변경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IS는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의 혼란으로 공백 상태가 된 이 지역에서 활개를 칠 수 있었다. 모술과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국경을 넘나들며 팔아서 돈과 물자로 바꿀 수 있었다.

전투 9개월 만에 모술 탈환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IS는 모술 지역을 점령하면서 확보한 유전에서 석유를 채굴해 이웃 시리아와 이란 등지로 넘겨왔다. 모술의 석유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구매자들에게 팔려나갔다. 심지어 이라크 내의 구매자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국가나 기업 단위의 계약이 아니라 소규모 개별 구매자와의 거래를 통해서였다. 장물이나 다름 없는 석유였으니만큼 시가보다 훨씬 헐값에 거래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매자는 시리아와 이라크인이 가장 많았으며 이들은 트럭을 몰고 와 석유를 실어갔다고 한다. IS가 훔친 석유를 사간 구매자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석유를 받으려고 긴 줄을 서야 했으며 이 때문에 모술의 거리는 석유 구매 트럭으로 혼잡스러웠다고 한다. 석유 구매 현장은 수시로 미군 등의 폭격 대상이 됐지만 이라크 정부는 모술에서 나온 트럭을 검문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부실이 IS의 자금줄을 유지시켜준 셈이다. IS는 시리아에서도 고품질의 원유가 생산되는 유전을 점령해 석유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석유를 바탕으로 IS는 군사비와 통치자금을 꾸준히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이를 재원으로 전사들에게 충분한 급여와 복지 혜택을 제공해 외부로부터 꾸준히 병력을 충원할 수 있었다. 이라크와 시리아 사이에서 무역을 통해 일부 이익을 얻기도 했다. 모술에서 주민들에게 세금을 받아내고 약탈을 일삼으면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 모술이 IS로부터 해방되고 이라크 중앙정부가 모술 전투의 승리와 도시 탈환을 선언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IS는 모술 함락으로 핵심적인 수입원을 잃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남은 자신들의 점령지 수입을 모두 합쳐도 모술 만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모술은 IS에게 ‘캐시 카우’였던 것이다. 석유자원이 사라지면서 이제 IS의 주수입원은 점령지 주민들에게 얼토당토않은 명목으로 짜내는 각종 세금, 외국인이나 소수민족, 이교도 등을 납치해 인질로 삼으면서 뜯어내는 몸값, 귀중한 인류유산인 이 지역의 골동품을 거래하면서 받은 돈만 남게 됐다. 대도시인 모술을 잃으면서 IS는 자금줄을 잃고 더욱 쪼들리게 됐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서로 테러 자금을 지원했다며 비난하는 와중에 해외 무슬림 부자들이 보내오는 ‘보험성 해외 송금’도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IS는 모술 상실로 전략적 요충지, 거대 도시를 하나 잃은 것을 넘어선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신 이라크 중앙정부는 모술 탈환으로 그만한 재정수입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 정부가 재정수입이 늘면 도로·주택·수도·발전소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여력이 커지게 된다. 한국의 건설사를 비롯한 전 세계 인프라 관련 기업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모술은 IS의 점령과 오랜 전투로 폐허 상태다. 유엔은 모술에 수도·전력 등 기본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만 최소 10억 달러가 긴급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티그리스 강을 건너는 다섯 개의 유서 깊은 다리도 모두 파괴됐다. 이라크 최대의 댐인 모술 댐은 관리 부실로 붕괴 위험이 크다. 이 댐이 붕괴되면 하류 주민 50만 명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인근의 고대 아시리아 유적, 요나(여호와의 명령을 거스르고 도망쳤다가 고래 뱃속에 들어가 회개했다는 구약성경 속 인물)의 묘지 등도 IS의 반달리즘에 의해 파괴됐다. 생활 인프라 구축은 물론 문화재 복구까지 다양한 일거리가 모술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모술의 석유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이 바그다드 포스트의 지적이다. IS가 물러났다고 당장 그들이 채굴하던 유전을 탈환해 석유를 계속 뽑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IS는 모술에서 철수하면서 자신들이 그동안 운영했던 티그리스 강 서쪽의 유전 상당수를 파괴했다. 호주의ABC 방송이 구호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IS 민병대는 이라크군의 공격으로 모술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인근 카야라 유전지대에서 최소한 19군데의 유정에 불을 질렀다. 이에 따라 모술 지역으로 진주한 이라크 군의 뒤를 따라 소방대원들이 입성해 불을 껐다. 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일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를 비즈니스 각도에서 보면 한국의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 기업에 모술은 새로운 석유산업 재건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핵심 자금줄 잃은 IS 타격 클 듯


▎7월 9일(현지시간) IS 최대 거점도시였던 모술을 해방시켰다고 선언한 이라크 알아바디 총리의 트위터. / 사진 : 트위터 캡처
이라크의 유전은 크게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 그리고 동북부 쿠르디스탄(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몰려 있다. 모술 지역의 원유 생산 시설이 복구되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탈환된 유전의 복구로 인한 생산 증대를 넘어 이라크 북부지역 전체의 석유 생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술 중심의 이라크 북부 지역 원유 생산과 채굴 작업은 2014년 6월 IS가 이 지역을 공격해 들어오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바스라를 중심으로 남부 지역의 원유 생산을 독려하면서 이를 벌충하려고 노력했다. 이라크 북동부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쿠르디스탄의 석유 관련 산업은 IS의 위협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무능한 이라크 중앙정부의 군대 대신 자치 정부의 쿠르드족 민병대인 페슈메가르의 전투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준자치지역인 쿠르드지역 정부(KRG) 산하에 있는 몇몇 유전에서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서 생산이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유전을 추가로 찾기 위한 시추 작업은 IS의 위협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중단돼왔다.

미국 에너지부의 외청으로 에너지 관련 통계와 분석을 담당하는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이라크는 이라크전 이후 석유생산시설 복구와 증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은 IS가 유전지대를 포함한 이라크 북부 지역을 점령한 후에도 계속됐다. 문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연구기관들은 지난 2010년 이라크의 원유와 가스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20억5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라크의 에너지 관련 시설은 오랜 국제 제재와 전쟁, 내란, 테러 세력의 공격 등으로 제대로 현대화되지 못했으며 성능이 떨어지고 수리와 보수할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왔다. 미국 정부기관과 연구소, 국제기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비용이 장기적으론 10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술 탈환으로 이라크 북부가 이라크의 일부로서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이런 자금이 투입되는 재건, 특히 인프라 건설이 활기를 띌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이라크 정부의 만연한 부패다. 이라크 정부군과 공무원들이 돌아오면서 그들의 고질적인 부패도 함께 복귀할 전망이다. 특히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 정권에서는 부패가 만연했음은 물론 외국 석유회사들과 불평등한 기술 서비스 계약(TSC)를 맺어 석유에서 나온 수십억 달러의 돈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라크처럼 석유가 풍부한 나라에서 국민의 24%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야 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술을 군사적으로 탈환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멀다는 이야기다. 이 지역의 석유 생산을 정상화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중앙과 지방 정부의 재정수입으로 돌리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 핵심으로 부패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모술 주변의 알토란 유전 운영권의 상당수가 헐값으로 외국 석유회사에 넘어가 있다는 점이다. 모술과 주변에는 생산이 활발한 여러 곳의 유전이 있으며 매장량도 수억 배럴에 이를 만큼 풍부하다. 특히 모술의 남쪽 65km에 있는 카야라 지역에는 8억 배럴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거대 유전이 있다. 1920년대 후반부터 영국 석유회사들이 채굴해온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카야라 유전과 지질구조를 공유하는 나지마 유전이 있는데, 브리티시 페트롤리움이 1930년대 초반 이곳을 발견해 원유를 생산해왔다. 이 풍부한 석유 채굴권은 2009년 이라크 정부의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앙골라의 국영기업인 소난골로 넘어갔다. 이 지역 유전은 원래 이라크 국영기업인 북부 석유회사의 소유였다. 하지만 이 계약을 통해 2010년부터 석유 생산에서 나오는 수입의 75%를 소난골이 가져가고 이라크 정부는 나머지 25%만 얻게 됐다. 누가 봐도 불평등하고 석연치 않은 계약 내용이다. 누군가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다. 그나마 IS의 모술 점령으로 소난골은 더 이상 이 지역에서 석유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란·터키·쿠르드족 등이 모술 노릴 수도

이에 따라 모술을 탈환한 지금 이라크 정부가 과거 외국 석유 업체와 맺은 계약을 재협상하든지 개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상거래 관행상 어려운 일이지만 이라크 중앙정부가 전비를 들이고 피를 흘려가며 이 지역을 탈환했다는 점이 최대의 명분이다. 아울러 과거 비리나 뇌물 등을 빌미로 계약 자체의 무효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들이밀며 나지마 유전의 계약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의 경제장관으로 국회의 석유 및 에너지 위원회 위원인 마흐디 하페즈는 바그다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알누리 총리 정부가 석유 기업과 맺었던 계약은 부패가 의심되는 불법한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계약 수정을 예고했다. 이라크판 적폐와의 전쟁인 셈이다. 물론 지금 정부도 부패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국경이 멀지 않은 이란의 영향력 증대도 우려되고 있다. 바그다드 포스크는 이라크 정부가 유전이 몰려 있는 모술의 해방 지역 전체를 단독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이라크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부패한 공무원의 묵인이나 방조, 지원 속에서 과거 IS가 차지했던 유전을 통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 남부 지역에 경제적인 발판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군사적인 영향력도 확대해 왔다. 특히 핵심적인 원유 생산지역인 바스라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라크 남부 지역은 전통적인 시아파 아랍인들의 밀집거주 지역이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란과의 무역과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반면 이라크 북부는 수니파 거주지역이다. 하지만 IS의 점령과 철수라는 혼란 속에서 이란은 이라크 북부에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모술 지역은 과거 1922년 영국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따로 떼서 이라크를 만들 때 터키가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지역이다. 석유 때문이다. 결국 석유 수입을 상당 기간 나누기로 하고 모술은 이라크의 영토가 됐다. 이 지역 혼란을 틈타 ‘위대한 터키’를 부르짖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릴 수도 있다. 모술은 아랍인이 많이 거주하지만 외곽에는 쿠르드족도 다수 살고 있다. 이 지역 쿠르드족이 동북쪽의 쿠르디스탄의 동포들과 손잡고 쿠르드족 국가 건설을 추진할 수도 있다.

1394호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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