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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ETN 전성시대] 액티브 ETF·손실제한 ETN으로 투자 르네상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4개월 만에 조기 상환된 손실제한 ETN 등장... 초과 수익 노리는 액티브 ETF에 관심 커져

▎한국거래소는 6월 29일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거래소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액티브 ETF의 첫 상장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 사진:한국거래소
7월 24일 코스피200 지수의 종가가 322.01포인트로 마감되자 바빠진 곳이 있다. 바로 한국투자증권이다. 그 이유는 한투증권이 올 3월 27일 상장한 손실제한 상장지수증권(ETN)인 ‘TRUE K200 Auto-KO-C 1803-01’ 상품이 조기상환 조건을 만족했기 때문이다. 손실제한 ETN은 올 3월 27일 15종목이 처음 증시에 올랐는데 조기 상환을 이룬 것은 이 상품이 처음이다. 조기상환 조건은 기초지수인 코스피200 지수의 종가가 기준지수(280포인트)의 115%(322포인트)를 넘을 경우였다. 레버리지(X2) 덕분에 해당 종목은 약 4개월 만에 약 30%의 수익률을 실현했다. 고영진 한국거래소 ETN시장팀장은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이 경쟁하는 상품의 연간 수익률이 최대 10%인 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매우 높은 수익을 낸 것”이라며 “손실제한 ETN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용 규모 1000억원 넘는 ETF 급증


올 들어 한국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활황으로 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주식 관련 상품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증권사가 발행한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올 상반기 ETF 시장은 우선 양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27종목이 새로 상장돼 전체 ETF 종목수는 283종목으로 늘어났다. 지속적인 신상품 출시에 힘입어 ETF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 연말 25조원에서 올 상반기(6월 말) 27조원으로 커졌다. 거래대금도 늘었다. ETF 차익거래 증가로 상반기 ETF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422억원으로 지난해(7900억원)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4월 말부터 차익거래에 참여하면서 하루 거래가 급격하게 늘었다(4월 8237억원→5월 1조1946억원→6월 1조354억원).

ETF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 중심에는 6월 말 첫선을 보인 액티브 ETF(Active ETF)가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ETF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펼 수 있도록 액티브 ETF의 운용을 허가했다. 액티브 ETF는 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기존의 ETF와 달리, 지수보다 초과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운용자(펀드 매니저)의 재량으로 결정하고 운용하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4개 운용사(삼성·KB·한투·미래)는 6월 말 6개 종목(1조4200억원 규모)을 처음 상장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상장된 액티브 ETF는 국내형 채권 상품”이라며 “1년 미만인 단기형 상품 3개와 4년 내외인 중장기형 상품 3개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기관이 ETF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올 상반기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 상반기 기관투자자의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974억원으로 지난해(1533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이와 달리 개인의 경우 하루 422억원씩 거래가 줄었다. 우정사업본부를 포함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ETF 순매수 금액은 지난해 210억원에서 올 상반기 3조4000억원으로 165배 증가했다. 또 보험(146억원→245억원), 은행(185억원→293억원), 연기금(48억원→111억원) 등 기관도 올 상반기 ETF 거래를 꾸준히 늘렸다.

덕분에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 쏠림이 완화되고, 투자 환경이 개선되는 등 시장 체질이 좋아졌다. 운용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ETF는 46종목으로 지난해 말(27종목)보다 늘어나면서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놨다. 덕분에 시장대표 지수와 파생형에만 집중하던 시장 구조가 국내 업종(섹터)과 해외형 등으로 분산돼 투자처가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보통주보다 배당수익률이 높고, 가격 변동성이 작은 것이 특징인 우선주에 투자하는 ETF, 러시아 주식 시장의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ETF, 세계 14개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인프라 관련 주식(에너지·교통·유틸리티)에 분산 투자하는 ETF 등 다양한 신상품이 나왔다. 조만간 저렴한 비용으로 신흥국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ETF와 주요국 통화를 추종하는 ETF도 나올 예정이다. 올 상반기 전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주인공은 ‘TIGER 200 IT 레버리지’로 8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해외형으론 최근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 성장세에 따라 ‘TIGER 이머징마켓 MSCI 레버리지(합성H)’가 39%로 수익률 1위에 올랐다.

ELS 단점 보완하는 손실제한 ETN

ETF의 동생이라 할 수 있는 ETN의 기세도 형 못지 않다. 게다가 조기상환을 이룬 상품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관심이 더욱 커졌다. 상반기 23개 종목(손실제한 18개 포함)이 신규 상장돼 ETN은 155종목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표가치 총액이 지난해 연말보다 14.5% 증가하며 시장 규모는 4조원을 돌파했다. ETN 거래 참여 계좌수도 3만3216개로 지난해 연말보다 56% 증가했다.

지난 5월 대신증권이 ETN 발행 대열에 참여한 가운데 발행 증권사 중 거래대금 분야에서 삼성증권이 1위를 유지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상위 2~3개사의 상품이 전체 ETN 시장에서 거래대금의 90%을 차지하는 편중 현상은 여전했다.

수익률의 경우 전기·전자 업종을 필두로 섹터별 대표주 5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NH투자증권의 ‘QV 하드웨어 TOP5 ETN(51%)’으로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원자재 인버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냈는데 ‘삼성 레버리지 인도 Nifty50 선물 ETN(H)’가 32%로 가장 높았다.

이런 실적과 함께 올 상반기 ETN 시장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3월에 등장한 손실제한 ETN이다. 최대 손실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를 위해 개발됐다. 장중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주가연계증권(ELS)을 중도환매할 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던 것과 다르다. 그래서 ELS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으로 중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7가지 수익 구조로 18개 상품이 운용되고 있는데 중장기 투자상품인 특성상 일반 ETN과 비교해 거래 규모는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은행과 보험 등이 손실제한 ETN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향후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TN 발행을 막던 규제의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ETN 시장 진입 요건을 완화해 중견 증권사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원래 자기자본 1조원, 매매업 인가 3년 이상의 증권사만이 ETN을 발행할 수 있었다. 이젠 자기자본 5000억원인 회사도 인가를 획득할 수 있다. ETN 최소 발행 규모 역시 2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증권 업계도 ETN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다. 지하철 5·7·9호선 스크린도어, 여의도·강남 일대 버스 정류장처럼 사무실 밀집 지역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펼치고 있다. 손실제한 ETN 상품과 다양한 글로벌 상품의 출시로 올 연말 5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TF·ETN 마스코트도 개발

업계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도 ETF·ETN 시장 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투자자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ETF·ETN 시장을 대표하는 마스코트까지 만들었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대상 사전 공모를 통해 100여개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후 업계 선호도를 반영해 1차 후보군을 선정하고, 일반인 조사를 통해 최종 결과물을 내놨다. 마스코트는 증권 시장의 상징인 황소를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ETF·ETN이 상호 발전하길 기원하는 뜻에서 ‘우리’라는 단어와 접목했다. ‘푸리(Furi)’는 상승장을 상징하는 붉은 황소의 형상으로 ETF의 ‘F’에 ‘우리’를 더했다. ‘누리(Nuri)’는 부와 힘의 상징인 검은 물소의 모습으로 ETN의 ‘N’에 ‘우리’를 합쳤다.

한국거래소가 이처럼 마스코트까지 만든 이유는 아직까지 개인투자자와 일반인이 ETF와 ETN을 다소 생소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TN의 인지도가 낮은 상황인데 금융 투자업계는 손실제한 ETN이 그동안 종가 조작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주가연계증권(ELS)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손실제한 ETN의 모습은 ELS와 유사한데 ELS에 대한 쏠림 현상 해소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손실제한 ETN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ELS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397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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