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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에 볕 드나] 금리 인상-제조물책임법 강화 호재 만발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단기간 이자 수익 늘어나고 장기간 안정적 운용 가능...생산물배상책임보험도 활성화 전망

▎한국은행은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올렸다. 최대 수혜 업종으로 보험산업이 꼽히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 사진 : 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따라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건설과 일부 제조업에는 대형 악재로 불똥이 떨어졌지만 미소를 짓는 업종이 있다. 바로 보험산업이다. 경쟁 금융 업종보다 고객의 돈을 오랜 기간 운용해야 하는 보험산업의 특성상 금리가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쉽게 수익을 내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보험사가 수익성 회복과 자본 관리 측면에서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인위적인 자본 확충 없이도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금리 오르면 다방면으로 좋은 보험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올라 투자 수익이 늘어난다. 보증 준비금(책임 준비금)과 과거 고금리 확정형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나빠진 자산 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줄어든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보험은 다방면으로 좋다”며 “보험사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을 증가시킨다. 보험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시장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운용자산 중 이자로 얻는 자산 비중(생명보험 75%, 손해보험 80% 수준)이 큰 편이라 실적이 개선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이다. 대체로 보험금 지급은 미래에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은 만기가 긴 편이다. 그래서 금리 상승은 보험사가 오랜 기간 보유한 채권의 이자가 오르는 것을 뜻한다. 만기까지 채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이자를 더 받게 된다. 금리 상승은 변액보험 보증 준비금 부담을 줄여줘 실적을 개선한다. 보증 준비금을 더 적립할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보증 준비금은 원금과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쌓는 재원으로 보험사가 손실을 보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을 무조건 지급해야하는 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변액보험을 판매한 시점의 예정 이율보다 현재 투자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매년 보증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특히 최근 수년 간 보험사는 4분기마다 적자가 나는 흐름을 보여왔다. 보통 4분기에 비용 부담을 처리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금리 하락에 따라 보증 준비금을 더 적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체 보험사의 보증 준비금 적립액은 2010년 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6조 원으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과거 보험사가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보험의 부담도 줄어든다. 일부 보험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판매했던 확정 고금리 상품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 금리가 오르면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에 대한 적립금 부담이 줄어든다. 역마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보험사 수익에 긍정적이다.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은 상품 판매에도 긍정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보험이다. 금리가 오르면 공시이율이 상승해 연금보험금 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동일한 보험료를 내더라도 이자가 늘어나 고객이 나중에 받을 보험금이 불어날 가능성 역시 커진다. 노후 자금 마련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는 대표 금융상품으로 연금보험을 많이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금보험 등 사적연금의 가입 비중은 생명보험사가 77.1%로 가장 컸다. 장기 상품의 성격상 생명보험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보다는 연금보험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금리 상승으로 연금 수령액 증가가 기대된다는 점과 시작 자금이 부동산 투자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서 연금보험의 매력이 커진다.

우려 있지만 당분간 대형 악재 없어


금리가 오르면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IFRS9 등) 도입에 대한 우려 역시 줄일 수 있다. 새로운 회계 기준에 따라 보험사 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예정인데, 실적 개선으로 부채가 줄어들어 보험사의 회계 부담이 줄어든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금리가 상승할 때 보험사의 수입 보험료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보험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인데 금리 상승기에 경제성장률이 같이 좋아지는 흐름을 탄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따른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무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 보험사의 대출 채권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저금리 시대를 버텨오면서 지속적으로 여신 건전성을 관리했기 때문에 대출 채권의 부실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 업종에 비해 여신 비중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부실 위험도 작다. 최근 보험사의 대출 연체율 역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와 보험사 연체율 간 뚜렷한 상관 관계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보험사의 약관대출 금리보다 급하게 높아진다면 보험 계약자들이 약관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 계약자가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로 보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약관대출 연체율은 0.02% 수준으로 다른 대출채권 연체율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수년 간 저축성보험의 공시기준 이율이 은행의 정기예금 이율보다 1%포인트 이상 높기 때문에 보험을 깨고, 은행 창구로 달려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본 적정성(RBC 비율)이 나빠질 수 있다는 악재가 있다. 그런데 상반기 이뤄진 NICE신용평가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NICE신용평가의 ’금리 상승이 금융업종의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상승해도 보험사 대부분의 자본 적정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택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예상 가능한 보수적 금리 상승 상황에서 대부분의 보험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했다”며 “다만 자기자본에 미치는 금리 영향이 큰 보험사는 금리 상승이 가파를 경우를 대비해 미실현 평가 이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못지 않은 보험 업계의 호재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의 강화에 따라 내년부터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활성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에는 악재지만, 손해보험사에는 기회다.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사망하거나 다치거나, 재산에 손해가 발생할 때 제조자 혹은 판매자의 책임져야 하는 손해배상과 법률비용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으로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중심으로 법률이 바뀌어 내년 4월부터 개정법이 시행된다.

제조물책임법 강화로 힘 얻는 손보사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내년 4월 시행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과 법률비용을 보장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2002년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 170억원에서 2010년 이후 1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대형사 중심이었으나 최근 들어 중소형사와 외국사가 시장에 참여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 손해율은 도입 초기에는 높았으나, 최근 들어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가입하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금속·기계장비 제품의 제조업은 90%가 넘는 높은 손해율을 보이고 있다.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가입 건수 증가로 건당 보험료는 낮아지고, 사고 건당 지급 보험금은 커지고 있다.

관건은 소비자 인식이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제조물책임법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잘 모르다 보니 제조자나 판매자가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은 측면이 크다. 보험연구원이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제조물책임법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7%는 2002년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을 알지 못하고 있고, 알고 있는 소비자(33%) 중에서도 4분의 1 정도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아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 동안 13% 정도(가족 포함)가 제조물 책임에 따른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이 중 10%만이 손해배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서서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90%가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에 찬성하는 의견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미 61%의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2%의 응답자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제품의 가격이 10% 이상 올라가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업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때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보험에 가입할 경우 사고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2002년에 만들어진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리콜 비용 담보, 제품 자체 손해 담보, 제품 결함에 따른 간접 손해 담보 등을 담은 상품을 특약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또 기업이 배상 책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포괄배상책임보험(umbrella liability insurance)을 판매할 예정이다. 대부분 제품이 여러 제조자가 관여해 만들기 때문에 참여자 간 책임 부담 관계와 부담 방안이 명확해지도록 표준 약관도 정리할 계획이다.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보험의 명칭과 내용, 보험금 청구 방법 등을 제품에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보험 교육을 통해 제조물책임법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1413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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