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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13) 택지개발사업 예정지 투자] 투자금 밑도는 현금보상만 받을 수도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성남시 금토동 등 수도권 주요 예정지 땅값 급등 … 기획부동산 등이 투기 부추겨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더스마티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수도권 40곳에 공공택지를 개발키로 했다. / 사진:뉴시스
정부가 2014년 중단한 택지개발사업(이하 공공택지)을 재개한다. 신도시 등으로 불리는 공공택지는 정부(공기업)가 땅을 사들여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아파트 등 주택 뿐 아니라 도시 기능에 필요한 도로·학교 등 각종 사회 기반시설도 함께 들인다. 보통 개발 규모에 따라 어디는 ‘○○신도시’, 어디는 ‘○○지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름만 다를뿐 모두 공공택지 개발사업지다. 예컨대 판교신도시나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는 신도시와 지구로 나뉘지만 결국 정부가 땅을 사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한 공공택지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이유는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역시 당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대규모 공공택지다. 1기 신도시 완공으로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1985년 69.8%이던 전국 주택보급률은 1991년 74.2%로 급등했다. 정부가 11월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40곳에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연간 20만 가구씩 5년 간 총 10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정도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공공택지 개발 밖에는 답이 없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택지 개발사업 재개와 함께 대규모 개발 예정지를 돌며 투기를 부추기는 기획부동산(그린벨트 내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후 웃돈을 붙여 쪼개 파는 업체)도 최근 활동을 재개한 것 같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일대 금토지구 예정지와 남양주시 진전읍·연평리, 부천시 원종·괴안동, 의왕 월암동 등지에는 기획부동산과 투기꾼이 몰려들면서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공공택지 예정지이거나 예정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은 대개 그린 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는 데 기획부동산은 싼 값에 그린벨트 땅을 사두면 공공택지 개발로 보상을 받아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한다. 감언이설에 속아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는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뒤늦게 뛰어들면 현금보상만


공공택지 예정지 내 사유지는 정부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일정 금액으로 사들인다. 이를 보상이라고 하는데, 보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금보상과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은 말 그대로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가격으로 땅이나 주택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주자생활대책은 사업 예정지 내에 살고 있거나, 예정지 내에서 농사나 영업행위를 하던 사람을 위해 아파트를 특별공급하거나 이주자택지(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생활대책용지(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원가에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이 말하는 보상은 대개 바로 이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 외에 추가로 공공택지 내 아파트나 땅을 원가에 받을 수 있으므로 시세차익이 큰 편이다. 투자로 따지면 수익률이 꽤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되는 게 아니다. 해당 사업지의 주민공람 공고일 이전 1년부터 거주했거나 실제로 농사 등을 지은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미 성남 금토지구 등 수도권 8개 지구는 공람이 끝났거나 공람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 지금 땅이나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뒤늦게 땅을 산 경우 소유한 땅이나 주택에 대한 현금보상만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는 정부가 개발하려는 수도권 40곳의 공공택지 대부분이 그린벨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개발이 제한된 곳이어서 땅값이 인근의 다른 땅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최근 기획부동산 등이 출몰하면서 호가가 2~3배 뛰었다. 실제 금토지구 예정지 그린벨트 내 밭(田)은 2017년 상반기 3.3㎡당 100만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호가가 3.3㎡당 250만원이 넘는다.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주도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그린벨트 내 땅을 현재 호가대로 샀다가는 현금보상 가격이 투자금을 밑돌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수도

보상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지는데 감정평가금액은 대개 시세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토지구 예정지처럼 시세가 급등한 경우 예외적으로 보상가격 적용 기준을 바꿀 수 있다. 과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개발 당시 그린벨트 투기 열풍이 불며 땅값이 급등하자 주민공람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가격을 매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역시 땅값이 급등하면서 사업지와 그 외 지역 가격 차이가 30% 이상 벌어지자 사업지 밖의 땅값을 보상기준으로 정하기도 했다.

투자금이 상당 기간 묶일 수도 있다. 공공택지 사업은 변수가 많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토지보상 시점이 지연돼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장 금토지구 등 예정지가 공개된 8개 사업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땅을 되팔기가 쉽지 않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보상이 지연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금융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칭 ‘물딱지’로 불리는 이주자택지 거래도 주의해야 한다. 이주자택지는 공공택지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인데 이 땅은 1층에 상가를, 2~3층이나 2~4층에는 주택을 들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거주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딱지는 이주자택지를 미리 사는 형태가 아니라, 이주자대책용지 보상 예정자에게 웃돈을 주고 그 권리를 사들이는 것이다. 대상자인지 아닌지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사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주자택지는 전입 여부, 건축 연도, 전기료·난방비 등 실제 거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한 후 보상 마무리 단계에서 공급 대상자를 정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공급 대상 선정 전 거래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1414호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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