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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7) 스캐터랩] 비서 역할 넘어 사람과 교감할 인공지능 개발 중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람 사이의 관계 분석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노하우 쌓아 … 심리학 수업 프로젝트 창업으로 이어져

▎지난 1월 12일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윤 대표가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 ‘핑퐁’의 경쟁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인터뷰를 준비하다 깜짝 놀랐다. 사무실에서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있던 20여 명의 임직원이 사진 촬영을 하던 대표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평균 연령 20대인 스타트업 사무실 활기찬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잠원동의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윤(33) 대표는 “다들 젊어서 인지 서로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스캐터랩은 독특한 스타트업이다. 시작도 독특했고, 지금도 개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스캐터랩은 2010년 8월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던 김 대표가 복수전공을 하던 사회학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덕분에 탄생했다. 그가 도전했던 프로젝트는 ‘문자 메시지와 이성적 호감도의 상관관계 분석’이었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설문지를 나눠주고 최근 이성과 주고받은 문자를 직접 쓰게 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심리학 저서 등을 참고해 이를 분석하는 감정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2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예상대로 호감도가 있는 사람끼리는 문자에서도 그런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 예비기술사업자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그는 “같은 해 8월 친구 2명과 함께 스캐터랩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분석해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스캐터랩은 그렇게 출발했다.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감정 상황 분석

2012년 3월 첫 서비스로 론칭한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수집해 두 사람의 감정 상황을 분석해주는 ‘텍스트앳’이다. 김 대표는 “텍스트앳의 분석 도구는 STEAM(Statistics-based Text Emoticon Analysis Model)인데, 심리학과 컴퓨터공학 그리고 언어학을 이용한 것”이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해 두 사람의 애정도와 호감도 등을 알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106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15년 2월에는 ‘진저’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커플 애플리케이션(앱)인 비트윈 사용자를 위한 인공지능 서비스다. 진저는 비트윈에서 커플이 주고받은 문자를 분석해 감정보고서·애착유형보고서·변화보고서 등의 감정 리포트를 전달한다. 진저 역시 인공지능 서비스로 두 사람 사이에 알려줄 만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하면 카드 형태로 콘텐트를 제공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하는 카드 종류가 300여종이 넘는다. 진저는 연인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61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진저가 비트윈을 사용하는 연인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진저는 비트윈을 사용하는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문제가 있었다”면서 “스캐터랩의 사업을 확장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연애의과학’이라는 앱을 만들게 된 계기다.

스캐터랩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 론칭한 ‘연애의과학’ 앱 덕분이다. 심리학 논문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한 콘텐트 앱이다. 연애의과학에는 ‘썸’ ‘연애’ ‘섹스’ ‘이별’ 등 다양한 콘텐트를 통해 연인 사이에 겪는 다양한 상황을 유추하고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김 대표는 “심리학 논문에는 사람들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게 많았다”면서 “사람들이 이런 콘텐트를 직접 볼 수 없으니 우리가 다리 역할을 하자는 의미에서 론칭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가장 핫한 콘텐트는 역시 섹스와 연애 분야라고 한다. 2017년 4월에는 연애의과학 앱을 일본에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일본은 인공지능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안성맞춤인 시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연애의과학은 한국과 일본에서 매월 5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애의과학은 스캐터랩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연애의과학 덕분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2017년 매출은 약 10억원 정도인데, 매출의 90% 이상이 연애의 과학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애의과학은 앱에서 콘텐트를 구매하는 방식인데, 콘텐트에 따라 1000원에서 2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을 책정했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인공지능 솔루션 ‘핑퐁’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핑퐁은 기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나 네이버의 클로바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비서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이를 수행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대기업에서 협업 제안

핑퐁은 사람이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라고 애플의 시리나 네이버의 클로바 등에 대화를 걸면 대부분 답변을 하지 못한다. 답변의 내용도 ‘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네요’나 ‘원하시는 답변을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식의 결과가 나온다. 이에 반해 핑퐁은 ‘헐 안 다쳤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김 대표는 “진저를 분석해본 결과 사람들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정을 느끼는 대답에 강렬하게 반응한다”라며 “사람과 감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개발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핑퐁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감정적인 유대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핑퐁은 앞으로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핑퐁 API는 챗봇이나 스마트카 혹은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텍스트앳부터 진저, 그리고 연애의과학에 이르기까지 서비스를 하면서 구축해놓은 일상 대화 데이터가 스캐터랩의 무기다. 다른 인공지능 기업이 스캐터랩을 부러워하는 점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다양한 대기업이 우리와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후 15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상반기에 시리즈 B 규모의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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