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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vs bhc의 ‘치킨게임’ 속내는] 치킨 업계 2·3위의 진흙탕 싸움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bhc “수천억 피해” vs BBQ “흔들기 전략” … 힘없는 가맹점만 불안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와 bhc. 이 두 회사는 한때 한솥밥을 먹는 사이였다. BBQ가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에 계열사였던 bhc를 매각하기 전에는. 그리고 지금은 나란히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경쟁사다. 그런데 이 두 회사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2014년부터 서로 소송을 일삼으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올 들어서는 bhc가 BBQ를 상대로 500억원대 상품공급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BQ가 10년 간 치킨 소스 등을 bhc로부터 공급받겠다는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BBQ는 bhc의 잇단 도발에 맞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두 회사의 소송 규모는 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TRG가 bhc를 물류센터 등을 합해 1200여 억원에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관련 업계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로 비방·소송전을 벌이면서 가맹점주만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싸움으로 소비자 반응이 싸늘해지면 결국 전체 시장 규모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킨 업체 간 소송전이 실제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갈라선 2014년부터 악연 시작


두 회사의 악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로부터 bhc를 인수한 TRG는 인수 이듬해인 2014년 국제상공회의소(ICC)에 BBQ를 제소한다. 인수 당시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가맹점 숫자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회사 가치보다 더 비싼 값을 냈다는 게 제소 이유다. ICC는 bhc의 손을 들어줬고, BBQ는 96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2015년에는 BBQ 직원이 bhc의 신제품 원료를 빼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hc는 기밀 절도 혐의로 BBQ를 고소했고, 법원은 BBQ 측의 절도죄를 인정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회사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된다. BBQ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BBQ는 지난해 4월 신메뉴 개발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bhc에 제공하던 물류서비스를 중단했다. BBQ는 2013년 bhc를 매각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물류센터도 함께 넘겼다. 해당 계약에는 ‘BBQ 계열사의 물류용역 및 소스 등 식재료를 10년 간 공급해주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한다. 그러나 BBQ는 신메뉴 개발 정보 등이 새나갈 수 있다며 bhc와의 물류계약을 돌연 해지했다. 이어 6개월 후인 지난해 10월에는 상품공급 계약도 중단한다. 역시 신메뉴 개발 정보 등이 새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bhc는 곧바로 물류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며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360억원의 물류용역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hc 측은 “7차례 계약을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매각 당시 가격을 높이기 위해 상품공급계약과 물류센터를 팔아놓고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BBQ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TRG에 bhc와 물류센터까지 묶어서 판 금액이 약 1200억원인데 계약 파기로 인해 배상 금액이 매각 가격의 두 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BBQ는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bhc 일부 임원진이 BBQ 정보통신망에 무단 침입해 신메뉴·마케팅 자료, 해외 사업서 계획서 등 영업 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며 지난해 8월 이 회사 임직원 40여 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BBQ 측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통해 bhc 측이 사내 정보통신망에 불법 로그인한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BBQ는 또 지난해 11월 bhc 매각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박현종 현 bhc 회장(당시 전무)을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박 회장이 개점 예정 점포 수를 과다 산정하고, 폐점 예정 점포 수를 과소 산정해 BBQ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BBQ는 ICC 결정으로 TRG에 1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배상해야 했다. 박 회장은 bhc 매각 이후 bh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BBQ 측은 “점포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는 박 회장이 계약서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BBQ는 박 회장에게 매각 작업을 맡겨 놨을 뿐 매장 수를 부풀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매각 협상에는 나섰으나 점포 실사 자료 등을 자신이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ICC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개진했고, ICC가 이를 받아들여 재판에서 승소했다는 게 bhc 주장이다. 또 임직원 40여 명을 검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2월 BBQ를 상대로 다시 530억원 규모의 상품공급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업계는 계속된 두 회사의 소송전이 업계 순위가 역전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bhc가 지난해 4월 공식 자료를 통해 밝힌 2016년 매출액은 2326억원으로, BBQ의 2016년 매출액 2197억원을 넘어서며 매출 기준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bhc는 매각 당시에만 해도 업계 10위 정도였다. 그런 bhc가 3년여 만에 모회사를 제치자 심기가 불편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bhc는 대주주인 TRG의 공격적 경영에 급성장을 해왔다. 단기간에 회사 가치를 올린 후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과감한 투자와 신메뉴 개발 등의 공격적 경영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다. TRG 인수 당시 806개에 불과했던 bhc 매장 수는 2016년 1395개로 크게 늘어났다. 매출도 827억원에서 2326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TRG가 이후 사들인 ‘그램그램’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다른 외식 브랜드 매출까지 합하면 전체 매출은 3600억원에 이른다. 치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규 출점 둔화로 본사의 이익 창출이 어려워진 상태여서 결국 한 업체가 회복 불능 상태로까지 다툼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RG의 인수 후 bhc 매출 BBQ 앞질러

BBQ와 bhc의 소송전과는 별도로 증권가에선 TRG의 bhc 매각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TRG가 bhc를 인수한 지 5년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팔 때가 됐다는 것이다. 마침 TRG은 지난해 bhc의 법인 형태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실적이나 배당 형태 등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자본이 선호하는 형태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주식회사로 바꾼 것은 매각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창고43 등 5개 외식 브랜드를 모두 bhc 아래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진행했는데, 이는 매각가를 극대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bhc를 매각한다면 매각가는 최초 인수 가격의 5배 이상인 5000억~7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시장에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설과 관련해 bhc 측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424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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