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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억원 매출 목표한국의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흔히 침대로 불리는 프레임과 침구류 제외). 침대 하면 에이스나 시몬스 같은 기업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매트리스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 이런 가운데 창업한 지 2년도 채 안된 스타트업 삼분의일이 출시한 폼 매트리스가 소리 소문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제품을 론칭한 후 지난 5월까지 3000여 개의 매트리스를 판매했다. 지난 5월에만 600개의 매트리스가 나갔다. 지난해 2월 삼분의일을 창업한 전주훈(36) 대표는 “올해 말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우리는 잠을 못 자는 사람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제품 출시 후 1년 동안 누적 매출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제조업 스타트업에서 삼분의일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매트리스 종류는 크게 ‘스프링’ ‘라텍스’ ‘폼’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스프링 매트리스가 대세다. 전 대표는 “매트리스 시장의 80% 정도가 스프링 매트리스”라며 “한동안 ‘천연 라텍스’라고 해서 인기를 끈 라텍스 매트리스는 호흡기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2차 가공품인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폼 매트리스는 1990년대부터 한국에 소개됐지만 수백만원을 넘는 가격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전 대표는 “폴리우레탄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지만 수술용 거즈나 흉터에 붙이는 습윤밴드의 재료”라며 “위생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트리스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60%, 미국은 20%가 폼 매트리스”라고 덧붙였다.폼 매트리스의 특징은 온몸을 감싸준다는 것이다. 어떤 자세로 누워도 매트리스가 몸 전체를 감싸주고 체중을 분산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압점(압력이 집중되는 곳)’을 없애준다. 전 대표는 “폴리우레탄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것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삼분의일이 유명해진 것은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삼분의일이 출시한 매트리스 가격은 크기에 따라 64만원부터 110만원까지다. 일반 매트리스 가격의 ‘삼분의일’에 불과하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요인이 있다. 삼분의일 매트리스는 온라인과 체험관에서만 살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또 진공압축 기술로 배송비도 줄였다. 그는 “진공 압축기를 사용해서 매트리스를 압축해 돌돌 말아서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면서 “기존 매트리스 배송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 1억5000만원이나 되는 진공압축기를 구매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며 웃었다. 홍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다. 전 대표는 “매트리스 가격에 포함돼 있는 불필요한 거품을 모두 제거했다”면서 “여기에 제품이 아닌 수면 경험을 좋게 한다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한 것이 얼리어답터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들의 평가가 입소문이 나서 고객층이 넓어질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전 대표에게 “침대는 첨단 과학 기술이 필요한 가구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는 “매트리스 스프링을 만드는 기계가 따로 있다”면서 “매트리스 제작에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제품에 적용시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100일 사용 후 환불 가능삼분의일이 보여준 또 다른 파격은 ‘100일 보증’이다. 삼분의일 제품을 구매한 후 100일 동안 사용한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과정은 대동소이했다. 오프라인 쇼룸에 가서 짧은 시간 동안 체험을 하고 구매를 결정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 번 집으로 배송이 된 매트리스를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매트리스가 무거운 탓에 환불이나 교환이 어려웠다. 잠을 잘 못자는 이들이 매트리스 대신 온갖 종류의 베개를 사는 이유다. 이런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대표는 “반품율은 1.2% 정도에 불과하다”고 자랑했다. 제품의 완성도와 내구성에도 자신감을 보여줬다.얼마 전에는 베개도 출시했다. 폼 매트리스에 특화된 베개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침대 프레임, 소파, 카우치, 침구류 등도 속속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의 3분의 1을 잠을 잔다”면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고, 그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그는 매트리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미생물학을 졸업한 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2년을 일했고, 레스토랑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다. 이후 집안 청소를 대행해주는 홈클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실패 후 먹고살기 위해 기업의 프로젝트 외주를 맡아서 일을 하다가 폼 매트리스의 세계를 접하게 됐다. 그는 “당시 매트리스 기업에서 마케팅 외주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폼 매트리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실패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경험도 삼분의일 창업의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