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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코나 일렉트릭(EV)’] SUV 시장에 부는 전기차 바람 

 

조용탁 기자
한 번 충전으로 400km 주행 가능...예약 밀려 올해 물량 이미 동나

▎장착 내비게이션에는 가까운 충전소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 사진:현대차 제공
참 조용하다. 전기차를 몰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엔진 소음이 없고, 진동도 적다.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운전하기 좋은 차다. 물론 단점도 있다. 차가 막히거나, 온도가 내려가면 이동 가능 거리가 쭉쭉 빠지곤 했다. 붐비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차가 멈추는 낭패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차 밖에 나와 양손을 휘저으며 뒷차들에게 차선 변경을 유도하는 일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최근 현대차의 SUV 전기차 코나 EV를 시승했다. 자동차를 받으며 현대차 담당자에게 물었다. “급하면 양재동 본사에 들려서 충전해도 되지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한 번 충전하면 2~3일은 여유 있게 달립니다.”

코나 계기판에 찍힌 주행 가능 거리는 380km였다. 시승 기간은 사흘. 35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에어컨을 최대치로 놓고 거리를 다녔다. 첫날, 광화문에서 경기도 분당을 오갔고 둘째 날은 서울 시청에서 강화도를 다녀왔다. 마지막 날 차량을 반납할 때, 코나 계기판에는 아직 남은 주행 가능 거리 152㎞가 남아 있었다.

코나 EV를 시승하며 도심과 고속도로를 두루 달렸고, 차량 없는 곳에선 급가속 급정차를 하며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 했다. 지난해 타본 코나 가솔린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리저리 비교를 하며 차를 몰았다. 다양한 장점이 있었지만 시승 후 가장 인상적인 점은 주행거리였다. ‘확실히 멀리 가고 달리기도 잘하는 자동차’라고 코나 EV를 소개하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가 “적정 속도만 유지하면 400km 쉽게 넘긴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이 차에는 최대 출력 150kW(204마력), 최대 토크 395N·m (40.3kg·m)의 전용 모터가 들어 있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64kWh 배터리 기준 100kW 급속충전(80%)시 54분, 7kW 완속충전(100%)시 9시간 35분이 소요된다. 다른 전기차와 비슷한 출력의 모터와 배터리다. 충전 시간도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한 양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400km를 넘기는 전기차는 아직 없다.

한 번 충전하면 2~3일 주행 무난


▎배터리 충전 시간은 64kWh 배터리 기준 100kW 급속충전(80%)시 54분, 7kW 완속충전(100%)시 9시간 35분이 소요된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모터 성능이 있다. 같은 전력을 소모해도 더 멀리 굴러가는 모터를 넣으면 된다. 두 번째가 배터리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성능은 세계 전기차 대부분이 같다. 더 멀리 보내고 싶으면 배터리를 더 많이 넣으면 된다. 마지막이 차량 경량화와 에너지 효율 극대화다. 차를 가볍게 하고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점은 전기차 업체보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앞서 있는 분야다.

현대 전기차 코나는 세 가지 분야 모두,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다. 고효율 일체형 모터시스템과 고효율·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를 통합전력제어장치(EPCU, Electric Power Control Unit)가 관리하며 전력 손실을 막는다. 수냉식 배터리 냉각시스템도 중요하다. 냉각수를 이용하는 방식은 기존의 공냉식 냉각시스템보다 냉각효율을 높여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 특유의 차량 경량화 노하우를 적용해 몸무게를 줄였다. 주요 기술을 모두 개선한 덕에 400km 주행 전기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코나를 운전하며 가장 재미있던 구간은 고속도로였다. 시속 150km까지 아주 쉽게 올라 갔다. 특히 시속 100km를 넘은 상황에서도 속도를 단숨에 올릴 수 있다. 주행 가속 능력은 거의 스포츠카 수준이었다. 가속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현대차는 브레이크에 많은 공을 들였다. 브레이크가 민감한 편이라 조금만 밟아도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로 속도가 줄었다. 신호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힘을 조절해가며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있다. 급제동 성능은 아주 우수한 편이다. 조금 밀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무리없이 달리던 차를 잡아 주곤 했다. 고속 주행이 쉬운 차다 보니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그 덕에 고속 주행시 안정감이 높아졌고 SUV임에도 코너링이 좋아졌다. 단점은 승차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파트 과속방지턱 앞에선 감속이 꼭 필요하다. 운전대도 다소 무겁게 움직인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도 강했다. 고속에선 핸들이 묵직해야 안정감이 생긴다. 코나 EV는 달릴 줄 아는 자동차라 현대차가 이것저것 신경을 쓴 모습이다.

보조금 덕에 2950만원에 구입 가능

다만 운전하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었다. 언덕을 오르거나 과속을 할 때 ‘우우웅~’ 거리는 엔진소리가 없다. 여기에 기어 변속도 없이 속도가 오른다. 몸으로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과속을 할 수 있다. 틈틈이 눈으로 계기판을 확인해야 한다. 오르막길을 쉽게 오르는 것은 좋은데, 자칫 언덕길에서 과속하다 사고가 날 수 있다.

이 차엔 꽤 괜찮은 수준의 편의사양이 있다. 현대스마트센스의 핵심 안전 기능인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차로이탈방지보조(LKA), 운전자주의경고(DAW) 등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하고 있다. 일단 기본은 잘 갖춘 셈이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 차로유지보조(LFA)는 선택 옵션이다. 장착 내비게이션에는 가까운 충전소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었다. 인근 충전소에 설치된 급·완속 충전기 현황 및 사용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충전구에 충전 상태와 충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램프를 보여준다.

전기차는 좋지만 막상 구입하려면 불안한 점이 있다. 충전소가 적어 불편해 보이고, 자칫 고장이 나면 막막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전기차 구입에 대한 고객 불안 요인을 해소하고 구매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배터리 평생 보증, 전기차 전용 부품 10년 16만km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정비 서비스 체계가 구축된 전국 22개 직영 서비스센터 및 80개 하이테크 블루핸즈 센터를 지원해 소비자 불안 요인 해결에 힘쓰고 있다.

덕분인지 올해 1만2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코나 EV의 예약은 이미 1만8000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현재 예약 접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코나 EV의 가격은 전기차 세제 혜택 후 모던 4650만원, 프리미엄 4850만원이다. 서울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모던 2950만원, 프리미엄 3150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이광국 부사장은 “코나 일렉트릭은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갖춘 세계 최초 소형 SUV 전기차로, 고객들의 삶을 편리하고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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