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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9이 호평 받는 이유는] ‘배터리·내구성·저장공간’ 기본기 충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혁신 없다”는 외신 혹평에도 소비자들 선호 … 스마트폰 차별화 어려운 시대의 역설

▎사진:삼성전자 제공
“혁신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노트9(이하 갤노트9)’을 공개했을 때 쏟아진 외신의 날선 반응이었다. 당시 AP통신은 “기존 제품 대비 새로운 특징은 부족하고 약 1000달러의 놀라운(비싼) 가격만 눈에 보인다”고 꼬집었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전작인 갤럭시노트8과 상당히 비슷하며 이는 스마트폰의 혁신 둔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 매체는 성능에 대한 호평도 같이 내놨지만 적어도 혁신면에선 그렇게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부 매력적 요소를 갖췄지만 새로운 맛이 떨어지고, 신기술에 도전하기보다 품질에 전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신이 짚은 갤노트9의 유일한 혁신 요소는 노트 시리즈에만 있는 ‘S펜’에 블루투스 기능이 새로 지원됐다는 것 정도였다. 이 스마트S펜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만으로 손쉽게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카메라·갤러리 등을 원격 제어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중 슬라이드를 넘길 수 있게 돼서다. 이조차 “기대치 대비 미미한 개선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갤노트9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직접 써보니 이렇다할 혁신 없이도 만족스럽더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을 주로 반영하는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스마트폰 신작 평가 결과 갤노트9이 100점(평점) 만점에 83점으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애플 신작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는 각 82점으로 2위였다.

美 소비자 매체 “갤노트9, 아이폰XS보다 뛰어나”

앞서 갤노트9은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 등지의 유럽 소비자 연맹 6곳 평가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8월 공개 당시에 일본 매체가 전한, ‘품질에 전념한 걸로 보인다’는 분석 내용에 그 힌트가 있다. 품질, 즉 눈에 띄는 혁신보다 탄탄한 기본기로 승부한 전략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했다는 얘기다.

컨슈머리포트의 분석 내용을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갤노트9이 만족스럽다는 데에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그중 두 가지가 배터리 관련이다. 첫째, 배터리 지속 시간이 길다. 이 매체가 분석한 결과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의 배터리 지속 시간은 각각 24.5시간과 26시간인 반면, 갤노트9은 29시간으로 완충 때 서너 시간을 더 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용량이 갤노트9은 역대 삼성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인 4000밀리암페어시(㎃h)에 달해서다. 비교 대상인 아이폰XS의 배터리 용량은 2658㎃h, 아이폰XS맥스는 3174㎃h였다. 배터리를 물병으로 비유하면 갤노트9에 4리터의 물을 저장할 동안 아이폰XS엔 약 2.6리터의 물만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많은 물(전력)을 담을 수 있어 자연히 더 오래 충전없이 버틸 수 있다.

둘째, 그럼에도 배터리 완충 시간은 짧다. 갤노트9을 완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5분으로 아이폰XS(196분)나 아이폰XS 맥스(210분)보다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배터리 용량이 더 많으면 완충까지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 지금껏 소비자들 사이에서 익숙한 견해였다. 갤노트9은 유·무선 급속 충전 기능을 탑재해 이를 뒤집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갤노트9이 배터리 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춘 데 대해 익명을 원한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삼성이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출시 직후 배터리 충전 중 폭발 사고 발생으로 전량 리콜에 나섰던 전례를 거울삼아 배터리 개선에 심혈을 기울인 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전작(갤노트8)에선 단순히 배터리의 용량을 3300㎃h로 제한해 폭발 위험을 방지했다면, 갤노트9에선 전반적인 배터리 성능 향상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셋째, 내구성이다. 높은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그 파손 정도를 살펴보는 내구성 실험에서 갤노트9은 100회 낙하 후에도 유리 파손 없이 작은 흔적만 남았다. 반면 전작인 갤노트8은 낙하 50회 만에 유리가 깨지고 100회 이후 디스플레이가 파손됐으며, 아이폰XS는 50회 만에 유리와 카메라 부위가 파손됐다. 앞서 갤노트9은 약 26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유튜브 채널 ‘제리리그에브리싱(JerryRigEverything)’의 내구성 실험에서도 유튜버가 직접 갤노트9을 날카로운 도구로 긁거나 라이터로 불태우는 시도를 했지만 정면과 후면 손상이 거의 없었다. 측면 버튼과 카메라 부위에선 스크래치가 다소 발생했지만 구독자들은 대체로 호평했다.

넷째는 충분한 저장공간이다. 갤노트9 최고 사양 옵션은 기본 512기가바이트(GB) 용량에 마이크로SD카드 삽입 때 512GB를 추가할 수 있어 소비자가 최대 약 1테라바이트 용량을 누릴 수 있다. 일단 여기까지는 아이폰XS맥스가 동일하게 가지는 강점이다. 아이폰XS맥스 역시 최대 512GB의 기본 저장공간을 지원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갤노트9 512GB 옵션의 한국 출고가는 135만3000원인 데 비해, 아이폰XS맥스는 미국 출고가가 1449달러(약 164만6000원)다. 이마저 한국 출고가와는 무관해 11월 초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서는 200만원에 육박하는 출고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보다 저사양인 128GB 옵션에서도 갤노트9은 109만4500원으로 64GB의 아이폰XS(999달러, 약 113만5000원)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낮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이폰 시리즈는 부가가치세 포함과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보다 싸게 출시된 적이 없었다. 외견상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갤노트9이 아이폰XS나 아이폰XS맥스에 앞선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가 갤노트9에 만족할 만한 다섯 번째 이유일 수 있다. 물론 컨슈머리포트는 갤노트9 역시도 ‘비싸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갤노트9 출시 이후로 계속해서 가격에 대한 불만감을 나타내고 있다. 단지 상대적으로 아이폰 최신작에 비해선 ‘그래도 조금 덜 비싸게 느껴질 순 있다’는 의미다.

아이폰XS맥스 국내 출고가 200만원 육박할 듯

이런 분석 속에서 갤노트9과 그 경쟁 상대들의 향후 판매량 추이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제 스마트폰 분야에선 ‘탄탄하게 다진 기본기가 소비자에게는 곧 혁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반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되고 있고 제품 고사양화 추세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세계적으로 단말기 교체 주기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고사양화에 따른 가격인상에 대한 시장 저항도 있다”고 신작 차별화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그 말대로 스마트폰 탄생 11년째를 맞은 오늘날 소비자들은 웬만한 사양과 디자인이 상향평준화한 제품의 홍수 속에 스마트폰을 예전처럼 빠르게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시장이 정체됐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이유다.

결국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하기 쉬우면서도 일상에서 꼭 필요로 하는 배터리·내구성·저장공간·가격 등의 획기적 개선이야말로 소비자 입장에선 현실적인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개발 중인, 화면을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공개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 경우 전문가집단이 열광할 만한 혁신일지언정 실제 상용화와 안정화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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