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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차 사용제한 규제 완화한다는데…] 경유차 줄이고 LPG차 늘려 미세먼지 잡는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암모니아 등 일부 유해물질 더 많이 배출…LPG차 비중 작다고 제대로 관리조차 하지 않아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LPG차에 대한 사용제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LPG 충전소.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또는 택시나 렌터카 등 사업용 차량에 대해서만 사용이 허용됐던 LPG(액화석유가스) 자동차(이하 LPG차)에 대한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LPG차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산업통장자원부는 최근 LPG차 사용제한을 전면 완화했을 때 경제·환경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국회에서는 규제 완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는 총 6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산자부는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부분 완화, 또는 전면 완화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LPG차에 대한 규제는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법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규제는 LPG 수급에 한계가 있던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수급에 문제가 없는 만큼 낡은 규제”라고 단정했다. 실제로 국내 법규는 시대 흐름이 뒤쳐진 측면이 있다. 미국은 LPG를 친환경 대체연료로 지정해 갤런당 50센트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고,유럽연합(EU)도 LPG의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최 의원은 “LPG는 미국산 셰일가스 생산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세계 평균 잉여 생산량도 540만 t에 이른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LPG차에 대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급 문제가 해결된 만큼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LPG 수급에 문제 많던 1970년대 규제


▎LPG차는 유지비가 저렴한 반면 출력이나 연비가 썩 좋지 않고 가스통(붐베)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좁아 선호도가 떨어진다.
정부나 정치권이 LPG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건 다른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나 경유보다 덜 유해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유럽의 배기가스 저감대책인 유로5, 유로6 규제를 충족시키는 자동차 1만대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LPG는 휘발유보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 적다. 경유에 비해 미세먼지 발생 역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2105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휘발유와 경유, LPG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비교한 실내 주행시험에서 휘발유는 LPG의 2.2배, 경유차는 7배의 질소산화물을 내뿜었다. 실외 주행시험에서 휘발유는 LPG의 3.3배, 경유는 무려 93.3배였다.

산자부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LPG 차량 사용제한을 전면 완화할 경우 2030년까지 환경피해 비용은 최대 3633억원, 제세부담금은 최대 3334억원이 감소한다. 산자부는 “유종별 단위당 환경피해 비용이 LPG는 리터당 264원, 휘발유 601원, 경유 1126원으로 LPG가 가장 낮다”고 밝혔다. 이처럼 LPG차가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LPG 사용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그간 조금씩 LPG 사용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에는 7인승 이상 승합차에만 허용하던 것을 5인승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LPG차 보급 정책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LPG차에 대해 소비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LPG 등을 대체연료로 지정해 LPG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최근 실시한 차량 2부제에서 LPG차는 전기·수소차와 함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파리는 2016년부터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차량을 0~6등급으로 구분하는 ‘차량 등급제도’를 시행 중인데, 전기·수소차는 0등급(class 0), LPG는 1등급으로 분류하고 무료 주차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LPG 트럭의 보급도 활발하다. 세계적 물류 업체인 UPS는 2025년까지 자사의 신규 구매 운송차 중 LPG·전기차 등의 친환경 대체연료차 비중을 2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네슬레 워터 북미법인도 2019년까지 LPG트럭 비중을 전체의 52%로 확대키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총 600여 대의 LPG트럭을 운행 중이다.

휘발유·경유보다 덜 유해?

이와 달리 국내 LPG차는 사용제한 규제로 거꾸로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LPG차는 2010년 11월 245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LPG차는 207만2992대다. 지난해 말 212만2484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9개월 새 5만대 가까이 준 것이다.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0.32%포인트 떨어져 9%에 머물렀다. 이 기간 국내 전체 자동차는 23%인 51만4283대가 늘어 2304만2578대를 기록했다. 휘발유차는 9월 말 현재 1092만3386대로 올 들어 25만7980대 증가했고, 경유차는 985만4370대로 27만7852대 늘었다. 사용제한 규제로 LPG차를 살 수 있는 국민 자체가 적은 데다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연료비는 저렴하지만 출력이나 연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트렁크의 절반 이상을 LPG 연료통(붐베)이 차지해 사용에 불편도 따른다. 오랜 규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LPG차 기술 개발이나 차종 다양화에 나서지 못해 선택지가 좁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규제를 풀어 LPG차만 늘릴 게 아니라 LPG가 정말 친환경 연료인지에 대한 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주유소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는 10월 17일 성명서를 내고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큰 상황을 틈타 친환경적이지 않은 LPG차를 친환경차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며 “전기·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는 과정의 ‘징검다리 에너지’라는 말도 안 되는 표현을 사용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LPG차에 대한 사용제한을 전면 완화하면 되레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최대 39만6072t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이런 부분을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지 않은 채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LPG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만을 홍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협회 측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여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더불어 LPG차에 대한 친환경성 여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LPG차가 휘발유·경유차에 비해 보급률이 낮다는 이유로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LPG가 다른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경유 못지않게 유해가스를 내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 이태형 교수팀이 환경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2차례에 걸쳐 40여 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LPG차의 저감장치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 양이 휘발유차의 저감장치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모니아는 미세먼지와 만나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전구물질(前驅物質·화합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이다. 앞서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은 암모니아를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때 “수도권 초미세먼지 관리를 위해서는 향후 암모니아 배출량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검증하고 관리해야


물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는 극히 소량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축사와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양이 전체 발생량의 78%를 차지한다. 김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농어촌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는 전체의 3.4% 정도다. 비중 자체가 적은 데다 전체 자동차에서 LPG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LPG차의 암모니아 배출량을 제대로 측정하지도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정책지원시스템이 2014년 기준으로 작성한 ‘도로이동오염원부문 연료별 오염물질 배출현황’에 따르면 경유차는 163t, 휘발유차는 9949t의 암모니아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LPG차는 제로(0)다. 비중 자체가 적어 측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인데, 오염물질에 대한 검증은 물론 지금까지 제대로 관리조차 안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LPG가 다른 자동차 연료보다는 덜 유해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관리를 하거나 검증한 적이 없으므로 규제 완화와 함께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LPG 사용제한 규제는 합헌 - 헌재, LPG차 규제정책 공익 인정

‘LPG 사용제한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LPG 사용제한 규제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LPG충전사업자 등 100여 명이 2015년 10월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다. 이들은 당시 LPG 사용제한 규제로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비롯해 환경권, 평등권을 침해 받았다며 법률 대리인을 통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LPG차 소유자는 중고차 거래 때 재산권과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고, LPG차 제조·개조사업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LPG충전사업자 역시 휘발유·경유·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등과의 차별로 LPG차가 감소하면서 평등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해당 법률은 LPG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해 공공요금의 안정,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 등 공익상 필요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며 “이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LPG의 사용량 증가를 적정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사용제한 규제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결정했다. 정부의 에너지 수급을 위한 LPG차 조절 정책의 공익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1456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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