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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유튜버(1) 유튜브의 신 ‘대도서관’ 나동현] 고졸 백수에서 연매출 17억 스타로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1인 브랜드 목표로 독학으로 콘텐트 제작... “좋아하는 일 꾸준히 성실하게”

▎유튜브의 신 ‘대도서관’ 나동현씨는 성공하는 유튜버의 요건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유튜브의 신(神)’.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대도서관’ 나동현(40)씨의 별명이다. 이는 얼마 전 그가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그가 유튜브 등을 통해 올린 매출은 17억원, 지상파와 종편 방송까지 본격 진출한 올해는 전년보다 금액이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꿈 없던 게임광 고교생


어릴 적 그는 꿈이 없었다. 유일하게 흥미를 보인 건 게임뿐이었다. “중학교 때 한 달 용돈을 꼬박 모아 ‘파이널 판타지’ 같은 롤플레잉게임(RPG)을 사곤 했어요. 한글판으로 안 나온 것은 직접 일본어를 공부해 가며 게임했죠.” 나씨는 친구들 사이에선 ‘전략통’으로 불렸다. 새 게임이 나오면 가장 먼저 ‘만렙(최종 레벨)’을 찍고 공략집을 만들어 반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고교 시절에도 참고서보단 게임 잡지를 열심히 봤다. 그러다 대학 입시가 코앞에 다가왔다. “입시를 얼마 안 남겨두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 때 잠시 방황했죠. 그러면서 굳이 내가 대학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나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고교 졸업 후에도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라디오 PD가 되는 것이었는데 고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놀았습니다.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면서요.” 이 때의 경험은 오늘날 그가 재치 있는 입담과 폭넓은 상식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매일 같이 비디오를 빌려 봤어요. 당시 오래된 작품이 300원 정도 했는데, 여러 번씩 돌려봤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비디오만 틀었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게임도 매일 했고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 가게 점원에서 영화 감독이 된 것처럼 이 시절 나씨가 접한 영화와 게임은 오늘날 그가 만드는 콘텐트의 상상력 원천이 됐다.

군 전역 후 그가 처음 취직한 곳은 e러닝 회사였다. “온라인 콘텐트를 유통하는 일인데 처음엔 알바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처음으로 일하는 재미를 느꼈어요. 무언가 새로운 걸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단지 일이 재밌어 야근도 자처하고 회의도 열심히 쫓아 다녔다.

어느날 그를 눈여겨본 부사장이 정직원을 제안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전부 대졸 사원뿐이었는데, 고졸도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거든요.” 이후 회사에선 그에게 미디어 제작 업무를 맡겼다. e러닝 사업의 초창기였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과 편집에 들어가는 외주 비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할 줄 모르지만, 한 달만 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답했어요. 그 후에 세미나도 다니고 독학을 하면서 동영상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e러닝업계 2위였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다. 그는 지원서 첫 줄에 ‘고졸인데 지원해서 죄송하다’고 썼다. 그 대신 그 동안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입사하면 회사를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가 전직한 회사는 이투스. 얼마 후 이 회사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됐다. 그는 뜻하지 않게 대기업 사원이 됐다. “당시 SK는 싸이월드로 가장 잘 나가는 IT기업이었어요. 그 안에서도 열심히 일했고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2번이나 받았습니다.”

나씨는 사내에서 신규 사업을 연구하는 모임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자기 사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막상 IT 분야에서 사업을 하려고 보니 고졸 출신에게 투자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1인 브랜드’였습니다. 내가 유명해지면 학력도 인맥도 필요없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시작한 것이 게임을 소재로 한 1인 방송이었다. 2010년 처음 방송할 때만 해도 인기있는 콘텐트의 대부분은 선정적인 것들이었다. 욕설과 막말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매너 있게 바른 말만 하자고. “유튜버가 욕하면 구독자들도 그런 사람들만 모입니다. 나중엔 더 자극적이고 센 말을 할 수밖에 없죠.

처음엔 나씨를 두고 ‘재미없다’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었고, 생방송 중 괜히 시비거는 사람도 많았다. “한 두 번은 맞서 싸우기도 했어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조용히 ‘강퇴’시키면 그만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지금 제 주변엔 매너 있는 팬들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8년 간 꾸준히 방송하면서 그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현재 대도서관의 구독자는 190만 명. 그의 콘텐트 경쟁력은 웬만한 방송 프로그램 못지않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예요. 다만 그것이 세상에 없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아닙니다. 트렌드를 쫓아가되 그 안에 나만의 관점과 생각을 넣는 거예요. 이걸 기획이라고 부릅니다.”

학력 걸림돌 실력으로 뛰어넘어

그러려면 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저의 재능은 그저 게임을 잘 하고, 좀 더 맛깔나게 설명하는 거예요. 옛날 같으면 하등 쓸모없는 일이죠. 그런데 시대가 바뀌며 재주로 인정받게 됐죠.

최근엔 청소년들이 꿈꾸는 직업 1위가 유튜버일 만큼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높아졌다. 나씨는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대학을 안 가도 괜찮냐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내가 열정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단순히 공부가 싫어 진학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대학은 오히려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시스템’의 가치를 강조했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방송도 촬영자와 편집자, 기획자와 함께 일해야 돼요. 그래야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죠. ‘협업’이 필수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과 함께 일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학창시절은 그걸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기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성공하는 유튜버의 요건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첫 회사에서 알바로 시작해 정직원이 된 것도 성실함 때문이었어요. 아무리 콘텐트가 좋아도 1년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식당은 많아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백종원 씨의 말처럼 유튜브도 똑같아요. 제대로 하려면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요.”

※ 나도 유튜버 자신의 끼와 재능으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한 크리에이터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인터뷰 무삭제 원본과 이들이 전하는 유튜버 꿀팁, 기자의 체험기 등은 유튜브 채널(https://youtu.be/jL3tV3md-2A)에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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