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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8) 집꾸미기] 2030세대가 믿고 찾는 인테리어 플랫폼 

 

최영진 기자
인테리어 콘텐트 생산→e커머스로 이어져… 지난 9월까지 누적 거래액 500억원 넘어

▎지난 12월 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집꾸미기 사무실에서 만난 노대영 대표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기업을 운영하는 데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기업의 규모와 상황 등에 따라 해답을 찾아나갈 뿐이다. 기업 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티브 잡스의 경영 방식이 있는 반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기술 개발이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전념하는 구글 창업자 같은 기업가도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자본과 구성원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을 이겨내고 효율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경영 방식을 채택하느냐는 창업가의 몫이다. 그 선택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스타트업의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은 갖춰야 한다는 게 창업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 창업가 이야기는 ‘경영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은가’ 혹은 ‘임직원과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나’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모든 일에 관여하다 부작용 생겨

20~3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테리어 플랫폼 ‘집꾸미기’의 창업가 노대영(33) 대표 얘기다. 노 대표는 2012년 2월 오스퀘어(현 집꾸미기)를 창업했다. 2014년 12월 집꾸미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은 후 3개월 만에 포스코 기술투자에서 10억원을 유치했다. 2015년 12월에는 구글이 선정한 2015년 베스트 서비스에 선정됐다. 첫 번째 투자 유치 후 1년 만에 보광 등으로부터 2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빠른 성장세였다. 1년 만에 두 번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창업가는 물론 함께 일하는 구성원 사이에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무르 익게 마련이다. 노 대표는 “당시 20여 명 정도 일했는데 나와 임원들만 좋아했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나의 경영 방식이 뭔가 잘못된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마이크로 매니징’ 방식이 문제였다. 쉽게 말해 회사 내 모든 일에 대표가 관여한 것이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1년 동안 유튜브로 디자인 공부를 했다. 어느 정도 디자인 실력을 갖춘 후에 디자인팀의 일에 대해 간섭하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트 팀에게는 어절과 음절에 대한 논문을 예로 들 정도였다. 노 대표의 말대로 “창업가는 회사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 방식을 따른 것이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주 바뀌었다. 20억원의 추가 투자 소식에도 임직원들이 냉담했던 이유다. 만일 이 상황에서 기존의 경영 방식을 고집했다면, 현재의 집꾸미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과감하게 자신을 바꿨다. “그때 많은 이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했는데,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 ‘외로운 성공을 하고 싶냐, 지속가능한 단단한 회사를 만들고 싶나’라는 조언이었다.”

그의 선택은 구성원과 함께 단단하고 지속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임직원의 전문성을 믿었다. 대표가 목표를 정하지 않고, 각 팀이 직접 목표를 정하게 했다. 효율이 높아졌다. 임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였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일요일에 나와서 일처리를 하는 구성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가 나서서 모든 것을 참견했던 때보다 매출이 더 상승했다. 조회수가 400만을 넘는 SNS 콘텐트도 나오기 시작했다. 노 대표는 “당시 나의 삶은 개인과 스타트업 대표를 일치시켰던 것”이라며 “이후 내 역할은 기업의 성장이고,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권한을 나누면서 남은 시간에는 좋은 인재를 뽑는 데 전력투구했다”며 웃었다.

임직원 복지 제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업무는 무조건 팀 중심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팀 업무 특성에 따라 자율 출퇴근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사내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된 도서 구입과 교육비도 지원하고 있다.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퇴사하는 비율이 대폭 낮아졌다. 성장세도 탄탄해졌다.

2016년 12월 연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 6월에는 자체 PB 상품 브랜드도 내놓았다. 그해 말에는 손익분기점도 돌파했다. 지난 7월에는 8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 유치액이 1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누적 거래액이 500억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매월 최고 거래액을 갱신 중이다. 현재 집꾸미기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누적 투자 유치액 110억원으로 늘어

초반에는 입점해달라는 영업조차 힘들었던 브랜드가 어느새 400여 개로 늘어났다. 지금은 ‘입점하고 싶다’며 브랜드들이 직접 찾아오고 있다. 노 대표는 “집꾸미기에 입점한 브랜드의 환불률은 2~3% 정도인데, 보통 인테리어 소품 환불률은 20~30%나 된다”면서 “브랜드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얻은 성과”라고 자랑했다. 심지어 집꾸미기에 입점한 브랜드의 수수료는 타사 대비 훨씬 높지만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 대표는 “현재 매출액은 밝기 어렵지만 수익원은 위탁판매 수수료와 PB상품 판매, 그리고 대기업 콘텐트 제작 등이다”라며 “우리가 SNS 콘텐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콘텐트 제작에 강점이 있고, 이 때문에 대기업이 광고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재학 시절부터 의류 도매 및 소매 사업(2006년), 파티플래닝 사업(2009년), 소셜 액티비티 서비스 후플 창업(2012년) 등 3번의 창업을 거치면서 깨달은 게 ‘내 관심사와 시대가 원하는 것 사이의 중간지대를 찾아야 한다’였다. 집꾸미기로 성공 스토리를 쓰기 전에 그가 준비했던 아이템이 3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집꾸미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테리어 매거진 서비스’로 시작했다. 노 대표는 “집 인테리어 관련 매체가 있지만, 잡지에 나온 가구나 소품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다”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인테리어 매거진 서비스로 집꾸미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인테리어 관련 글이나 사진을 찾으면 직접 당사자에게 연락해 직접 취재를 나갔다. SNS에 취재한 내용과 사진을 올렸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진에 나온 소품과 가구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것을 해결해주기 위해 e커머스를 시작했다. 인테리어 관련된 콘텐트로 비즈니스가 시작됐고, 자연스럽게 e커머스로 이어졌다. 노 대표가 “우리는 창작자 집단이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집단이고, 우리의 콘텐트가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집꾸미기는 e커머스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인테리어 시공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체 생산하고 있는 PB 상품으로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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