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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온라인 승부수’ 새해에 통할까]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목표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기존 온라인 쇼핑몰 7곳 통합 예정… 오프라인 사업 부진에도 재무 건전성 탄탄해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새해맞이 행보가 야심차다. 지난 12월 19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부터 중요한 흐름 하나가 감지됐다. 바로 세대교체다. 계열사 30곳 가운데 15곳의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40년 넘게 그룹에 몸담았던 ‘고참’들 자리 대부분이 50대로 새롭게 채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젊고 유능하며 최신 사업 트렌드에 익숙한 인재를 임원 인사에서 우대하는 게 요즘 재계 전반의 흐름이지만, 기업문화가 유독 보수적인 롯데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롯데는 일본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아 ‘짠물경영’을 하되 연공서열을 다른 대기업보다 우대한다는 평을 그간 받아왔다.

평소 ‘젊은 롯데’를 강조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신 회장은 약 8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 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혁신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유통 부문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오프라인 사업 중심이던 유통 부문에서 온라인 사업 비중을 크게 키워 적절하게 조화시킨다는 ‘O4O(Online for Offline, Offline for Online) 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함께 내세웠다. 이어 8월 롯데쇼핑이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e커머스사업본부가 출범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본격 가동

그 후속책으로 신 회장은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를 지난 12월 말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로 이전시켰다. 그만큼 중요한 조직으로 대우해 자신의 집무실 바로 가까이에 두고 온라인 사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중에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1000여 명의 본부 인력이 롯데월드타워 입주를 마쳤고, 연내 400명을 추가 채용해 온라인 사업 컨트롤타워로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또 현재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8개 온라인 쇼핑몰 중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7곳(롯데닷컴·엘롯데·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하이마트·롭스·롯데홈쇼핑)을 통합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과 롯데쇼핑이 2023년까지 각각 1조5000원씩 총 3조원을 투자한다. 온라인 시스템 개발에 5000억원, 통합 물류 인프라 구축에 1조원, 마케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해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면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업 최강자인 롯데그룹이 온라인에서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분명하다. 해외에서처럼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기존 오프라인 쇼핑 시장을 누르고 매년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조6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 거래액만 6조5967억원으로 28.0% 늘었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 거래액 모두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둘 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각각 10조원, 6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금껏 온라인 시장의 일반적인 성장세에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던 품목에서마저 역전(逆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통상 오프라인에서 신선도를 면밀히 따져 구매하던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이 지난해 11월까지 2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이케아(스웨덴)나 한샘 같은 국내외 가구 브랜드들이 곳곳에 매장을 두고 엄격히 관리할 정도로 오프라인 거래 비중이 큰 가구의 온라인 거래액도 같은 기간 2971억원으로 30.8% 급증했다.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 사이 패션이나 가전, 여행·교통 서비스 등 기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인기 품목 거래액도 일제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 기업들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8%, 3.9%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온라인 전문점 성장에 따른 영향으로 비식품군 매출이 10.7%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수요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4월 이후 추석 연휴가 있던 9월을 제외하고 계속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도 명품 등 일부 품목에서만 증가하고 대체로 부진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업계에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지난 2014년만 해도 국내 유통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이 비중이 40%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도 한층 절실하게 온라인 사업으로 혁신할 필요성을 갖게 됐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양대 축인 롯데쇼핑의 2017년 매출은 18조1799억원, 영업이익은 5299억원. 지난해도 이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하고 있다(매출 18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6000억원대). 1년 전인 2016년(매출 24조1143억원, 영업이익 9404억원)이나 2년 전인 2015년(매출 29조1277억원, 영업이익 8537억원)과 비교해 부진한 수치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있었다지만, 이미 중국에서 대형마트 사업을 철수한 만큼 결국은 온라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도 온라인 사업으로 업계 판도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맞수 신세계그룹은 젊은 경영을 표방하는 ‘얼리 어댑터’ 정용진 부회장 주도 하에 2014년 ‘쓱닷컴(SSG.com)’으로 그룹 온라인 사업을 통합한 후 온라인 매출이 2017년 2조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20~30% 성장 중이다. 롯데그룹으로선 “경쟁사보다 시동을 늦게 걸었다”는 일부 비판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세 확장에 전념하던 현대백화점그룹도 정지선 회장이 1월 2일 그룹 합동 시무식에서 “온라인 쇼핑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음을 고려해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적 관점으로 보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사업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신년사를 전하면서 혁신 의지를 표명했다.

신세계 등 경쟁사도 온라인 사업에 적극적

롯데그룹의 온라인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룹과 롯데쇼핑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만큼, 목표한 대로 투자하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데 점수를 주고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재무 건전성은 중간등급으로 부채비율 78%, 유동비율 76% 등을 유지하고 있다”며 “백화점 부문에서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 온라인 사업 확대로 성장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구조조정과 효율화 작업 성공으로 올해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 부문에서도 지난해 롯데마트의 중국 법인 매각과 점포 폐점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 철수로 연간 영업이익이 2500억원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 재무 건전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역시 “롯데쇼핑의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보면 향후 5년 간 마련할 온라인 투자 금액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난해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총수 부재라는 지난해의 대형 악재가 해소된 점도 긍정적이다.

1469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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