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분위기 반전한 포스코그룹, 남은 과제는] 2차전지, 고부가 철강 제품에 미래 걸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지난해 실적·재무구조 개선 두드러져... 최정우 회장 리더십 통할지 관심

▎지난해 7월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 사진:포스코 제공
재계 6위 포스코그룹이 고무된 상태로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실적 개선이 두드러져서다. 그룹의 핵심 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64조9778억원, 영업이익 5조5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1%, 19.9%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껏 세계 철강 시장이 줄곧 침체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최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철강 업계 전반의 선전에 의미를 부여한 일이 있었다. 성 장관은 지난 1월 10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한국 철강산업은 (지난해) 미국의 ‘232조 조치(철강 수입 할당제 적용)’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 수출액은 339억9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도 전년(6.0%)보다 줄어든 5.6%였다. 대외 악재가 워낙 컸기에, 이를 고려하면 업계 전체가 잘 대처했다는 얘기였다. 한데 포스코는 그런 와중에도 이례적이라 볼 수 있을 만큼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포스코에 무슨 일이 있어서였을까.

지난해 영업이익 7년 만에 최대치


앞서 포스코는 10여 년 전인 2008년 이후로 몸집 불리기와 사업 다각화에 매진한 바 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이다. 이때 포스코그룹은 정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2014년 말까지 국내 법인 47개, 해외 법인 181개, 지분법 투자법인 97개 등 총 325개의 계열사로 2008년 대비 계열사가 무려 241개나 늘 정도였다. 당시 그룹은 포스코가 중국 철강 업계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고, 몸집 불리기와 사업 다각화를 그 대책으로 봤다. 주력 사업인 철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봐서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발전 서비스, 제지, 스포츠토토, 토목 등 돈이 될 만하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해 계열사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손실이 수년 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있었다. 수익성이 확실치 않거나 오히려 나쁜 계열사가 대거 양산돼 그룹 전체에 비용 부담을 안겼고, 이는 본업인 철강 분야 경쟁력 유지에도 악영향을 줬다. “한치 앞도 못 내다본 방만한 경영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정 전 회장의 뒤를 이은 권오준 전 회장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권 전 회장은 4년 간 150여 건의 구조조정으로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이로써 약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은 사람이 현 최정우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100일째를 맞은 11월 ‘100대 개혁 과제’를 발표하는 등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룹 내부 관계자들이 전하는 최 회장의 강점은 재무 분야 전문성이다. 1957년생인 그는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칠 만큼 그룹 재무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재무 전문가다. 특히 권 전 회장 시절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가치경영센터 수장으로 일하면서 권 전 회장이 추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가 50년 포스코 역사상 첫 비(非) 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재무통답게 구조조정에서 강한 추진력을 갖췄고 신사업에 대한 감각도 있다”며 “CFO 출신인 만큼 신사업을 하더라도 무리하게 투자하진 않을 거란 신뢰감이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 회장과 포스코그룹으로선 남은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여전한 기대감을 가진 비철강 신사업 분야를 어떻게 키우느냐다. 현재 포스코가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신사업 분야로 리튬이 있다. 리튬은 많은 글로벌 기업이 사활을 건 차세대 사업 분야인 2차전지의 필수 소재다. 앞서 포스코는 2010년 세계 최초로 리튬 직접 추출 기술을 개발하면서 새 먹거리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2차전지의 다른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도 포스코가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다. 최 회장은 평소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계열사를 통합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지난해 12월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과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켐텍의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는 오는 4월 합병된다.

같은 달 조직 개편에선 기존 철강 부문을 철강과 비철강, 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확대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2차전지 소재는 모두 신성장 부문이 가져갔다. 그만큼 향후 집중 관리한다는 것이다. 과거 포스코는 사내 전문가 모두 철강 중심의 노하우를 워낙 확고하게 갖고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신사업 추진엔 애로점이 따른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외부 전문가도 대거 영입해 요직에 앉혔다. 그가 전임 회장들과는 달리 철강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이런 과감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지지부진한 주가 부양도 과제

물론 그렇다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사업에 소홀할 순 없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이지만,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확대로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가 자신감을 가진 대표적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으로 자동차 강판이 있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자동차 강판 누적 판매량 1200만t을 달성해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강판 공급사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국내외 자동차산업이 침체되면서 수익성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또 다른 고부가가치 철강 분야 개척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증시에서 지지부진한 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포스코그룹으로선 연내 풀어야 할 과제다. 포스코는 뚜렷한 실적·재무구조 개선에도 최근 1년 간 주가가 38만원대에서 26만원대(2월 13일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계속된 보호무역주의 추세에다 올해 예상된 글로벌 철강 가격 약세까지 주가에 선(先)반영되면서 이 같은 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포스코강판(3만원대→2만원대)과 포스코ICT(9000원대→5700원대) 등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애를 태웠다. 나쁘지 않은 중간성적표를 받아든 최 회장이 ‘시장의 여전한 의구심’을 어떤 리더십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72호 (2019.02.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