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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1) 비스트플래닛] 클럽에서 피트니스를 즐긴다? 

 

국내 첫 일렉트로 복싱 시스템 도입으로 주목… 월 30만원 회비에도 인기

▎지난 1월 초 서울 역삼동의 비스트플래닛 1호점에서 만난 조천희(가운데) 대표와 이상민(왼쪽) 공동대표, 한철호 최고기술책임자가 나란히 섰다. / 사진:전민규 기자
‘작심삼일’.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한숨을 쉬면서 내뱉는 단어 중 하나다. 새해부터는 뭔가를 시작해보리라 결심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금연과 운동이다. 특히 새해 피트니스센터는 작심삼일의 분위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소다. 해마다 1월 초 새벽 피트니스센터는 ‘살을 빼기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를 내세우는 이들로 붐빈다. 새벽부터 멋있는 운동복을 갖춰 입은 이들로 피트니스센터는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 많던 신입 회원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피트니스센터는 오래 전부터 운동을 해오던 회원만 남아있게 마련이다.

운동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비슷하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피트니스 운동이 재미 없어서’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특히 운동은 팀이 아닌 개인 단위로 움직임이 반복적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게 큰 단점으로 꼽힌다.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다.

상사맨 시절 영국에서 클럽형 피트니스센터 접해

고독한 운동으로 꼽히는 피트니스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에 처음으로 클럽형 피트니스 공간을 만들어 서울 강남 샐러리맨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비스트플래닛이다. 2017년 8월 비스트플래닛을 창업한 조천희(44) 대표는 “2016년 영국에서 클럽형 피트니스센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마치 클럽에 온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드니까 사람들이 운동을 정말 재미있게 했다. 한국에도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스트플래닛을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포스코대우에서 해외 영업·마케팅 팀장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던 상사맨이었다. 해외 출장을 가면 새벽이나 저녁에는 꼭 그 지역의 피트니스센터를 들러서 운동을 했다. “상사맨이기 때문에 술자리가 많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십수년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선수와 같은 탄탄한 몸매를 지금도 유지하는 비결이다.

2016년 영국에 출장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피트니스센터를 찾았다. 그가 찾은 피트니스센터는 기존에 볼 수 없던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피트니스센터가 마치 클럽과 같은 환경이었다는 것.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클럽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보통 클럽에 가면 밤을 새우면서 놀지만, 운동을 하면서 그러지 못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영국 피트니스센터를 보면서 운동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4년 정도 몸담았던 대기업 상사맨이라는 옷을 벗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다. 그가 운동 마니아였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영국에서 목격한 독특한 피트니스센터와 차별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일렉트로 복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복싱과 피트니스를 개인이 아닌 팀 운동으로 전환시켰다. 팀별로 경쟁심을 유발하면 운동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클럽 DJ를 운동 시간에 맞춰 상주시켰다. 비스트플래닛에 클럽 조명까지 도입해 운동을 신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IT를 접목해 피트니스센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비스트플래닛 곳곳에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접목했고, 운동이 아닌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비스트플래닛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있다는 점은 조 대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그는 “샌드백 위에는 태블릿이 한대씩 설치되어 있는데 몸에 센서가 달린 웨어러블을 입고 운동을 하면 바로 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회원이 바로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운동이 가능해진다”면서 “또 팀별로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해 아케이드 게임과 운동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바뀐 게 없다는 혹평을 받는 피트니스센터의 모습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는 “20년 전 피트니스센터와 현재의 피트니스센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운동 콘텐트도 똑같고, 매월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하는 회비도 비슷하다”면서 “재미도 없고, 혁신도 없는 피트니스센터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비스트플래닛은 기존 피트니스센터와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선 월 회비가 30만원이다. 기존 피트니스센터 회비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조 대표는 “다른 피트니스센터와는 다른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 회원들은 기꺼이 회비를 낸다”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2017년 11월 역삼동에 비스트플래닛 1호점을 오픈한 후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유료 회원은 벌써 200여 명이나 된다. 대다수 강남 지역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여성 회원이 남성 회원보다 많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여성 회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 피트니스센터에 콘텐트 판매 목표

현재 비스트플래닛의 비즈니스 모델은 회비가 전부다. 그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에 도전하려고 한다. 타깃은 전국에 있는 수천여 개의 피트니스센터다. 그는 “피트니스 운동을 게임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벌써 100여 개 만들었다”면서 “이 콘텐트를 기존 피트니스센터에 제공하는 게 우리가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비스트플래닛 직영점을 확대하고, 회원들의 운동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게 조 대표의 또 다른 목표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은 조 대표의 혁신성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비스트플래닛에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12일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가들만 선다는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조 대표가 참가했던 이유다. 그는 그 무대에서 “비스트플래닛은 기존 피트니스 업계가 해내지 못한 혁신을 이뤘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수백여 명의 참가객은 박수로 그의 말에 호응했다.

1472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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