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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쇼크’에 무너진 남북경협株]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북미 협상 결렬 소식에 ‘와르르’… 구체적 합의 없다면 조심 또 조심

▎2월 28일 코스닥 지수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불안한 전개에 급락하며 전 거래일보다 20.91포인트(2.78%) 내린 731.25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도약할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모처럼 훈풍이 불던 투자자들의 심리도 얼어붙었다. 회담이 열린 2월 28일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2220선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오후 3시쯤 외신을 통해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가파르게 하락해 결국 2195.44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39.35포인트(1.76%) 내린 수치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00선 밑으로 떨어지기는 2월 15일(2196.09)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이재승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북미 정상회담 오찬이 취소되고 서명식도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경협주와 건설주 등 관련 주식이 급락하고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 공동 합의문 ‘하노이 선언’이 ‘하노이 쇼크’로 변하자 그동안 고공행진하던 남북경협주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아난티는 전날보다 25.83% 급락한 2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방사성 안전관리·원자력발전소 검사 등 사업을 추진 중인 오르비텍은 26.76% 급락했고, 관련주인 현대엘리베이터도 18.55% 떨어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원(-21.15%)·인디에프(-16.84%)·제이에스티나(-16.09%) 등도 15% 넘게 급락했다. 철도 관련주인 현대로템과 대아티아이는 각각 12%, 21%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오른 종목은 셀트리온(0.99%)·삼성바이오로직스(1.08%)·네이버(2.7%) 등 3곳뿐이었다. 삼성전자(-3.53%)·SK하이닉스(-5.02%)·LG화학(-0.38%)·현대차(-1.94%)·포스코(-1.13%)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은 코스피에서 각각 2567억원, 62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만 316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한 만큼 예상치 못한 결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선 연초부터 주요 경협사업을 중심으로 관련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동·서해안 철도·도로 연결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협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는 사업 분야였다. 이 때문에 대북 철도주로 꼽히는 대아티아이는 2월 27일 주가(9320원)가 1년 전(1850원) 대비 5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건설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개성공단 입주업체 좋은사람들도 같은 기간 각각 20%, 37.2% 올랐다. 금강산 관광 관련 종목인 아난티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시장의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감도 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협주가 대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이번 협상이 무리없이 마무리됐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신경전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컸다”며 “앞으로도 경협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 한 경협주는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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