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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고서 제출 연장 신고한 기업 7개
외감법 바뀌고 고의 분식회계 처벌도 대폭 강화이렇게 상장사들이 ‘회계쇼크’를 겪고 있는 건 2018 회계연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개정 외감법으로 예년보다 회계 감사 집행기준이 깐깐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새 외감법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만큼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책임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사나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는 6년 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주기적 지정 감사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3월 1일부터 고의 분식회계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감사인이 기업의 분식회계를 묵인할 경우 최고 10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벌금도 부당이득의 최대 3배 이하로 증가하는 등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졌다. 이렇게 되자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기업마저 최근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는 등 회계법인들이 전례 없이 깐깐한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간 감사인은 기업이 해외 자산을 부풀려 신고하든지가, 앞으로 발생할 미실현 이익을 당기에 반영하는 등의 회계처리 방식을 눈감아준 측면이 있다. 구매 계약서나 기업이 가진 모든 자산을 일일이 평가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감사 의견을 내려면 기업이 제출한 회계자료를 믿고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계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의 한 회계사는 “외감법이 1982년 생긴 이후 현재까지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민감한 자료 제공도 거부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감사보고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은 기업이 제공한 재무정보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다만 회계법인도 영업 차원에서 이런 문제에 눈감고 관행적으로 ‘봐주기식 감사’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기업으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으려면 기업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를 내놔야 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실제 집행도 엄격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월 25일 ‘회계감리 제재양정기준 운영 방안 간담회’에서 “고의·중과실의 중대 회계부정은 일벌백계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분식회계가 계속 발생했지만 미온적 처벌 등으로 중대한 회계부정이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실제 2016년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회계 분식을 저지른 것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는데, 당시 감사인이던 안진회계법인은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해마다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안진회계법인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며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에는 ‘대우조선의 회계 부정을 묵인, 방조, 지시했다’는 협의로 2017년 3월 ‘12개월 신규감사 업무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안진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통해 승소했다.그러나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는 등 외감법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며 정부도 앞으로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회계자료가 부실한 측면이 있지만, 이에 의존했다가는 자칫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회계사들도 앞으로 감사 눈높이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회계법인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자 기업의 부실한 회계처리 방식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한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상 영업이익은 886억원, 당기순손실은 1050억원이다. 그러나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은 보고서의 영업이익은 282억원, 당기순손실은 195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분의 1 토막 났고, 당기순손실은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동부제철도 사업보고서 제출일을 3월 21일에서 27일로 미뤘는데, 결국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회수 가능한 자산의 규모와 적정성 등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안진회계법인은 “유형자산의 회수가능가액과 추정내용연수의 적정성, 이연법인세자산 인식 조건의 충족 여부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대기업에 비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감사의견 ‘거절’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주식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 사유다. 정부는 외감법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상장폐지를 1년 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다만 감사의견이 거절되면 채권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 해당돼 바로 차입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회계쇼크’에도 외감법 적용 대상은 확대된다. 자산 120억원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종업원 100인 미만 등 4개 조건 중 3개가 충족되지 않아야 외부감사를 피할 수 있다. 유한회사는 사원(주주) 50인 미만 조건을 포함해 5개 요건 중 3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외부감사에서 면제된다. 주식회사는 전체 법인 26만개 중 3만개(6%)가, 유한회사는 전체 법인 2만5000개 중 1900개(7%)가 외감 대상에 포함된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상장사 가운데 감사의견 적정 비율이 90%가량 나왔다. 자율수행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감사인을 마음대로 바꿨기 때문에 회계사로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기업들도 회계 역량을 키우고 내부 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해야 하며, 감사 선임에 소액주주 의견도 반영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회계비용 부담 커진다” 우려도새 외감법이 중소·중견 기업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상장 여탈권을 쥐고 있는 회계법인의 권한이 더욱 강화돼 감사 보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임원은 “회계법인이 표준감사시간제를 이유로 추가 보수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자산가치 평가를 회계법인에 맡기지 않으면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소기업으로서는 회계법인이 저승사자나 다름없어 이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회계법인이 기업이 만든 감사보고서를 반려해 재감사를 해야 하는 경우 비용이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감사보고서 검토가 대기업보다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조사해 제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대형 회계법인으로의 집중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인회계사 40명 이상인 회계법인만 상장사 외부감사를 수임할 수 있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 접수가 5월 1일부터 시작돼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밝힌 ‘2018년 외부감사대상 회사 및 감사인 지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4대 회계법인을 감사로 지정한 기업은 342사(48.9%)로 전년(233사, 42.7%) 대비 6.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