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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하게 챙긴 세계 첫 5G 상용화 타이틀] 불법 소지에도 밤 11시에 기습 개통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美 버라이즌 “떠들썩한 홍보에 불과” 비판… 망 구축 시간 걸리고 콘텐트도 부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세계 첫 일반용 5G 서비스를 조기 개통한 가운데 4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SM타운 ‘케이팝 스퀘어’ 외벽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에 5G 단말기 광고가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3일 밤 11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버라이즌이 4월 4일 5G를 상용화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나서 국내 상용화 일정을 당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보다 두 달 앞서 5G 네트워크를 구축한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다. 일반인 개통은 4월 5일이었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세계 첫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를 긴급 조달해야 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과 네트워크 구축이 끝났고, 요금제도 나왔으니 소비자가 5G 스마트폰을 구매·개통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5G, 정말 준비된 걸까. 문답으로 풀어봤다.

세계 첫 타이틀에 너무 집착한 것 아닌가?

“정부나 사업자 모두 우왕좌왕한 모양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야간·휴일 개통을 금지하고 있어 밤 11시 개통은 ‘불법’ 소지를 안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사에서 요금제를 준비했고 단말기도 있으니 상용화에 나서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4월 5일로 예정된 요금제 약관 시행 날짜를 3일로 당겨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수정한 5G 요금제를 공개하지 못한 채 1호 가입자를 유치했다. 외신 보도대로 미국 버라이즌은 한국 시간으로 4월 4일 오전 1시 모토로라 단말기에 5G 모듈을 부착해 1호 가입자를 받았고, 한국보다 두 시간 늦었다. 최초 타이틀을 2시간 차로 빼앗긴 버라이즌은 “한국은 6명의 셀럽(유명인)에게 서둘러 폰을 나눠주고 5G를 개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떠들썩한 홍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세계 첫 상용화가 갖는 의미가 큰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보면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유 장관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3년 이상 힘들게 준비해온 우리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썼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최근에야 4세대(4G) 이동통신 손익분기점을 넘은 이동통신 3사에 5G 투자를 다독이고,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까지 끌어들여 5G 기반 및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과기정통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로 한국이 5G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가별 5G 준비 순위에서 미국이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미국 이동통신산업 협회(CTIA)의 평가가 나와 올해가 가기 전에 세계 최초 상용화의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TIA는 4월 2일(현지시간) ‘세계 5G 경쟁 보고서(The Global race to 5G 2019)’를 통해 미국이 올해 세계 5G 준비 순위에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과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상용 서비스 거점 수에서 미국(92곳)의 2분의 1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G 표준 필수 특허 보유에서도 밀리고 있다. 한국(삼성전자)은 중국과 핀란드에 이은 3위다.”

5G 상용화로 뭐가 달라지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시한 5G 성능은 4G 속도와 비교해 20배, 연결 기기 10배, 반응속도 역시 10배 이상이다. 핵심은 이같이 빠른 속도를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4G에서는 음성과 데이터만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었고, 데이터 내 각종 서비스는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이뤄졌다. 5G는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각각의 서비스가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할당받아 작동한다. 가령 빠른 전송속도가 필요한 서비스에는 초고속을 특성으로 갖는 네트워크로, 빠른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에는 초저지연이 특성인 네트워크로 각각 분리해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보 공간 자체가 확대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상용화 제약 사항은 없나?

“제약 사항으론 이동통신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5G 망 구축 투자비용과 그에 따른 사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꼽힌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약 20조원이 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5G 상용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이사회에 참석한 이동통신사 중 80%가 5G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한 4G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한 데다 5G 기반의 확실한 사업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5G 네트워크 투자 적정선을 두고 고민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5G 상용화 추진과 괴리되는 것 아닌가?

“정부 주도로 5G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덕에 상용화까지는 왔지만, 기업 관점에서 확실한 수익모델은 없는 상태다. 5G 상용화와 함께 묶이는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등은 기업형 서비스에 가깝다. 대부분 매출을 개인 무선통신 사업에서 내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5G 단말기를 구매해 개통함으로써 5G 상용화는 이뤘지만, 이용자 지갑을 열 만한 응용 서비스는 아직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7월 이동통신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5G 이용 의향’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는 5G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 해도 이용치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동통신사가 고객을 끌어모을 무기는 있나?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대표적인 5G 서비스로 꼽히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주요 5G 콘텐트로 내세우고 있다. VR과 AR이 성장하고 대중화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실시간 전송이 5G에 걸맞기 때문이다. 5G 상용화 초기 이용자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VR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개선된 화질과 지연 시간으로 기존 4G에 비해 한층 실감 나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가령 유명 연예인과 1:1 데이트를 즐기거나, 멀리 있는 친구와 가상의 공간에서 만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술 종속이다. 이동통신사는 VR과 AR을 주요 콘텐트로 내세우면서도 기기 및 서비스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5G 상용화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 전망인가?

“전문가들은 현재의 5G 상용화가 4G 구축 초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성장을 가늠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5G 포럼은 ‘5G 서비스 로드맵 2022’에서 5G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 시나리오를 나를 알아주는 서비스, 나를 둘러싼 서비스, 나를 위한 서비스, 나를 도와주는 서비스, 내가 느끼는 서비스 등 5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 이동통신사가 가져온 상용화 서비스는 내가 느끼는 서비스 1가지에 불과하다. 현재 5G 네트워크는 기술 중심 대형 플랫폼으로 형성됐고, 사용자 응용 서비스는 이동통신사마저 고민하고 있다. 다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4월 3일 ‘5G 론칭 쇼케이스’에 나와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생각을 항상 뛰어넘어 왔다”며 “AR·VR보다 훨씬 나은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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